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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존엄 훼손하는 ‘시설 사회’, 이제는 종식돼야 한다

[논평]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8월 31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2-08-31 17:32:52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내무부 훈령 제410호(1975. 12. 15. 제정)를 근거로 부랑인을 단속하고 강제 수용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1975~1987년)>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이 같은 진실규명 결정을 환영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장애인과 사회적 빈자들에 대한 수용시설 중심의 정책을 폐지하고,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탈시설 사회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한국의 홀로코스트’라고 불리는 <형제복지원>은 국가가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체계적으로 강제 격리, 절멸시키는 사회적 배제의 공간이었다. 이는 시설 운영자 개인의 탐욕이나 도덕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훈령에 의해 운영되는 지위를 가지고 자행된 국가폭력의 전형이었다.

진실화해위원회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 정권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명분으로 부랑인·장애인·고아 등을 마구잡이로 수용시설에 보냈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들은 규율과 통제에 의해 살아갔으며, 복지 사업이라는 미명하에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 당시 감금·폭행을 당하거나 강제노역에 동원된 사망자는 657명에 이른다.

당시 부산의 형제복지원과 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져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시설들이 대한민국 현재에도 버젓이 존재한다.

더불어 장애인과 노숙인, 아동청소년에 대하여 우리 정부는 ‘보호’라는 미명하에, 여전히 수용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삶의 모든 영역에 걸쳐 개인의 선택과 통제의 권리를 부정당해 왔으며, 시설에서의 삶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자유나 평등을 누리지 못한다.

하루하루 누군가 정해 놓은 일과를 따라야 하며, 자신의 이름과 역사를 상실한 채 살아간다.

형제복지원은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랑인을 갱생하고 자활한다는 목적으로 강제 수용했지만, 지금의 장애인거주시설, 정신요양시설, 노숙인시설, 아동시설은 보호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특정계층에 대한 사회적 격리와 배제정책을 합리화하고 있다.

‘시설은 감옥이었다’고 외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국가는 민간복지사업자에게 그 책임을 넘기고 국가보조금을 지급하고, 복지가 사업이 된 민간복지사업자에게는 돈벌이의 대상이 부랑인집단에서 장애인으로, 더 나아가서는 노인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고 그 결과 수용정책은 모든 국민의 생로병사라는 생애과정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책 “절멸과 갱생 사이”,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형제복지원연구팀(엮음) 인용)

국가는 지금 당장 장애인에 대한,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수용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의 사건이 아닌, 한국사회가 직면한 시설사회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모든 국민은 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장애나 가난과 가족상황과 질병을 이유로 격리정책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국가는 비용을 이유로, 행정편의를 이유로 시설정책을 유지해서는 안된다. 지금 바로 탈시설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탈시설’을 권리로써 예산의 책임을 통해 보장하기를 촉구한다. 형제복지원의 진실규명을 시작으로, 우리 사회가 ‘시설 사회’의 종식으로 나아가길 희망한다.

2022년 8월 31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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