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3가 역 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규격외 제품 음성유도기. 이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직원이 점검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현장점검/지하철역 음성유도기 관리 실태

을지로 3가역, 동묘역, 회기역, 덕소역, 동인천역, 주안역, 제물포역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가 설치돼 있지만, 여러 개가 동시에 울려 혼동이 주고 음질도 좋지 않아 되레 소음이 되고 있다. 국민들 혈세가 낭비가 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5월 24일 중앙선 회기역에서는 한국철도공사 통신담당직원과 한국철도시설공단 통신담당직원 중앙선 통신감리단장, 음성유도기 설치 업체(우인 이엔아이) 관계자 등 6명이 음성유도기를 점검하였다. 이날 역시 동시에 울려 혼동이 되고 소음이 심하고 음질이 좋지 않은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날 참석한 당국 관계자들은 음성유도기 설치 업체인 우인 이엔아이측에 드러난 문제점을 시정,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오는 6월 15일 오후 2시에 재점검하기로 서류를 작성하고 사인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직원이 을지로3가역의 음성유도기를 점검했는데, 이때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음성유도기 인증을 받은 제품과 불법제품, 규격외제품이 함께 설치돼 있었고 음성유도기 여러 개가 동시에 작동되어 소리를 식별하기 어려웠으며, 심한 소음이 있었던 것.

음성유도기의 성능을 검사하고 인증하는 기관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측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면서 “기계자체를 검사할 당시에는 문제가 없었던 제품들인데 설치 현장에서는 왜 이러한 반응을 나타내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을지로 3가역에 설치된 시계모양 음성유도기. 이는 인증제품이다. 이 역에는 인증제품과 불법제품이 뒤섞여 설치돼 있다. <에이블뉴스>

이번 실험 결과는 서울메트로측이 음성유도기를 설치만 하고, 제대로 검수를 실시하지 않으며 불법제품이 설치되는 것도 방치하고 있다는 증거가 됐다. 하지만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는 단속권한이 없다고 방관하고 있으며, 중앙전파관리소 서울북분소에서는 점검은 하지만 수신기라서 단속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서 각종 문제가 제기되자 정보통신부 전파연구소는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법규를 고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방송국 기자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측은 ‘문제가 없다’면서 ‘리모컨을 두 번 눌러 혼동이 생긴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두 번을 눌렀다고 오작동 하는 것이 문제가 있다. 가장 가까운 음성유도기 하나만 작동을 하도록 설계했어야 한다” 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유도기가 정상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늦었지만 정기적인 정밀 검진과 설치 업체들을 관리할 관련법규가 조속히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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