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는 14일 서울시청 앞에서 ‘2022 서울시 장애인 권리 예산 쟁취 투쟁’을 선포했다. 서울시청을 한 바퀴 도는 투쟁을 펼치고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울시가 약속했던 ‘장애인 탈시설 지원 조례’ 제정 계획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5년내 800명 대상 탈시설 추진 약속도 종결 1년을 앞두고 40.5%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는 14일 서울시청 앞에서 ‘2022 서울시 장애인 권리 예산 쟁취 투쟁’을 선포하며, 오세훈 시장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온라인으로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든 탑’ 5개년 탈시설 추진계획 뒤엎다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2009년 오세훈 시장 재임 당시, 마로니에 8인 농성을 계기로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탈시설장애인을 위한 ‘자립생활가정(자립생활주택)’ 운영을 시작했다.

10년 후인 2019년에는 ‘제2차 5개년 장애인 거주시설 탈시설 추진계획(2018~2022)’을 전면 수정해 ▲5년 내 800명 탈시설 추진 ▲탈시설정착금 인상 ▲지원주택 등 탈시설장애인 주거서비스 확대 ▲장애인 탈시설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추진계획 종결을 1년 앞둔 현재, 서울시의 탈시설 지원 이행실정은 6월 기준 총 324명으로, 40.5%에 그치고 있다. 3월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약속도 뒤엎은 상태다.

서울장차연은 “지난 8일 공동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서울시는 ‘전국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부모회’ 측의 입장을 거론하며 탈시설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현했다”면서 “실질적으로 연내 조례 제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위드 코로나요? 왜 최중증장애인은 같이 못 사냐!”

서울장차연은 탈시설은 UN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권리로, 오세훈 시장의 태도는 시대를 역행하고 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에 장애인 탈시설 권리를 인정하고, 발달 중증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형숙 회장은 "2008년 당시 오세훈 시장은 이 사회가 거주시설 장애인이 나와서 살 수 있는 정책이 없으니, 그냥 시설에 있으라고 했지만 우리는 이후 열심히 투쟁해서 자립생활 정책들이 생겨났다"면서도 "시 공무원은 1년에 100명씩 탈시설 하는 것이 맞겠다고 한다. 지금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이 2530명인데 25년씩 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회장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거주시설 2530명에 대해 10년 내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세훈 시장도 6월에 만났을 때 2008년보다 많이 탈시설 정책이 발전해서 좋다고 하시지 않았냐“면서 ”여기서 멈추지 않도록 자립생활 정책을 반드시 예산에 편성하라"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박경석 이사장은 “탈시설을 권리로 인정한다는 것은 아무리 장애가 심할지라도, 지역사회에서 24시간 같이 사는 것”이라면서 “위드 코로나라고 하면서 왜 최중증장애인은 같이 못 사냐. 그들과 함께 살 수 있게 24시간 지역사회에서 시간표를 짜는 투쟁을 같이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 국제사회 고발 경고

한국장애포럼 최한별 사무국장은 오세훈표 서울시 장애인 정책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모두 위반하는 것이라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제사회에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최 국장은 "오세훈 시장은 '서울비전 2030'을 발표해 서울시민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서울시를 기대했으나 탈시설 예산 다 뒤엎고 도시경쟁력 올릴 수 있겠냐“면서 ”경쟁력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 다 치우면 경쟁력이 올라가냐. 언제까지 쌍팔년도식으로 할 거냐"고 질타했다.

이어 최 사무국장은 "장애인권리협약 제4조에는 장애를 이유로 한 어떠한 형태의 차별 없이 장애인의 모든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실현을 보장하고 촉진하기 위한 의무를 부담하도록 나와있다. 오세훈 시장의 시정과 하나도 맞지 않다"면서 "장애시민의 말을 우습게 듣지말고 귀 기울여 들여서 협약을 지켜달라. 지키지 않을 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제사회에 고발해 알릴 것"이라고 피력했다.

야마가타 트위스터가 신곡 ‘들어라 오세훈!’을 열창하고 있다.ⓒ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오세훈 들어라” 서울시청 한 바퀴 투쟁까지

“오세훈 들어라/ 장애인의 삶을 가두는 시설에서 다 나와라

오세훈 들어라/ 장애인의 삶의 차별의 벽을 이제 다 허물자.”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서울장차연 활동가들은 “오세훈 시장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명시된 탈시설 권리를 인정하라”면서 서울시청을 한 바퀴 도는 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은 서울시청 한 바퀴를 돌면서 야마가타 트위스터의 신곡 ‘들어라 오세훈!’을 불렀다.

박경석 이사장은 중간중간 마이크를 잡고, “탈시설 한다면서 왜 못합니까. 이게 말입니까 똥입니까, 똥입니까 말입니까”, 탈시설 지원 조례를 연내 제정하라"라고 외쳤다.

이들은 투쟁 끝 28일 복지정책실장과 면담을 진행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기획조정실과의 면담 여부는 17일까지 전달받기로 했다. 만약 답변이 없을 시, 추석당일 오세훈 시장 자택을 찾아가 '친절하게' 면담 약속을 잡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장차연이 서울시에 압박하는 11대 예산요구안은 ▲재난시대 장애인지원정책 마련 ▲장애인 탈시설권리 정책강화 ▲장애인 노동권_권리중심공공일자리요구안 ▲장애인 이동권 보장 ▲장애인 자립생활 권리보장 ▲장애인 평생교육권리보장 ▲의사소통·보조기기 권리보장 및 베리어프리 강화 ▲장애인 문화예술권리보장 ▲발달장애인권리보장 ▲장애여성인권 ▲장애인 건강권 등이다.

기자회견 이후 전달된 11대 예산요구안.ⓒ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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