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지적장애를 이유로 놀이기구의 탑승을 제한한 에버랜드에 손해배상금 지급과 함께 가이드북의 탑승제한 문구수정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태수)는 4일 지적장애 아동 2명과 이들의 부모 4명 등 총 6명이 에버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주식회사 제일모직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 제일모직은 원고 A씨, B씨에게 각 300만원씩, 이외 4명에게는 각 1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가이드북의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은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하여 탑승 시 자신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은 분은’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앞서 지적장애 2급인 A씨(당시 만14세)는 지난해 6월 15일 부모와 함께 에버랜드에서 우주전투기를 타려고 했다가 “지적장애인은 부모와 함께 탑승해도 놀이기구 이용이 금지된다”며 하차를 요구 당했다.

지적장애1급인 B씨(당시 만 11세) 또한 같은 해 8월 같은 일을 당했다. 가족과 함께 우주전투기를 탑승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직원이 지적장애 여부를 물어봤고, 지적장애를 밝히자 탑승할 수 없다고 한 것.

이에 지난해 12월 19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이하 희망법)은 경기도장애인인권센터와 함께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에버랜드(제일모직 주식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차별시정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하지만 법정공방은 ‘평행선’만 그었다. 지난 3월 1차 변론기일에서 제일모직은 “안전조치”라고 주장한 반면, 희망법은 “탑승제한은 비합리적”이라며 맞섰으며, 지난 5월 2차 변론을 통해서도 또 한번 서로의 입장만을 확인해야만 했다.

특히 서로의 입장차가 명확한 부분은 더욱이 에버랜드가 안전을 이유로 일부 놀이기구 이용 제한을 안내한 ‘가이드북’이었다.

당시 가이드북에는 “우주전투기는 탑승 중 보호자의 통제가 어렵고 안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은 보호자가 동반해도 이용하실 수 없습니다”라며 장애인 차별 요소가 명확했던 것.

이후 5월 에버랜드는 “우주전투기는 탑승 중 보호자의 통제가 어렵고 안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정신적 장애가 있으신 분은 탑승 전 근무자에게 먼저 문의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수정했다.

그럼에도 희망법은 여전히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소지가 있으므로 또 한 번의 수정을 요청했고, 6월 재판부가 “우주전투기는 고공에서 빠르게 회전하는 시설로 자신의 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는 탑승 전 근무자에게 주의사항을 문의하시길 바랍니다”로 수정하는 내용으로 화해권고결정을 내렸지만 불성립된 바 있다.

희망법 김재왕 변호사는 판결과 관련 “법원이 차별행위를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가이드북 문구는 수정되는 것 보다는 삭제되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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