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작업의 실체는 흙 쌓아 경사로 만들기가 전부인가? 인권위는 이를 두고 현지여건을 두고 최대한 보완했다고 결론내렸다. <에이블뉴스>

대전시 갑천 및 유등천 산책로에 설치된 화장실 10개동이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판결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인권위는 편의시설을 설치해야할 법적 근거가 없을 뿐더러 진정이후 6개동은 최대한 보완을 했고, 나머지 동은 위치 특성상 보완이 불가능해 차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인권위가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블뉴스는 과연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는 판결에 걸맞게 화장실이 제대로 고쳐진 것인지, 진정이후 개선작업은 정말 있었던 것인지 집중 취재했다.

②진정이후 개선 작업은 정말 있었던 것일까?

“본 진정이 게기된 후, 우안에 설치된 화장실 5개동 중 3개동과 좌안에 설치된 2개동 중 1개동을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현지 요건을 고려해 최대한 보완했다.”(국가인권위원회)

“유등천 및 갑천의 수세식 화장실 중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 화장실은 피해회복이 이뤄져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로 판단된다.”(국가인권위원회)

“화장실을 전부 돌아봤다. 인권위는 최대한 보완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봐서는 도대체 어디를 보완했다는 것이 알 수가 없었다. 우리가 보기에는 전혀 한군데도 손댄 곳이 없었다.”(대전시편의시설설치시민연대)

“단순히 화장실입구 부근을 계단이 아닌 램프(Ramp)의 형태로 개조했다는 사실만으로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현지여건을 고려해 최대한 보완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화장실문화시민연대)

“최대한 보완했다?” 조사결과 신뢰도 의문

대전시편의시설설치시민연대 김덕호 회장은 대전시측이 개선한 점이 있다면 화장실 주변에 플라스틱 노끈을 설치한 것이 전부라고 지적했다. <에이블뉴스>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인권위는 “최대한 보완했다”고 말하고 있고, 시민단체들은 “고친 게 하나도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인권위의 판결이 나온 이후, 대전시 갑천 및 유등천 산책로에 설치된 화장실 10개동을 직접 둘러본 대전시편의시설설치시민연대 김덕호 회장은 “인권위의 조사 결과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화장실 중에 한 곳은 언덕 위에 설치돼 있어서 술 취한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밑으로 떨어질 위험이 있어 보이더라. 그곳에 플라스틱 노끈으로 못 들어오게 막아놓았는데, 내가 보기에는 뭔가 대전시에서 고친 것이 있다면 그것이 전부”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한 박종태씨도 “진정하기 전과 진정을 하고 난 이후에 화장실이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인권위가 어떠한 근거로 ‘최대한 보완했다’라는 결론을 내린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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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현장 조사를 다녀온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화장실 주변에 흙을 쌓아 경사로를 만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대전시측에서 고쳤다고 이야기하니까 믿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측은 현장조사 보고서에서 “휠체어 장애인들이 화장실 각 부스에 들어갈 수 없는 크기의 출입문이 설치돼 있고, 출입문도 미서기 형식이 아닌 미닫이 형식으로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문의 개폐가 불가능한 실정이었다”면서 “램프 형태로 개조했다는 사실만으로 현지여건을 고려해 최대한 보완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측은 이외에도 “휠체어 장애인이 차량을 이용해 이동 중 화장실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화장실이 도로와 인도 사이의 높이에 의해 휠체어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즉 나팔구의 위치가 화장실과 많이 이격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사용이 매우 어렵다.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시측 “자연친화적으로 보완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화장실은 대전시청 하천관리사업소에서 관리하고 있다. 대전시청 하천관리사업소측은 “개선 작업이 없었는데 있다고 했겠느냐? 장애인들이 보기에 부족한 점이 있을 수 있는데, 진입로를 자연 친화적으로 시멘트를 사용하지 않고 보완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권위에 진정이 제기된 이후, 개선작업이 실제로 있었다고 하더라도 화장실 진입로를 흙으로 쌓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접근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개선작업의 전부인 셈이다. 정작 화장실 문이 좁아 휠체어 장애인이 들어갈 수 없는데도 말이다. 이를 두고 인권위는 “피해회복이 이뤄져 별도의 구제조치가 필요하지 아니한 경우”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인권위 '대전시 공식답변 근거해 결론' 인정

인권위가 말하는 최대한 보완한 화장실. 인권위는 현장조사를 해놓고도 대전시의 답변서에 근거에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에이블뉴스>

그렇다면 인권위측은 직접 현장조사를 통해 결론을 내린 것이 맞은 것일까? 진정인 박종태씨는 이 부분을 확인하기 위해 인권위 직원들과 면담을 가졌으며, 조사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 진정내용에 대한 이의제기 등도 진행했다.

최근 박씨는 인권위 조영황 위원장 명의의 전자 서신을 받았다. 기각 결정문에서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보완했다고 돼 있으나 실제로 확인해 본 결과 고친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이의제기에 대한 회신이었다.

이 서신에 따르면 조사담당자는 2006년 1월 20일, 3월 13일 두 차례 현장에 직접 가서 확인을 하고 사진촬영을 했다. 일단 현장조사가 있었다는 점은 확인이 된 셈이다. 하지만 ‘최대한 보완했다’는 결론에 대해서는 대전시측의 공식답변에 근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6개동 화장실을 고쳤다는 것은 대전광역시 하천관리사업소가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제출 요구에 따라 보내온 공문에-기 설치된 수세식화장실 10개동 중 6개동에 대하여는 휠체어를 이용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보완했으며-라고 기재된 공식답변에 근거한 것임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아무튼 경위야 어찌됐든 간에 장애관련 진정사건의 경우, 관련 법 규정을 존중하고 현실적 여건을 감안한다하더라도 이에 따른 권리의 제한이 예상될 경우에는 피해자 인권보호의 관점에서 깊이 고려하도록 노력하겠으며, 아울러 현장조사시 진정인 등 이해관계자를 입회하는 등 보다 신뢰성 있는 조사활동이 되도록 조사관 등 직원들의 업무를 채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진정인 박종태씨는 “현장조사를 해놓고도 제출된 자료에 근거해 ‘보완했다’고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스스로 현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며 “인권위가 무엇을 믿고 이렇게 어이없는 행태를 벌이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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