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설공단이 발표한 '2015년 장애인콜택시 운영지침' 중 즉시콜 도입 관련 내용. ⓒ에이블뉴스

서울시장애인콜택시(이하 장콜)를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이하 공단)은 '2015년 장콜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띄고 나를 비롯한 장콜 이용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운영지침이 바로 사전접수제를 없애고 ‘즉시콜’의 전면 도입이다.

내년 즉시콜 시행에 대해 공단 측은 지난 9월 17일 내놓은 ‘장애인콜택시 기타 개선방향’이란 자료에서 사전접수는 고객이 필요한 시간보다 예측 대기시간을 포함, 1시간 전 차량을 신청하여 탑승을 지연시키거나 임의로 시간을 변경해서 실수요자(치료, 재활 등) 즉시콜 신청 시 장시간 대기(불편발생)하는 것에 대한 불편을 이유로 즉시콜 시행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 얘기를 쉽게 풀어서 말하면 장콜 이용자가 장콜을 부를 때 약속시간보다 1시간 앞당겨 불러놓고 막상 제시간에 연결되면 다시 탑승시간을 늦춰서 급하게 병원 가서 치료 받아야 할 또 다른 장콜 이용자의 장콜 이용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불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왜 나를 포함한 장콜 이용자들이 제시간에 접수를 안 하고 1시간씩 앞당겨 접수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병원 진료시간, 학교 수업시간, 모임의 약속시간 등 약속한 시간을 지키는 일이 장애인들에겐 그렇게나 힘든 일인가?

사전접수제는 그나마 자신이 탑승해 약속시간에 도착할 시간을 예측할 수 있다. 일테면, 2시에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고 그 시간을 지키려면 장콜을 보통 1시간 전에 부른다. 그런데 장콜이 하도 잘 연결되지 않다보니 30분이고 1시간이고 미리 부르는 것이다. 특히 오후 5시대부터는 거의 제시간에 연결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공단은 서울시 장콜이 전체적으로 446대라고 밝혔다. 446대 장콜 중 350대 정도가 하루 동안 서울시내(서울 근접 수도권 포함)를 다니며 장애인들의 발이 되어 준단다. 그럼 이 350여대의 장콜이 하루 24시간 서울 시내를 돌아 다니냐? 그것도 아니다. 오후 5시~7시 사이에 이중 절반 정도가 퇴근하고, 7시~10시까지 야간조 9대가 투입되어 이 9대의 장콜이 밤과 새벽 시간을 커버한다.

350대의 반이면 170대 정도다. 이 시간대는 모두들 알다시피 퇴근시간대다. 또 5시부터 몇 대씩 차례대로 퇴근하고 밤 10시가 지날 무렵엔 적은 수의 장콜만 남아 운행한다. 각 장콜 마다 차고지가 따로 있다. 차고지는 서울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장콜 기사님들은 퇴근시간이 다 되어 가면 자신이 운전하는 장콜의 차고지 방향으로 가는 이용자를 태우고 싶어 한다. 차고지 방향과 안 맞는 이용자를 콜센터로부터 연결 받게 되면 대부분 거부한다고 한다.

저녁 5시대부터 장콜이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그 시간대에 장애인들도 퇴근을 하거나 저녁에 하는 모임, 장애인야학에 가서 공부하는 장애인들도 상당수다.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 장콜 대수와 그 시간대에 맞물려 장콜이 필요한 장애인들의 증가가 결국 장콜이 늦어지는 원인인데, 이런 원인을 놔두고 즉시콜로 변경하면 과연 해결이 될까? 혼란만 가중 될 것이다.

자 그럼 우리가 약속을 지키려면 즉시콜을 몇 시에 불러야 할까? 공단에 물어보자. 우리집은 월계동, 대학로에 있는 장애인야학에 6시까지 가야한다. 집에서 야학까지는 차로 30분 거리다. 즉시콜로 장콜을 몇 시에 불러야 수업에 늦지 않을 수 있을까?

장콜 대수가 매년 증가 되었고 접수 대기시간도 예전에 비해 짧아진 것도 사실이다. 예전엔 기본이 2시간~3시간 정도였는데 요즘은 1시간~2시간 내외로 짧아졌다. 사전접수든 즉시콜이든 기다리는 시간은 비슷하다.

자료를 보면 이런 수치가 나온다. 하루 장콜 이용 건수를 적어 놓은 건데 전체 접수 건수 중 사전접수 87%(2,698건), 즉시콜 9%(279건), 예약 4%(124건) 맨 뒤에 예약은 전일 예약인 듯하다.

즉 장콜 이용자의 대부분이 사전접수제를 선호하고 있다. 나 자신도 사전접수를 선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즉시콜을 불러도 장콜이 ‘즉시’ 안 오기 때문이다. 사전접수는 적어도 10번 접수하면 최소한 5번 정도는 제시간에 가깝게 온다.

사전접수제는 최소한 기다림을 예측할 수 있다. 경험상 최소한 언제 사전접수해야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수치가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전접수제를 선호한다.

약속시간 2시간 전, 장콜을 예약하지만 대부분 연결지연 문자가 먼저 온다. 5분 뒤 콜센터에서 전화가 오고 나는 콜센터 접수원에게 대기자가 몇 명 남았냐고 물어본다. 대기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기다림은 지속된다. 취소하는 이유도 장콜 연결이 하도 안 되기 때문에,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또는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서 더 이상 갈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다시 묻겠다! 즉시콜로 약속시간에 맞추려면 우리가 도대체 언제 장콜을 불러야 하는가?

*이 글은 서울에 거주하는 에이블뉴스 독자인 서울시장애인콜택시이용자모임 짱콜 대표 박정혁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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