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인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을 추모하며

지난밤 쏟아진 폭우로 서울시에서만 5명이 귀중한 생명을 잃었다. 특히 지난밤 폭우에 서울 모 지역 반지하에 살다가 침수로 고립되어 사망한 40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집중보도되고 있다.

사망한 40대 발달장애인은 몸이 아픈 70대 노모와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자녀와 함께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비로 어렵게 생활하였으며, 동생이 홀로 발달장애가 있는 언니의 일상생활을 지원하였을 뿐만 아니라, 70대 노모와 어린 딸을 돌본 것으로 추정되어 우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이번 폭우로 발생한 모든 사망 사건은 결코 천재지변에 의한 사망 사건이 아니며, 안일한 서울시 수방대책 및 치수정책으로 인한 인재이다. 더욱이 취약계층인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사망은 예견된 재해 상황에서도 대응을 오롯이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전가하는 열악한 사회안전망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사회적 타살이다!!!

지난 7일(일) 행정안전부는 ‘내일 새벽부터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예상되니......’라고 재난 안내 문자를 전 국민에게 발송하였다. 즉 이번 폭우를 정부도, 서울시도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38대 서울시장 선거 공약으로 서울시를 재난으로부터 안전도시로 만들겠다고 공약하였다. 하지만 오세훈 현 시장이 시장이었던 2021년도 수방 및 치수 예산(집중호우를 대비하기 위해 마련하는 예산)은 오히려 전년도 대비 삭감되었다.

게다가 현재 서울시 중대재해와 안전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안전총괄실 실장과 국장이 공석인 상태로 알려져 재난·재해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정책에 강하게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즉 오세훈 시장의 안일한 사고로 삭감된 예산으로 인해 이번 집중호우 때 그 피해가 커졌고 또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을 포함해 귀중한 5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재난은 평등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동일한 재난을 경험하더라도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그 재난의 악영향은 더 크다는 것이며, 그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취약계층 특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고 심지어 재난·재해 시에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긴급지원을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하고 있다.

만약 사회적 안전망이 구축되어 있어 이번 집중호우와 같이 예견된 재해를 대비하여 취약계층 특히 발달장애인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발생할지 모르는 재해를 대비해 긴급연락망 및 긴급지원이 이루어졌다면 이번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난 8일 폭우로 서울 등 수도권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는 재난·재해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윤석열 대통령은 퇴근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금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침수 사망사고 현장을 찾아 돌아보며 “제가 사는 서초동 아파트는 언덕에 있는데도 1층이 침수될 정도였다. 퇴근하면서 보니 벌써 다른 아래쪽 아파트들은 침수가 시작되었더라” 고 말했다고 하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의 수장이며 재난·재해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이 폭우로 인해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도 자택에 머물렀다는 것은 대통령의 책무를 망각한 것이다.

‘국민을 위해’그리고 ‘시민을 위해’를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에게 국민은 누구이며, 시민은 누구인가. 이번 사건을 반성하고 교훈 삼아 더 이상 말뿐만이 아니라 마음과 행동으로 ‘국민을 위한’ 그리고 ‘시민을 위한’ 대통령과 시장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 ‘지금 당장 우리 사회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것보다 어려운 것인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뿐만 아니라 이번 폭우로 돌아가신 모든 분들의 삼가 명복을 빕니다.

2022년 8월 9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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