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CBS 박현호 기자

지적장애인 일가족의 신분을 세탁해 기초생활수급비 등 억대 국고보조금을 가로챈 파렴치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청남경찰서는 16일 장모(76)씨를 사기와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1999년 10월 지적장애인인 이모(당시 30세, 여)씨와 이 씨의 딸(당시 5세), 아들(당시 3세)의 신분을 자신의 딸과 손자.손녀로 호적에 올린 뒤 13년 동안 기초생활수급비와 자활근로비 등 1억 5,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당시 의사가 발급한 '출생증명서'가 없더라도 보증인만 세우면 호적신고가 가능했던 점 등을 이용해 이 같은 짓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1998년 초 두 번째 처와 이혼해 직업 없이 혼자살던 장 씨는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이 씨의 일가족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장 씨는 일가족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 가 동거생활을 시작했고 이 때문에 이 씨는 전 남편과 이혼까지 하게 됐다.

이후 장 씨는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딸로 이 씨의 호적을 바꾸고 이 씨의 딸과 아들은 손자와 손녀로 호적을 각각 이중 등록해 세대를 구성했다.

이 같은 신분 세탁은 장 씨가 이 전에도 전력이 있어 가능했다.

장 씨는 1982년 사망한 첫번째 부인과 사이에 태어난 큰 딸이 호적을 늦게 올려 호적상 10살에 불과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시집을 보낼 수 없자 나이를 8살 올려 호적을 이중 등록했다.

장 씨는 이렇게 새롭게 생긴 큰 딸의 호적을 이용해 뒤늦게 만난 지적장애인 이 씨의 신분을 또다시 세탁했다.

하지만 장 씨의 범행은 이 씨의 딸이 성인이 되면서 무려 13년 만에 들통이 났다.

이 씨의 딸은 최근 주민등록증을 두 차례나 발급 받게 됐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동사무소 측의 제보로 이 같은 황당한 범행도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청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이 씨의 딸과 아들은 최근까지도 장 씨를 아버지라고 불러 왔다"며 "장 씨는 이 씨가 장애등록이 안 된 점 등을 이용해 공공근로까지 시켜 보조금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들이 불쌍해 함께 살려고 그랬다"며 대부분의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장 씨가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하는 한편 신분세탁 과정에서 브로커나 공무원 개입 여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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