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삼성본관 횡단보도의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박종태>

시각장애인 및 저시력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점자유도블록이 정확한 제품 제질에 대한 규격없이 설치되어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생산업체들이 스테인리스 점자유도블록을 도로 및 실내 계단에 설치하고 있는데, 스테인리스는 눈·비가 오면 저시력·시각장애인은 물론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에게도 미끄러워 다칠 위협이 매우 높다. 이처럼 스테인리스 점자 블록은 빛 반사가 강해 저시력장애인의 보행에는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

동대문운동장 건너편 두산타워 횡단보도에는 스테인리스 점자유도 블럭이 길게 설치돼 있다. 두산타워 앞에서 가판매점을 하는 아주머니는 "겨울에 눈이오면 아이들이 스텐레스 점자 유도블록에서 미끄럼을 타고 놀고 있다"며 "비장애인도 스텐레스 점자유도블록 위를 걷다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여러번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곳뿐 아니라 남대문 삼성그룹 앞 횡단보도, KBS 현관, 인천공항, 김포공항강남, 삼성병원, 지방에는 전남 보성병원, 광산 북광주 목포우체국 등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설치돼 있으며 현재도 설치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를 위한 편의증진법에 관한 법률에는 제품 재질에 대한 규격은 없고 색깔에 대해서만 설명하고 있다.

건물주에게 바닥과 구분이 되도록 색상을 선택하도록 하고, 될 수 있으면 저시력장애인이 가장 잘 보이는 황색을 설치를 하도록 권하고 있지만 실제 재질에 대한 법적 규제는 없는 실정이다.

몇 년전 경기도 의회 계단에 스테인리스 점자블록이 처음 설치됐을 때 이를 미끄럽다고 이의를 제기해 스테인리스에 노란색 테이프를 붙인 사례가 있다. 그 후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세광산업(서울 신도림)을 방문해 문제를 제기하고 언론에 보도를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금도 저시력·시각장애인이나 노약자에 대한 위협은 아랑곳없이 돈벌이에만 눈이 어두워 마구 설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울지역에는 점자유도블록을 바닥과 똑같은 재질과 색상으로 설치해 저시력장애인을 혼란케 하는 곳이 있다.

서울시 퇴계로 명동입구(명동지하철) 지하상가는 점자유도블록을 바닥 대리석과 똑같은 재질과 색상으로 설치해 저시력장애인이 바닥과 점자블록을 전혀 구분 할 수 없다. 그러나 바로 1미터 앞 명동지하철 입구는 노란색 점자유도블럭을 설치가 되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을지로 롯데백화점 앞 건너편 명동입구 지하상가 안 횡단보도에도 퇴계로 명동입구 상가처럼 똑같이 대리석 점자유도 블록이 설치되어 있다. 반면에 상가입구 4개 계단에는 점자유도블록이 아예 설치되어 있지 않는 등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무분별한 설치를 감행하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 산하 기관인 서울시관리공단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저시력장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설치에 '서울시가 이러하니 다른 곳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전국 저시력인연합회 미양순 회장은 "분명히 법에는 바닥 색깔과 대비(구분)가 되도록 설치해야 한다고 쓰여있으며 발로 밟는 곳에 스테인리스가 설치되어 있으면 미끄러워 넘어질 위험이 있다"며 "절대 스텐레스를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도대체 왜 점자블록에 다른 제품보다 월등히 비싼 스테인리스 재질을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저렴하면서 덜 미끄럽고 눈에도 잘녹는 세라믹 재질 등 좋은 재질이 많은데도 말이다. 한 시각장애인은 고무도 물기가 묻으면 미끄럽다고 이야기 한다.

건물 모양(미관)만 생각하지 말고 건물주는 모든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을 위해 안전한 제품의 재질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용 점자유도블록에 KS규격은 있으나 재질 강도및 온도 변화에 따른 실험방법 등 규격 검사에 대한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전국저시력인연합회는 복지부에 장애인·노약자·임산부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의 점자유도블록 조항에 금속재질 사용금지 조항을 넣어줄 것과, 규격을 만들어 하루 속히 법률이 제정되도록 노력하여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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