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녀노소, 공인·연예인 할 것 없이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이 불고 있다.

루게릭병 (다른 이름 :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을 알리고 또한 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물질적으로 보탬이 되고자 이 같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는 전신(全身)을 입수하는 콜드 워터 챌린지(Cold Water Challenge)의 변형된 형태이다. 전신 입수는 건강에 위험을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어쨌든 찬물로 몸을 적시는 것은 루게릭 환자들의 고충을 잠시라도 체험코자 함이다.

이런 의미 있는 릴레이를 보면서 생각 난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내 친구 故 이명훈이다. 명훈이는 나의 절친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전학을 와 처음 만난 명훈이는 처음부터 어색하지 않은 친구였다.

서로의 힘듦과 기쁨을 함께 나눴던 둘도 없는 녀석. 명훈이가 친구처럼 함께했던 그 병은 근이영양증(Progressive Muscular Dystrophy, PMD)이었다. ALS는 척추나 운동 세포의 파괴로 근육을 사용할 수 없는 것. PMD는 근육 세포의 퇴화로 힘이 떨어지는 것 정도의 차이라는 것만 알고 있다. 두 병(病)의 차이는 이렇게 언뜻 보면 비슷하다.

학창시절 고학년이 되자 명훈이는 호흡이 어려워져 풍선불기 같은 호흡 능력을 기르는 운동을 많이 했었다. 그는 모든 일에 처연했고, 한없이 밝았으며 어른스러웠다. 그래서 동생이자 친구였던 그에게 많은 걸 배웠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세상을 향한 내 한탄이 민망할 정도였으니까.

영원한 22살 내 친구 명훈이. 천국에선 행복하길…. ⓒ 안지수

그는 실제로 죽음의 고비라고 할 만큼의 힘겨운 아픔의 시간을 견뎠었다. 참 강인해서 돌아올 줄 알았는데 2005년 2월 23일에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올해로 벌써 9년째가 되었다. 명훈이 어머님께 기일 3-4주년 때까지는 연락을 드렸었는데 시간이 흘러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연락을 못 드렸다. 죄송하다.

여하튼 아이스 버킷 챌린지 열풍을 지켜보며 눈물이 났는데, 내가 눈물 지은데에는 우리나라가 이제야 난치병 환자들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늦음의 아쉬움’ 때문이었다. 조금 더 일찍… 명훈이가 살아있을 때 관심을 주었다면. 아니 그 이전에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이 자릴 빌어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처음 시작해 주신 분께 감사를 전하고 특별히 내 지인인 아연 양과 수현 양에게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응해줘서 고맙다고 전하고 싶고, 또한 지금도 외로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환자 분들께 힘내시란 말씀 전하고 싶다.

또한 기회가 닿는 대로 본인도 100달러 모금에 동참코자 한다.

난치병은 불치의 병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기도가 모이면 기적은 일어날 줄로 믿는다.

아울러 루게릭병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불편함으로 실의에 빠진 분들에 대한 관심도 기울여 주시길 당부 드린다.

*이 글은 경기도 성남에 사는 독자 안지수님이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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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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