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진리봉에 오르기 전에 라마식(무사히 등정을 위한 네팔정통의 의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영길

지난 4월 26일 사고로 팔 다리를 잃은 장애인들과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는 혼열인들이 네팔 히말라야 중앙부에 자리 잡고 있는 랑탕의 칸진리봉(4천700m)에 올랐다. 모두 손에 손을 잡고 앞에서 당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그렇게 히말라야로 갔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신체일부를 상실해 의족이나 의수를 착용한 절단장애인들에게 산행이나 오래 걷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특히 양다리를 잃은 절단장애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불의의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은 절단장애인들과 ‘혼혈과 순혈’을 이분화 하는 주변의 시선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었던 혼혈인들이 서로 도와 4천700m 고지를 오르면서 ‘혼자가 아닌 우리’를 확인하는 환희의 순간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번 등정에는 <사랑의 밥차> 연예인 대원과 7명의 멘토가 동행 했는데, 거벽 개척등반가로 유명한 산악인 김세준씨를 대장으로 절단장애인 대원과 혼혈인 대원, 그리고 스텝, 취재진 등 37명이 지난 4월 21일부터 29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으로 도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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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가 목표로 한 칸진리봉(4700m)에 오르기 직전. ⓒ김영길

절단장애인 대원 정상민씨가 셀파의 도움을 받으며 산에 오르고 있다. ⓒ김영길

4천700m 칸진리봉 정상에서 희망찾기

<2007 희망원정대>는 4월 12일 KBS 시청자 광장에서 발대식을 가진 후 용인에 위치한 석성산 예비 산행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을 돌입했다. 석성산 예비산행을 하면서 누구와 호흡을 맞춰 등정을 할지 멘토를 정했다. 4월 21일 인천공항에 집결해 29일까지 8박 9일간의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돌아왔다.

김영길(남·56·사진작가)씨는 예비산행부터 네팔 히말라야의 산행까지 아름다운 사진을 한 컷도 놓치지 않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다녔다. 앞서가서 대원들의 사진을 찍는가 하면 어느새 뒤에서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찰칵찰칵 누른다.

김씨는 사고로 오른 손을 상실한 절단장애인. 하지만 손이 없다고 못할 것이 없다. 부지런함과 열정은 그 누구도 따라오지 못한다. 지난해 캄보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해외 희망원정대 사진담당 역할을 맡은 그는 그의 마음만큼이나 따뜻한 세상을 전하는 매개체이고 싶다고 말한다.

이지연(여·22·한서대 재학 중)씨는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꿈이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2학년 때 철도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고, 육군사관학교 생도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자신의 의족을 스스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한서대 의료보장구학과에 수석입학을 한 그녀는 입학 때부터 3학년 현재까지 장학금을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이번 산행을 통해 자신을 이기고, 앞으로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의지를 키우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올랐다.

“누가 우리가 이곳에 오를 줄 알았겠어요. 하지만 우린 해냈어요. 앞으로 못할 것이 없어요.”

10m를 앞두고 정상까지 기어가는 절단장애인 대원 정상민씨. ⓒ김영길

양 대퇴 절단장애인인 진병휘씨가 안산상록경찰서 박종락 형사의 도움을 받으며 산을 오르고 있다. ⓒ김영길

목표 향해 한발 한발 실천하는 장애인들

정상민(남·34)씨는 만 3살 때 집 앞에서 놀다가 교통사고로 슬관절을 절단하고 의족을 착용했다. 초·중·고등학교를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진학을 앞두고 그는 대학이 아닌 직장을 선택했다.

딱히 진학하고픈 학과가 없는 대학에 가느니 기술을 배워 본인 스스로가 의족을 만들어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의수족을 만들어주고 수리해주자라는 생각으로 대학입학을 포기한 것이다. 그는 한 의지업체에 들어가 기술을 배워 의료보조기 기사자격을 취득했다.

의지업체의 사장님 소개로 만난 어여쁜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에게 장애를 가졌다는 것이 결코 부끄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도전하게 됐다는 그는 정상에 오르자 “이렇게 힘들게 올라온 만큼 앞으로 더 어렵고 힘든 일은 없을 겁니다. 혹 있다 하더라도 저는 해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남궁정부(남·69·장애인 구두제작자·서울절단장애인협회 부회장)씨는 자신이 장애인이 되지 않았더라면 ‘장애인 구두’를 만들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1995년 11월,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잃고 실의에 빠져있던 그는 우연히 손발보조기 상점에 들렀다가 주인에게서 장애인 구두를 만들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아 이 일을 시작했다.

2000년도에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그는 장애인에게 편안한 구두를 만들어주는 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희망 원정대의 최고령 나이로 히말라야에 도전했던 남궁정부씨는 장애인들에게 목표를 향해 한발 한발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올랐다고 한다.

댄스가수로 활동했던 이만복씨도 동행

지난 1993년부터 1995년까지 7인조 댄스그룹 잉크의 멤버로 활동했던 귀여운 외모의 흑인 혼혈아 이만복(34)씨는 토속적인 이름 ‘만복이’로 인기를 독차지 했다. 당시 그는 생김새와는 달리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는 사실 등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드라마 1.5>에도 출연하는 등 가수와 연기자로 많은 활동을 보여줬던 그는 현재 새로운 앨범을 준비 중이다. 이번 히말라야 산행을 통해 자신의 아이들에게 아버지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주고 싶어 산에 올랐다.

“처음에는 펄펄 날았는데 고산병이 온 것인지 계속 두통 때문에 힘들었어요.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안될 것 같아, 이를 악물었어요. 정상에 올라오고 나니 정말 포기하지 않고 잘 올라 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 뿌듯했어요.”

정상에서 사랑의 밥차 채성태 사장과 절단장애인 대원 진병휘씨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영길

정상에선 이만복, 고한우, 유승혁, 한민혁씨(왼쪽부터). ⓒ김영길

"혼혈인의 외모에만 관심 갖는 시각 바꾸고파…"

한국혼혈인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제임스에드워드 쇼부(43)씨는 주한미군 흑인 장교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현재 가수로 활동 중이다. 고교시절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집단따돌림을 당하던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무명가수로 떠돌았는데 "혹시 누가 놀릴까봐 항상 긴장 속에 살았고, 열등감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가수가 되기 전엔 공장 10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던 아픔을 갖고 있는 그는 이번 히말라야 산행을 통해 혼혈인의 외모에만 관심을 갖는 일반인의 시각을 바꿔놓고 싶다고 말한다.

‘오, 진아’ ‘아가씨’ 등의 히트 곡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혼혈가수 박일준(53)씨는 70~80년대를 풍미한 인기가수! 그는 이번 히말라야 산행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첫날은 제가 제일 꼴찌였어요. 조금 걷다가 쉬고 조금 걷다가 쉬고 그러다보니 더 힘들었어요. 여기서 포기하면 나를 보고 따라온 후배 혼열인들의 기를 꺾는 것 같아 다음날부터는 페이스를 놓치지 않고 보폭을 조절해 걸었더니 어느새 정상에 올라 왔더라고요. 힘드니까 포기 하라고 했는데, 정상에 올라와보니 내가 해냈구나 하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아홉살 관우군에게도 소중한 산행

원정대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김관우(남·9)군. 처음에는 철없이 행동하는 모습에 ‘아이는 아이구나’, ‘저렇게 어린아이가 어른들도 올라가기 힘든 곳을 올라갈 수 있을 까’라는 염려 반 걱정 반이었지만, 산행 내내 정말 잘했다.

때론 고산증세 때문에 머리도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함께한 멘토가 대화를 시도하고, 관심을 쏟자 하루하루 달라졌다. 이런 관우군의 모습에서 ‘관심’이란 아이나 어른이나 어느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따로 또 같이!' 함께 한 사람들

<2007 히말라야희망원정대>에는 장애인 대원과 혼혈인 대원을 적극 지지하는 멘토들이 많다. <사랑의 밥차> 자원봉사자 연예인들. <야인시대>, <서동요> 등에 출연한 탤런트 이일화씨, ‘암연’으로 유명한 가수 고한우씨, <하루에 열두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유승혁씨, 최근 CF모델로 인기를 얻고 있는 김혜진씨가 함께 했다.

그리고 안산시 상록경찰서 박종락 형사, 현대홈쇼핑 김주환 과장, 현대홈쇼핑 쇼호스트 신영씨,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 전대수씨 등이 멘토로 참여해 희망과 성공을 함께 나눴다.

특히 이번 산행은 현대백화점 사회복지재단, 현대홈쇼핑에서 행사진행비 일체를 후원하고, 코오롱스포츠에서 등산장비를 협찬해주었기에 가능했다. 기업의 사회공헌이 무엇인지 톡톡히 알려준 사례였다.

2007 히말라야 희망원정대의 8박 9일간의 등반과정은 오는 18일 11시5분부터 12시까지 KBS 1라디오(FM 97.3MHz)에 방송되고, 14일부터 18일까지 KBS 2TV <생방송 세상의 아침>에서 5회 연속 방영된다.

[리플합시다]복지부 활동보조서비스, 무엇이 가장 불만입니까?

편견을 깨고 함께 한 희망원정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정상에 올랐다. ⓒ김영길

*김진희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서울절단장애인협회 회장, KBS 리포터 등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 만나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칼럼리스트 김진희씨는 지난 97년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를 당하기전 280명의 원생을 둔 미술학원 원장이기도 했던 필자는 이제 영세장애인이나 독거노인들에게 재활보조기구나 의료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있으며 장애인생활시설에 자원봉사로 또 '지구촌나눔운동'의 홍보이사로 훨씬 더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 필자는 현재 방송작가로 또 KBS 제3라디오에 패널로 직접 출연해 장애인계에는 알려진 인물이다. 특히 음식을 아주 재미있고 맛있게 요리를 할 줄 아는 방년 36살 처녀인 그녀는 장애인 재활보조기구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주는 사이트 deco를 운영하고 있다. ■ deco 홈페이지 http://www.uk-orth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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