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대형마트와 상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두고 기나긴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소희 씨의 아들 A씨(33세, 지체장애)는 지난해 4월 회사의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업무배치로 인한 상해임을 주장하며 대형마트와 점장, 인사파트장, 검품파트장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007년 8월 군대에서 요추 4-5번 추간판탈출증으로 수술을 받고 이를 근거로 종전 지체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그는 대형마트가 2017년 2월 공고한 장애인 특별채용 전형에 응시해 그해 4월 6일 회사에 입사했지만, 검품파트에 배치돼 일하던 중 요통이 심해지고 방사통까지 생겨 2017년 5월 8일 병원에 방문했고 결국 일주일 뒤 입원했다.

악화된 허리 상태로 인해 입원 치료 및 통증 완화 시술을 받았으며 2017년 8월부터는 대도시 의료기관에서 10회 이상 통원치료를 받아야만 할 정도의 고통에 시달렸다.

A씨는 이 상해가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부당한 업무배치로 인한 상해라며 법정의 판결을 구했다. 일실수입 손해와 치료비, 필요경비, 위자료를 요구했다.

대형마트는 사용자로서 A씨의 장애 내용 및 정도를 고려해 장애 부위에 과도하게 무리가 가지 않는 작업을 수행하는 부서에 배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지만, 이를 무시한 채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장시간 반복할 수밖에 없는 부적절한 물품 하역 및 분류 작업을 주로 수행해야 하는 검품파트에 배치해 허리에 과도한 충격과 무리가 가해지는 작업을 수행토록 했다는 주장이다.

이소희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가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나서게 된다면 현재 대형마트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 근로자에 불이익이 가거나 장애인 특채가 사라질까 겁이나 참아왔지만, 아들이 몇 년을 정신적, 신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하기에 가족들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형마트는 준비서면을 통해 검품파트 부서배치는 A씨와의 면담을 통해 의사에 따라 진행했으며 장애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또한 짧은 근무 기간 중 여러 차례 상태를 물었지만 언제나 괜찮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기에 다른 조치를 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검품파트에 척추장애인을 배치하는 것이 그 자체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은 차별행위가 아니며, 검품파트는 업무 조정을 통해 척추장애인이 충분히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고 만약 장애인 직원이 요청하는 경우 타 부서로의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A씨가 이 사건 상병에 대해 2회에 걸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급여 신청을 한 바 있으나 업무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불승인 된 바, 업무 내용과 상병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판단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1심 재판부는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비춰 봤을 때 A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대형마트가 차별행위 등 불법행위를 했다거나 병증이 근무로 인해 발생 또는 악화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A씨가 고중량물의 상하차 작업을 주로 수행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한 팔레트를 발로 차올려서 적재하도록 하는 업무방식이 허리 병증을 유발했다는 취지의 주장은 법원에 제출한 기재만으로는 이러한 방식의 업무 방식을 요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특히 대형마트에서 근무한 이후 진단된 병명은 ‘추간판 변성에 의한 요통, 요추 4-5간’. ‘추간판탈출증 요추5-천추1’ 등인데, 이 요추 4-5간 부위는 A씨가 2007년경부터 수술 또는 진료받은 부위이며 실제로 근무한 기간이 26일에 불과한 점, 입사 다음날부터 허리 통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A씨의 병증이 새로 발병했다기보다는 기왕증에 의한 증상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준비서면(항소이유서). ⓒ이소희 씨

이러한 판결에 대해 A씨는 지난 10일 원심판결은 심리미진, 사실오인, 법리 오해를 이유로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품파트 배치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근무 전에는 없던 요통과 방사통으로 소견서를 제출하고 입원에 이르기까지 일주일간 대형마트는 다른 부서 배치 등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

또한 해당 마트가 고중량물 상하차 작업, 팔레트를 발로 차올려 적재하도록 하는 업무방식을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판결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인정된 업무 방식을 외면하고 대형마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는 판단에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이유다.

아울러 2008년 허리 통증으로 진료를 받고 대형마트에 입사하기 1년 전에도 허리 통증으로 진료를 받은 것은 교통사고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 병증이 기왕증이라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소희 씨는 “합의나 화해 결정 권고도 있었지만, 이렇게 일을 마무리 지으면 장애인 차별이라는 사건이 그대로 묻힐까 봐, 또 우리가 그저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로 낙인찍힐까 봐 모두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1심 재판부가 우리 측 증거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모든 장애인들을 위해서라도 진실을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공정한 판결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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