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0일, ‘장애인 탈시설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탈시설지원법)이 68명의 국회의원 공동으로 입법 발의되었다. 탈시설지원법은 모든 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탈시설 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고,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과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안에는 10년 내 모든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의 폐쇄와 함께, 탈시설·지역사회 자립생활 지원을 위한 근거들을 담고 있다.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탈시설은 권리’임을 선언하며 지난 15년간 이어진 탈시설 운동 끝에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된 것을 환영한다. 또한 21대 국회가 즉각 탈시설지원법을 제정하고, 탈시설 지원을 넘어 제도적 폭력이자 학대인 수용시설의 완전 폐지를 위하여 거주시설폐쇄법도 조속히 제정하기를 촉구한다.

비로소 국회의 문을 연 ‘탈시설지원법’ 발의 소식을 들으며, 우리는 경북지역의 현실을 돌아본다. 경주푸른마을, 혜강행복한집, 영덕사랑마을, 다원공동생활가정, 영천팔레스원, 성락원에 이르기 까지 올해만 경북 관내 6곳의 장애인·사회복지시설 인권유린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탈시설 추진은 고사하고, 가해자·책임자조차 퇴출되지 않는 것이 바로 경북지역의 현실이다. 또한 청도대남병원 집단감염·사망 사건, 경상북도의 사회복지시설 강제적 코호트 격리조치에서 드러났듯이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조차 장애인은 동등한 시민, 존엄한 개인이 아닌 철저히 ‘격리 대상’으로만 존재했다.

어디 장애인시설만 ‘시설’이겠는가. 올해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활동지원24시간·만65세 이상 사각지대 당사자들의 사례는 지역사회에서의 고립된 삶 또한 ‘시설’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포항시, 연금공단 등 관계 기관들을 문을 두드렸을 때 돌아온 것은 ‘활동지원서비스가 부족하면 시설이나 병원에서 생활하면 되지 않느냐’, ‘법이 바뀌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군소도시의 장애인·가족들이 놓인 현실은 더욱 열악하다. 23개 시·군 중 16곳은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없고,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도 턱없이 부족해 이동조차 쉽지 않다. 교통/의료/교육/문화/복지 등 모든 영역에서의 인프라는 대도시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지방행정은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의 삶보다 시설법인 세력, 지역 토착권력의 입김에 따라 움직였다. 지역에서 장애인학대사건이나 긴급히 지원이 필요한 사례가 발생할 때, 관할 행정청은 어김없이 ‘시설 입소’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사회가 이들에게 내민 선택지는 시설로 격리되거나, 지역사회 안에서 고립되는 것뿐이었다.

국가와 정부, 경상북도는 그동안 장애인을 제도적으로 학대했던 수용정책을 강화해온 것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 또한 지역사회 동등한 시민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과 서비스를 보장하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 시설로 격리된 사람들이 끊임없이 학대와 재난 상황의 위험에 내몰리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 공간에서 이토록 많은 희생과 차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이제 탈시설은 ‘권리’라는 선언이 국회의 문턱 하나를 넘었다. 탈시설은 그 누구도 다시 시설로 흘러가지 않도록 ‘시설 사회’ 자체를 바꾸는 모든 과정이며, 보편적 권리로서,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때문에 탈시설은 단지 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에 대한 요구로 그칠 수 없다. 돌봄의 책임이 전적으로 가족(특히 여성)에게 전가된 현실에서, 지역사회 기반의 공적·사회적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자립생활 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전면 보장되어야 한다.

21대 국회는 조속히 탈시설지원법과 거주시설폐쇄법을 제정하라!

시설사회를 끝내자! 국가와 정부는 수용정책을 폐지하고, 모든 수용시설을 폐쇄하라!

경상북도는 단 한사람도 시설로 추방되지 않도록,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탈시설·자립생활 권리를 전면 보장하라!

2020. 12. 14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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