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란 바이러스가 전 세계의 일상을 덮친 지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다. 코로나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순식간에 바꾸어놓았다. 미세먼지가 심하던 날에도 보기 힘들었던 마스크와 병원에서 자주 보았던 손 소독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겨났고 코로나 때문에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러다가 2020년 말, 코로나 백신이 나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올해 초, 백신 접종계획이 세워질 때만 하더라도 우리 가족 중에 장애를 가진 내가 제일 먼저 맞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우선 접종 대상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장애인 전체가 아니라 복지시설에서 지내거나 종사하는 장애인만이였다. 집에서 지내는 나는 해당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적잖이 당황해했었다. 장애인 먼저라는 글자를 눈에 익도록 많이 봐와서인지 코로나 백신 접종도 장애인 먼저 일 거라고 착각을 아주 단단히 했던 모양이다.

물론 개발된 지 얼마 안 된 백신에 겁먹으며 맞으면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걱정으로 밤을 지새운 날들도 없진 않았다. 특히 연로하신 할머니가 면역반응을 이겨내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우리 가족은 백신 안 맞으면 안 될까? 그냥 마스크 잘 쓰고 다니면 되잖아!"라고 가족들에게 통사정했었다. 하지만 병환 중이신 할머니도,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인 우리 부모님도 백신을 맞으시고 생활의 활기를 되찾으셨다. 주위에서도 하나둘 백신을 맞은 후기가 들려왔다. 내 가족과 지인들의 안위에 안심한 나는 이제 내가 백신 맞을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유리야, 너도 백신 먼저 맞을 수 있는 거 아냐?,”

올해 초, 부모님께서 보신 것은 복지시설 장애인이 우선 접종 대상자에 포함되었다는 자막이었다. 나도 뉴스 기사를 보고 복지기관에 뭐 배우러 다니면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건가?라고 정보를 잘못 받아들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본 끝에 아니라는 걸 진작 깨닫고 '왜 모든 장애인이 우선 접종 대상자가 아니지?'라며 수도 없는 의문을 가져봤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으응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래, 시설에서 아예 지내거나, 거기에서 종사하는 사람들 만 이래!”

나는 장애를 가졌지만, 개인적으로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만일 하나 나에게 코로나가 찾아와도 병원 진료도 잘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도 않다. 내가 백신 우선접종이 필요한 이유를 억지로 찾아내려 해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주위의 이야기 들어보면 나와는 사정이 달랐다. 중증장애인, 특히 중증 발달장애인의 코로나 백신 우선 접종은 꼭 필요했다. 중증 발달장애인 중에는 마스크 착용하는 걸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바깥 외출을 아예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작년 12월, 발달장애인 한 분이 산책하던 중 실종된 사건이 있었다. 나는 그분이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날마다 인터넷 검색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개인적으로도 찾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되었다.

CCTV도 거의 없는 외진 곳을 산책코스로 선택한 것을 두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댓글들이 간혹 보였다. 하지만 그분은 마스크 쓰는 걸 굉장히 어려워하셨다고 한다. 마스크를 쓰는 것도, 집안에만 있는 것도 너무나도 답답해한 나머지, 마스크를 잠깐 벗어도 상관없는 사람들이 없는 외진 곳을 산책코스로 선택하신 것이다.

이분들이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하고,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자가격리를 해야 할 때에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려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이유로 코로나 검사받는 걸 너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실종되신 분은 평소라면 복지기관에 가 계실 시간이었다고 한다.

작년부터 복지기관의 방역수칙 강화로 코로나 검사가 의무화되었다. 이분도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검사받는 걸 너무 힘들어하셔서 한동안 시설 이용을 하시지 못하셨다고 한다.

중증 발달장애인이 코로나 검사받는 과정을 옆에서 직접 지켜본 게 아니라 글로 표현이 잘 안 된다. 기다란 면봉으로 코와 입을 휘젓는 검사과정이 내가 상상하는 이상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게 한다고 한다.

중증 발달장애인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14일을 오롯이 좁은 방 안에서 혼자 견뎌내야 하니까 말이다. 나는 혼자서도 재미있게 지내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만일 내가 자가격리를 하게 된다면 SNS에 내 상황을 시간대로 올리며 지인들과 소통하고 있을 것이다.

글도 쓰고 보고 싶은 드라마 정주행도 하면서 하루를 보낼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2~3일이지 좁은 방 안에서 2주 동안이나 아무 데도 나가지 못하고 그렇게 지내라고 하면 자신이 없다. 더구나 오랜만에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을 땐 바깥공기가 매우 낯설게 느껴질 것 같다. 집에서 회사 찾아가는 길을 다시 떠올려 내기 위해 지도 앱을 꺼내 들지도 모르겠다. 회사업무도 다시 배워야겠지! 나는 매일 반복하지 않으면 그 일이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이니까!

자가격리를 넘어서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면 문제는 더더욱 심각해진다. 중증의 발달장애인 중에는 병원 진료받는 걸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다. 간단한 충치 치료를 할 때도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이마나, 턱을 다쳐 몇 바늘 꿰매게 될 때도 수면 마취를 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생활 치료센터가 2인실이 대부분이라는 정보를 우연히 접하고 내가 생활 치료센터에 들어가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살아온 환경도, 관심사도 다를 생판 모르는 낯선 사람과 여러 날 동안 한방에서 함께 지낸다? 나도, 상대방도 모두 불편한 상황이 될 것이다.

활달한 사람들은 서로 친구가 되어서 나올 테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나는 절대 그렇게 못 할 것 같다. 아주 희박한 확률로 우연히, 발달장애인과 친구가 되어 본 경험이 있으면서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과 같은 방을 쓰게 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생활 치료센터 신세를 지기 싫어서라도 나는 절대 코로나에 걸리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람 많은 곳을 지나칠 때는 마스크를 더욱 단단히 여민다.

우여곡절 끝에 1인실을 얻어낸다고 하더라도 삼시 세끼 밥 챙겨 먹기, 빨래. 청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가족의 도움 없이 오롯이 나 혼자 해내야 한다는 관문이 남아있다.

물론 할 수는 있지만 살림 베테랑이신 엄마에 비하면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정도이다. 내가 청소한 자리를 엄마가 다시 청소해 주시는 걸 수도 없이 목격하였으니 말 다 했다. 치료센터를 퇴소하게 되는 날, 내가 묵은 방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것이고 아마 뉴스 토픽감으로 소개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고충을 이야기하면 나라에서는 가족 중 한 명과 함께 들어가도 좋다고 허락을 해줄 것 같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듯싶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어도 한 공간에서 온종일 그것도 2주 내내 붙어 지낸다고 생각해 보자! 깜찍이 아니고 끔찍이겠지!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으면 기적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중증의 발달장애인의 가족들은 발달장애인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도 빠른 접종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지속적으로 어필하고 계시는 걸로 안다. 복지시설 종사자분들이 백신으로 무장되어 있어도 가정이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생활 치료센터를 생각하면 나도 코로나에 걸리면 절대 안 되는 사람이지만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닐 수 있는 나는 맨 꼴찌로 맞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백신 접종이 우선으로 꼭 필요한 사람들 먼저 맞게 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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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칼럼니스트 평범한 직장인이다. 어릴 때부터 글을 꾸준히 써왔다. 꼬꼬마시절에는 발달장애를 가진 ‘나’를 놀리고 괴롭히던 사람들을 증오하기 위해 글을 썼다. 지금은 그런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글을 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발달장애 당사자로 살아가는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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