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경북 포항에서 조현병을 앓던 40대 딸의 증세가 악화해 딸이 낳은 어린 손주의 앞날이 걱정돼 70대 아버지가 딸을 살해하는 안타까운 사건뉴스가 보도되었다.

마치 피해자와 가해자가 명확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당사자와 가족 모두가 피해자이며, 전국의 많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와 가족들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이다.

이는 위기상황 예방과 대응체계의 부재로 인해 일어난 참사이며, 국가의 방기가 계속된다면 이와 같은 사건이 계속하여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에 우리는 정신장애인의 응급시스템 및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역사회 위기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현행법과 지원체계를 개정하라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일각에서는 복지시스템의 허점을 지적하며 이 가정에 대하여 점검하는 등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현행법과 전달체계를 보면 이것이 비단 이 한 가정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란 점이다. 현행법과 전달체계에 따르면 이런 사건이 당장 내일 다시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지역사회 이런 위기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 관한 사회복지서비스는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에서 규율하고 있으나 막상 들여다보면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생활 지원에 관한 규정은 매우 미흡하며, 그조차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위기상황 예방에 대한 대책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위기 시 대응방안 또한 미비하다는 의미이며,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의 조속한 지원체계가 시급하다.

위기 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그동안 정신장애인 당사자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질환자의 위기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경찰・소방・정신건강전문요원・동료지원가가 공동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정신질환자가 집 이외에 언제라도 스스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쉼터 마련, 지역사회 돌봄체계 내에 정신질환자 가구 사례관리에 필요한 인력 투입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정부는 2016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통합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초기 집중치료, 중증·만성 정신질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과 사회복귀시설(현 정신재활시설) 확충 및 내실화 등이 주요 정책목표와 과제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2018년 7월 중증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 지원 강화 방안이 발표되고,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지만, 이번 대책을 포함해 그 내용은 대동소이할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결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를 내세우면서도 돌봄체계의 가장 사각지대를 관리하지 않고, 책임을 방기함으로써 야기된 참사였다.

현 정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충하라.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자살 예방, 재난 정신건강, 정신건강전달체계 개선, 치매 등 4가지가 포함되어 있고, 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관심이 높은 조현병을 포함한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대책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이자 바로 우리나라 정부의 무능함이다.

정신장애 당사자 중 한 명은 “주거시설, 쉼터, 취업 등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길 바란다. 병원에 입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위와 같이 당사자는 입원과 같은 의료적 관점의 대응뿐 아니라 지역사회 회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원하고 있다. 정부의 ‘치료’와 ‘지원’이 어우러진 국가적 노력이 당사자 및 가족이 안전하게 느끼는 공간에서 지역사회에서 어울려 인간다운 삶을 이루어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귀를 닫고 정신장애 당사자를 외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위기에 직면한 이 시대에 국가는 ‘치료와 지원’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기 위한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지역사회 인프라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더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방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우리는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연명단체들은 당사자 또는 당사자 가족이 지역사회에서 지원과 지지를 받고 양육 등 인권을 누리며 살 수 있게 인프라 구축을 강력히 요청한다.

하나, 지역사회 위기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현행법과 전달체계를 개정하라

하나, 위기 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하나, 현 정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재개정과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충하라

2021년 6월 30일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동대문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부산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경남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광주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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