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성장애인연대 유영희 대표. ⓒ유영희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대구 동촌유원지에서 전국평생학습축제가 열렸다.

(사)전북여성장애인연대는 전주시 대표로 참가하게 되어 10일 26명이 버스를 대절, 대구를 방문했다. 휠체어를 타야하는 중증이 1명, 스틱을 짚어야 하는 분이 3명이었으며 전원 여성장애인이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어렵사리 행사장 입구 국밥집에 자리를 잡았다. 타고 온 관광버스를 주차할 곳이 없어 기사님은 대형버스로 한참을 헤매다 겨우 주차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학습동아리 공연장으로 가려면 행사장을 가로지르고 삽다리를 건너야 한단다. 그런데 거동이나 보행이 불편한 장애인이다 보니 그 거리를 걸을 수가 없었다. 함께 했던 일행이 이동권 확보를 위해 답사를 했지만 결국 걸어서 갈 수 없음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문제는 대절했던 버스를 식당 바로 앞에 댈 수가 없어 길을 건너서 타야 했다. 교차로에는 헌병전우회 복장을 한분들이 원활한 차량흐름과 도로를 건너는 보행자를 위해 호르라기를 불며 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한참동안 헌병전우회가 보내줄 수신호를 기다리는데 회원 누군가가 차도로 내려섰던 모양이다.

“아줌마! 거 올라가 있어.”

교차로 한가운데 있던 헌병전우회 한사람이 호르라기를 불며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며 뒷말을 잘라 먹었다. 군말없이 건네줄 신호만 기다리고 있는데 좀전 헌병전우회 회원이 또 소리를 지른다.

“아줌마! 일렬로 줄을 서요. 그리고 호르라기 불면 일시에 싹 건너가요.”

그곳에 서 있던 회원들의 나이가 50대를 넘어 60대까지 있는데, 대낮 인도에서 길을 건너기 위해 유치원생들처럼 일렬로 줄을 서란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투가 분명했지만 공연시간에 맞추어 행사장까지 가야할 상황이라 그냥 참았다.

길을 건너고 한참 후에야 버스가 도착했다. 우리의 사정을 아는 기사는 큰길가에 차를 세우려했다. 좀 전의 헌병전우회가 또 다시 신경질적으로 호르라기를 불며 차 옆으로 다가왔다. 바로 곁에 서 있는 사람의 귀청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힘껏 호르라기를 불며 차를 빼라고 소리를 질렀다. 기사는 행사장 안쪽으로 차를 뺀후 차문을 열었다. 좀 전 헌병전우회원이 차문을 막고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여기 업고 있는 중증장애인 한사람만 태우게 해주세요.”

“다 필요 없어요. 무조건 빼라면 빼!”

부탁하던 내 팔을 거세게 밀치며 오만 인상을 다 쓰고 소리소리 지른다. 차문을 막고 인상을 쓰며 소리를 지르던 시간이면, 업고 있던 중증장애인을 충분히 차에 태우고도 남았을 것이다. 결국 차를 앞으로(실갱이 하던 장소에서 불과 3미터나 될까?) 뺀 후에야 우리는 차를 탈 수 있었다.

화가 난 회원들이 일제히 항의를 했지만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이 대단한 권력을 행사한 헌병전우회원은 교차로 중앙으로 유유히 돌아갔다. 그 잘난 헌병전우회 권력을 행사하는 곳으로….

소란을 지켜본 다른 헌병전우회원 한사람이 다가오더니 미안하다는 미비한 사과를 하며 이해를 부탁한다. 원활한 교통 흐림을 위한다는 그들의 사정은 무조건 이해해야 하는 것이고, 몸의 부자유로 양해를 구하는 우리는 이해의 대상도 아니란 말인가?

좀 전 사람의 이름을 물었지만 가르쳐 줄 리가 없다. 기분 좋게 찾았던 대구 평생학습축제는 한 헌병전우회원의 권력 앞에서 기분만 상하고 말았다.

이름은 모르지만 10일 12시 40분명 행사장 입구 콩나물국밥집이 있는 교차로에서, 사람의 외모를 보고 함부로 말하고 행동한 헌병전우회원과 대구헌병전우회에 사과를 촉구하는 바이다. 더불어 행사를 주관한 대구시에도 사과를 촉구한다.

분명 장애인단체가 참가한다며 무대 경사로를 신청했지만 시행되지 않았고, 이동이나 편의시설에 있어 어떤 것도 제공받지 못했다. 그 넓은 장소에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화장실은 달랑 한곳 뿐이어서 휠체어장애인의 화장실 사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행사를 주관한 곳에서는 축제장을 찾는 모든 사람을 당당한 주인공이 되도록 배려했어야 했다.

*이 글은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대표이자 등불장애인야학교 교장인 수필가 유영희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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