교육부가 23일 대구대 등 8개 대학을 ‘장애학생 교육복지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해 발표했으나, 같은날 장애인단체는 대구대에 대해 상반된 내용을 발표해 교육부의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사고 있다.

교육부는 대구대학교가 장애학생 전담기관인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해 교수/학습, 시설/장비는 물론 진로 상담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점자도서관이 운영되고 있어 점자 교과서가 보급됐으며 각종 시험 문제지 역시 점자로 출력해 시각장애 학생의 수험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부가 ‘장애인 교육복지 모범 사례’를 발표한 이날,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최우수 대학으로 꼽힌 대구대의 한 장애 학생이 신고한 내용을 발표했다.

시각장애인 1급인 배모씨(21세)는 장애인교육권연대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장애인 편의시설이 가장 잘 갖춰진 학교로 알려진 대구대학교 안에 수많은 차별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배씨는 장애인으로서 매 학기 시간표를 짤 때마다 강의실 이동과 교재, 시험 대필 등의 문제로 항상 고민하고 있다면서, 2006년 1학기에 겪고 있는 불편을 예로 들었다.

배씨가 듣고 싶었던 강좌가 인터넷에 접속해서 들어야 하는 가상강좌로 개설된 것. 배씨는 이 강좌를 듣기 위해 학교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용자 ID를 다운받은 뒤 해당강좌를 찾아 들어가 재생 버튼을 눌러 수업을 들어야 했다.

문제는 학교 홈페이지가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강의와 함께 제공되는 노트가 그림 파일로 작성됐다는 점이다. 시각장애인이 화면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은 그림 파일을 제대로 읽어줄 수 없어 강의를 듣지 못하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해당 과목은 교재가 별도로 없어 배씨를 더욱 난감하게 했다.

배씨는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 중 상당수가 가상강좌를 수강하고 싶어 하지만, 자신이 느끼는 어려움 등을 이유로 수강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각장애 학생들이 가상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개선해 줄 것을 학교측에 수차례 요구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배씨는 강의 뿐 아니라, 학교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는 여러 가지 공지사항과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게시판, 인터넷 디스크와 전자 우편 시스템 등을 거의 이용하지 못한 채 2년 동안 학교를 다녔다고 덧붙였다.

배씨가 재학중인 대구대학교는 교육부가 지난 2003년에 발표한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평가’에서도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된 데 이어 올해도 최우수 대학으로 선정됐다.

교육부는 23일 ‘2006년 장애학생 교육복지 실태 평가’ 최우수 대학을 발표하면서 우수 대학 사례를 전국 대학에 홍보해 벤치마킹을 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씨의 말을 듣고 보면 교육부의 실태조사가 과연 당사자인 장애 학생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이날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는 배씨의 사례 등 181명이 신고한 교육 차별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CBS사회부 최경배 기자 ckbest@cbs.co.kr/에이블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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