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당시 오원식씨가 탔던 문제의 휠체어 리프트. <에이블뉴스>

현장추적/회기역 휠체어리프트 추락사고

4년 전 5월 19일, 지하철 5호선 발산역에서 1급 중증장애인 윤재봉(63)씨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수많은 장애인들이 안전시설 미비에 대해 당국에 항의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성과가 발생했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제2, 제3의 발산역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전동스쿠터를 이용하는 오원식씨가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지난 4월 30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청량리 지하철 1호선 회기역에서 지체장애인 2급 오원식씨가 전동스쿠터로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갈비뼈 등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고 상계동 을지병원에 입원 가료 중이다.

이날 오씨는 남북한장애인걷기대회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공원에 가기 위해 집 부근 1호선 월계역에서 열차를 타서 회기역에 도착, 용산 방면으로 환승하기 위해서 공익근무요원의 협조를 받아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던 중에 사고를 당했다.

전동스쿠터에 탄 채로 크기가 작은 휠체어리프트에 올랐는데, 자동 안전바가 내려오다가 전동스쿠터 바구니에 걸려서 내려오지 않았다. 전동스쿠터를 작동해 뒤로 조금 후진해도 안돼서 불편한 몸으로 몸을 숙이고 바구니를 떼어내려고 하다가 그만 전동스쿠터 작동 스위치를 건드리면서 전동스쿠터가 앞으로 돌진해 계단으로 추락한 것이다.

당시 공익근무요원은 전동스쿠터를 잡고 있어서 함께 넘어질 뻔했으나 옆에 있던 승객이 잡아 주어 사고를 면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바구니를 철거하는 동안에 공익근무요원은 무엇을 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회기역 휠체어리프트를 자세히 살펴보니 안전 고리가 보이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손이 불편해 스위치 오작동을 방지하기 위해서 안전 고리를 설치하도록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에 요청했는데 4호선 동대문역 환승지역 휠체어리프트를 살펴보니 안전 고리가 2개나 달려 있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 지원기술팀 관계자에게 ‘휠체어리프트 안전 고리가 의무사항인지 문의하니 의무 사항’이라고 하면서 관련 법규를 알려줬다. 아래 내용은 경사형 휠체어리프트 검사기준이다.

개정 : 기술표준원고시 제2001-598호(2001.10.13)

1. 적용범위

이 기준은 승강기제조및관리에관한법률 제13조제3항 및 동법시행령 제14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건축물이나 공작물에 부착되어 일정한 승강로를 통하여 사람이나 화물을 운반하는데 사용되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및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편의증진보장에관한법률 제8조 및 동법시행령 제4조의 규정에 의하여 설치하는 휠체어리프트에 대한 안전검사를 실시하는데 적용한다

9.4.6.3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의 보호대

경사형 휠체어리프트는 반드시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사용하여야 하며 진입시 추락방지를 위한 탈착 가능한 보호대를 설치하여야 한다

상계동 을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오원식씨. <에이블뉴스>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 지역본부 건축분야 담당자에게 안전 고리가 설치가 왜 안됐는지를 문의하니 잘 모르고 있었다. 이 담당자는 사고가 난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한 신우프런티어 이사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이 이사에게 다시 문의하니 ‘밑의 봉을 꺼내서 설치를 하도록 되어 있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그 제품은 대구 지하철에만 설치돼 있고 서울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는 제품이라고 말하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업체 사장에게 다시 전화를 해서 문의하니 ‘자동 안전바가 있다면 안전고리는 설치 안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확인하기 위해 승강기안전관리원에 다시 문의하니 처음 입장과 다르게 자동 안전 바가 있으면 안전 고리를 설치안해도 된다고 답변했다.

법령에는 탈착 가능한 보호대를 설치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안전 바는 고정식이지 탈착이 가능한 제품이 아니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설치하기 시작한 300kg 이상용 휠체어리프트는 안전바가 자동인대도 앞바퀴가 못나가게 방어턱이 있는데 그러면 방어턱이 없어도 되는지 문의하니 ‘없어도 된다’고 답했다. 어처구니 없는 답변 이었다.

법령을 만든 산자부 기술표준원 담당자에게 문의하니 ‘잘 모르겠다’면서 승강기안전관리원 관계자를 소개시켜줬다.

이 글을 쓰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 지역본부 건축분야 관계자와 다시 통화를 했다. 장애인을 전동스쿠터의 크기에 맞지 않는 작은 휠체어리프트에 태우고 안전 고리도 부착하지 않은 채 조작하도록 해서 사고가 난 것이 아니냐고 물으니 이 관계자가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장애인이 휠체어리프트 이용을 하면서 장난을 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책임질 것을 요청하고 1호선 회기역을 통해 사고 현장에 있었던 공익근무요원에게 사실 확인을 해봤다. ‘장난이 있었느냐’고 물으니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답했다.

사고 후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원구 곰두리봉사대장이 항의해서 보험처리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모든 잘못을 장애인에게 떠넘기기 위해 없는 일도 만들어 덮어씌우고 있는 한국철도시설공단측의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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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4호선 환승역에 설치된 휠체어 리프트. 안전고리가 있고 안전 띠를 매어 달라는 선명한 문구가 있어 사고를 일으킨 회기역 휠체어 리프트와는 큰 비교가 된다. <에이블뉴스>

창동역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 가장 최근에 설치된 휠체어리프트로 스쿠터를 이용하도록 크기가 커지고 추락을 방지하는 방어턱이 바닥에 있다. 회기역 리프트와 비교가 된다. <에이블뉴스>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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