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CBS 강민정 기자
휠체어 없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장애인이지만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거나 더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
장애인 날을 맞이해 부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뇌병변 장애 1급 이하나(21)씨를 만나봤다.
자그마한 체격에 구불구불 긴 파마머리, 흰 피부의 이하나 씨는 여느 여대생과 다를 바 없는 앳된 얼굴의 20대지만, 전동 휠체어 없이는 학교 수업을 받는 것도 집밖에 나서는 것조차 힘든 뇌병변 장애 1급이다.
비장애인이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는 10cm 보도턱 앞에 이 씨의 휠체어는 꼼짝없이 묶여버리고, 아예 차도로 가야 할 경우도 태반사지만 이 씨의 얼굴에는 넉넉한 미소가 끊이질 않는다.
"안 웃을 이유가 없잖아요. 제가 장애인이라서 낙담할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제 스스로가 인정하면 돼요. 그럼 슬플 일이 없죠"
이 씨에게서 당당함이 느껴졌다.
이 씨는 어머니의 임신중독으로 선천적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항상 자신을 지지해주는 부모님 덕에 매사 어려움을 기회로 극복하는 긍정적 마인드의 소유자가 됐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선생님이 제 겉모습만 보고 저를 특수반으로 보내는 거예요. 제 몸이 장애라고 제가 푼 시험지가 장애는 아니잖아요. 그래서 공부에 전념했어요."
점수화 되는 객관적인 시험에서 만큼은 장애와 비장애가 구분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공부에 매달린 이 씨는 초·중·고 내내 상위 10%안에 들었다.
우수한 성적으로 지난 2010년에는 당당하게 부산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거나 더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평소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더 다가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항상 당당한 이 씨에게도 좀처럼 극복 할 수 없었던 좌절이 입학 이후 찾아왔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돌보는 복지관 수십여 곳에서 이하나 씨의 봉사 활동을 거절한 것.
"거절이라는 게 사람을 위축되게 만들어요. 뇌병변 복지관뿐만 아니라 장애인 관련 시설 수십 곳에 전화를 걸어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했지만, 처음에는 바로 오라고 해놓고 제가 장애인이라면 연락을 뚝 끊더라고요. 그럴 때 참 장애에 대한 편견의 벽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나 포기할 줄 모르는 끈질긴 노력 끝에 2년여 만에 지난 3월, 이 씨는 어린이 재단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면 이뤄진다'는 자신의 신념을 매일같이 되뇌인 덕분이다.
장애를 딛고 장애인과 빈곤층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길 바라는 이 씨의 꿈을 향한 도전은 오늘도 계속된다.
kmj@cbs.co.kr/에이블뉴스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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