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창 시절 후배가 있다. 후배이지만 나이는 나보다 많다. 그는 사회생활을 하다가 진짜 공부를 하고 싶어 대학에 들어왔다. 내가 학과 회장을 할 때 그는 기획부장을 맡아 함께 했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진실했다.

그답게 17년 전부터 누군가가 함께해주지 않으면, 일상생활조차 힘든 발달장애인들과 함께했다. 언어발달 장애인이 많아 신체활동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등산이었다.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 산 가까운 곳으로 이사했다. 토요일마다 산을 찾았으나 다른 활동에 비하면, 이른 아주 작은 활동에 불과하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몸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텃밭을 마련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때는 텃밭에 가서 흙과 더불어 땀이 범벅이 되어 야채를 심고 수확해서 먹었다.

글의 주인공이 지역에서 공익상 수상금으로 발달장애아들과 한끼 식사. ⓒ 최순자

그런 그가 올해 초봄에 그의 활동을 아는 사람들이 있는 단톡방에 글을 올렸다.

“봄이네요.

제가 건강 문제로 17년 동안 운영해 왔던 OO를 정리하게 되었어요.

변함없는 관심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일을 편안하고 안정되게 할 수 있었습니다.

4월부터는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맡게 됩니다.”

“큰 병은 아니구요.

기능이 떨어지고, 회복이 잘 안 되네요.

OO와 제 삶을 분리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2년 째 견디다가 쉬기로 했어요.

시골에 가서 회복 기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가슴이 먹먹하다. 밖으로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는 그는 이 글조차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면서 17년의 삶을 이렇게 의미 부여했다.

“나의 활동 중심은 부모로부터 방임·학대 상태에 있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일상적인 보살핌이었다. 부모 역할을 대신하는…”

발달장애아를 둔 모든 부모가 아이들을 방임하거나 학대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현실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아이들과 함께한 그는 역시 그 답다.

17년이라는 세월은 부모들조차 버거워하는 이들과 함께 한 삶이었다. 부디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회복 후 가슴이 넓은 그가 더 많은 이들을 품어주길 바라본다.

*이 글은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최순자 원장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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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자 칼럼니스트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을 운영하며 대학에서 아동심리, 발달심리, 부모교육 등을 강의하고 있다. 상담심리사(1급)로 마음이 아픈 아이와 어른을 만나기도 한다. 또 한 사람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와의 애착형성이 중요하다고 보고 부모교육 강사로 이를 전하기도 한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누구나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애인, 다문화가정 등에 관심이 있다. 세계에서 장애통합교육을 잘하고 있다는 덴마크, 싱가포르 학자 외 일본, 헝가리, 인도 학자들과 국제연구를 한 적이 있다. 아이 발달은 아이들이 가장 사랑받고 싶은 대상인 부모 역할이 중요성을 인식, 박사논문은 아이발달과 부모 양육태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일본(유학 7년)을 비교했다. 저서로는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역서로는 ‘발달심리학자 입장에서 본 조기교육론’ 등이 있다. 언제가 자연 속에 ‘제3의 공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맘껏 읽으며 글 쓰면서, 자신을 찾고 쉼을 갖고 싶은 사람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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