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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시설 국토대장정’ 위기 또 위기, 그러나

‘제3기 반시설 국토대장정’-④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8-22 08:54:10
지난 8월 19일 반시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13명의 장애인이 ‘국토대장정’을 시작했다. 이들은 12일간 강원도 강릉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춘천, 남양주 등을 거쳐 오는 30일 서울에 입성하게 된다. 전국을 돌며 장애인 시설의 문제점과 인권침해·유린 등의 현실과 ‘장애인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다. 국토대장정을 공동주관한 한국장애인연맹(DPI)의 자료협조를 받아 긴 여정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8월 21일, 작성자: 이종욱 제3기 국토대장정 부대장

여느 때와 같이 이제 우리 대원들은 몸에 익은 듯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알아서 잠자리를 정리하고 짐을 챙기고 옮기고, 씻고..자동화됐다.

아침 식사를 하고 이동하기 위해 대열 정렬을 했다. 오늘은 고된 하루가 될 듯싶다. 왜냐면 고개를 두 번 넘어야하고 터널을 지나야하는 다소 험난한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행군이 시작됐다. 역시나 해가 쨍하고 우리를 맞아준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이게도 고갯길이 시작 될 즈음 구름이 나타났다. 이 구름은 꽤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했다.

하지만 다른 어려움이 생겨났다. 강원도 산길이 아무리 포장도로라 해도 계속되는 오르막길인데다가 갓길은 온갖 예상치 못 한 것들이 즐비하고 있었다. 어제 터득했던 것처럼 우리는 연신 파이팅을 외쳐가면서 행진을 이어갔지만 대원들의 전동휠체어 배터리가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

또한 심규봉 대원의 휠체어가 퍼졌다. 어쩔 수 없이 차량을 이용해 나머지 오르막을 올랐지만 내리막에선 다시 합류했다.

당시 심정을 물어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차에 타서 뒤에서 행진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 무리 속에 같이 있어야 맞는 건데 혼자 편하게 이동해서 대원들에게 굉장히 미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또 사고가 발생했다. 첫 번째 고개 정상에 도달하기 전에 잠시 쉬었는데 대장님과 내가 행군 위치를 바꿨다. 대장님이 맨 앞에서 달리는 상황이었는데 여우재 고개 해발 640미터를 넘자마자 앞바퀴 타이어가 펑크가 났다.

내리막길이라서 먼저 차에 올랐던 심규봉 대원과 바꿀 수 있었다. 이 역시 예상치 못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대장 역시 당시 심정이 대원들을 리드해야 하는데 차량에서 이동하니 미안했다고 한다.

한사람이 빠지고 어느새 아까의 구름은 사라지고 다시 햇볕이 강렬한 가운데 대원들의 사기가 쳐지지 않게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이동하다보니 어느덧 점심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식당 같은 게 없었다. 운영되지 않는 파출소에서 빵과 우유를 사다가 먹었다. 부실한 점심이었지만 휠체어의 충전과 대원들의 휴식이 더 급했던지라 아무 불평 없이 식사를 마치고 매트를 깔고 하나 둘씩 들어 누웠다.

나무 그늘아래서 이런 저런 농담과 개미 등의 벌레들과 싸우다보니 어느덧 잠이 들었다. 잠깐의 달콤한 잠을 만끽하는 동안 대장은 안흥면으로 가서 펑크 난 바퀴를 수리하고 왔다. 굵은 핀이 박혔었다고 한다. 오후 2시가 조금 안되어 돌아왔고 우리는 바로 행군 준비를 하고 출발했다.

두 번째 고개는 처음 것보다 더 가팔랐다. 그리고 터널도 지나야했다. 어쨌든 우린 행군했다. 오르막을 오르다 또 다시 심규봉 대원의 휠체어가 힘을 잃었다. 아까처럼 오르막은 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다행히 이번에는 다른 특별한 사고 없이 대원들의 휠체어가 견뎌냈다.

처음 고개 넘을 당시 배터리 소모되는걸 봐서 나도 한번은 퍼질 줄 알았는데 잘 견뎌낸 나의 휠체어가 기특했다. ‘오토리’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아! 두 번째 고개를 넘어오다가 부실한 점심 탓도 있고 안흥에 오면 안흥찐빵을 먹어줘야 한다 길래 잠시 쉴 겸 찐빵 집에 들러서 먹었다. 잘 먹고 잘 쉬고 다시 이동하여 안흥면사무소에 도착했다.

면장님을 뵙고 어김없이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이 면장님 조금 독특했다. 면사무소에 들어가면 보통은 저 안쪽이나 면장님의 독립공간이 있을 터인데 이 분은 입구에 면장님 자리가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민원인들이 찾아왔다가 자기자리가 안쪽에 있으면 대부분 귀찮아서 그냥 간다고 한다. 자리 위치를 바꿔놓고 보니 사람들의 민원을 더 잘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멋진 분이셨다. 복지과 여직원분들이 옥수수를 삶아서 대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줘 맛있게 먹었는데, 안흥찐빵을 3박스(20개 들입)나 또 주셨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숙소로 이동하였는데 오늘의 숙소가 가장 열악했다 ‘안흥면복지센터’였는데 우리가 묵게 될 1층은 한창 공사 중이라 벽이 없었다. 비닐포장으로 벽처럼 덥혀있고 바닥은 먼지투성인 것을 대원들이 물걸레질을 해가며 청소를 했다.

그리고 은박단열재를 깔고(돗자리 재질) 잘 수 있게끔 만들었다. 확실히 험난한 여정이어서 그런지 힘들어하는 대원들이 많았고 그래서 이 후 일정을 빠르게 진행했다. 저녁을 먹고 빠르게 평가회의를 하고 나 역시 오늘은 이른 시간부터 일과를 정리중이다.

오늘의 험난한 여정을 잘겨뎌내준 대원들에게 감사하다. 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 된 여정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을 이겨낸 우리가 내일이라고 못 이겨낼 리가 없다. 파이팅하며 내일을 위해 충전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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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이슬기 기자 정리/이슬기 기자블로그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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