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회 세계장애인배드민턴 선수권대회에서 여자단식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손옥자씨(지체 1급). ⓒ유영희

제 8회 세계장애인배드민턴 선수권대회가 2011년 11월22일~26일까지 과테말라시티 도모데라조나에서 열렸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전북에 거주하는 척수장애인인 손옥자(40)씨는 당당히 대한민국 휠체어장애인 국가대표로 선발이 되어 3개월의 합숙훈련을 받고 과테말라로 떠났었다. 만 5살 된 딸을 활동보조인 손에 맡겨두고…….

11월 29일 귀국한 옥자씨는 단식 부분와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하여 그곳에 태극기가 게양되며 애국가가 울려 퍼진 기쁜 사실을, 선수가 귀국하여 직접 말하기까지 까마득히 몰랐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들마저도 인터넷 누리꾼들 손을 거쳐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되다시피 하는데도, 휠체어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금메달 획득에 대해서는 모든 언론과 네티즌들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회가 끝나고 며칠이 지난 후에야 귀국한 선수를 통해서 금메달 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혹 어느 곳에 기사라도 한 줄 있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건만 손옥자씨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기사는 단 한 줄도 만날 수가 없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나 혹은 장애인과 관계된 감투를 하나씩 쓰고 나면 모두들 갑자기 대단한 장애인권운동가라도 되는 양, 장애인식개선과 장애인차별금지를 외친다. 말 뿐이다. 정작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필요한 소식조차 전하지도 않는다.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 선수가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장애인식개선이나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 등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이 기쁘고 자랑스러운 소식을 어찌 전하지 않고 견딜 것인지…….

귀국하는 선수들을 향한 취재는 단 한건도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다른 체급으로 출전했던 제주 출신의 김연심씨는 제주일보와 헤드라인제주, 제주투데이, 제주도민일보에서 기사로 다루었다. 하지만 전북의 손옥자씨를 다룬 기사는 전북도내 어느 신문에도 없었다. 전라북도 장애인체육회에서는 그 소식을 언론사에 전달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얼마나 관심을 갖고 다뤄 주느냐에 따라 스포츠 종목이나 선수는 인지도가 달라진다. 백번 양보해서 타 언론사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장애인들의 소식을 전하는 장애인 전문 언론에서 조차 국위를 선양한 장애인 국가대표를 향해 무관심한 것은 해도 너무 했다.

전라북도민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세계 1위라는 자랑스러운 타이틀을 얻고 돌아왔는데 전북 도내에 그 많은 언론들이 그 소식조차 모르고 있고, 관계자들 역시 무관심으로 세월을 보낸다는 것 역시 해도 너무 한 일이다.

“그 고생을 하고 국가대표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얻은 것이 대체 뭐야?”

“명예 하나요.”

척수장애인이 휠체어에 앉아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를 한다는 것은 비장애인 선수보다 몇 배나 더 힘이 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 어려움에 대해 언론은 물론 정부부처나 지자체 그리고 장애인체육회가 취한 행동은 그저 무관심이다.

모든 인간은 땀 흘린 만큼의 대가를 원한다. 그것이 꼭 돈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축하해줘야 할 일 앞에서는 마음껏 박수를 쳐주어야 그 땀에 대해 선수는 보람과 긍지를 느끼며 아울러 자존감도 높아질 것이다. 격려 할 일이 있을 때는 힘껏 어깨를 도닥여줘야 살맛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장애인국가대표 선수들의 활동에 대해 모든 언론과 관계당국의 관심을 요하는 바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물론 대한민국장애인체육회는 장애인국가대표 선수들이 힘든 몸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는 모습이나 근황들을 자주자주 언론의 문을 두드리어 그 문을 열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장애인선수는 물론 장애인의 삶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장애인식이 개선 될 것이다.

적어도 장애인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나 장애인계의 뉴스를 다루는 언론은 무관심이라는 서러운 구렁에서 장애인국가대표 선수들을 건져주는데 앞장 서 주길 바란다.

*이 글은 전북여성장애인연대 대표이자 수필가 유영희씨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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