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료 료헤이의 작품 '우동 한 그릇'

한달만에 만나는 에이블 뉴스는 새롭게 바뀐 기사들 만큼이나 모든게 새롭다. 오늘은 잔잔한 감동이 있는 책한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일본작가 구료 료헤이의 작품 '우동 한 그릇'은 일본 국회에서 한 의원에 의해 낭독되었고, 그 후 일본열도 전체를 울려 '눈물의 피리'라고 불려졌던 화제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섣달 그믐날 밤, 우동집 북해정에 아이 둘을 데리고 들어온 여인이 머뭇거리며 '우동을 한 그릇만 시켜도 되느냐?'고 묻는 것으로 시작된다.

세 모자의 어려운 처지를 눈치챈 여주인은 주방에 '우동 일 인분'이라 크게 외치고 주방에선 일 인분에 반 덩어리를 더 넣어 끓여낸다. 세 모자는 다음해 섣달 그믐날 밤에도 우동 두 그릇을 시켜 나눠먹고 간다.

우동집 주인은 섣달 그믐이 오면 그들이 항상 앉던 자리를 '행복의 테이블'이란 이름의 예약석으로 비워둔다. 그러던 중 가난한 그 아이는 우동집 주인의 따사로운 마음을 잊지 않고 자신도 이다음에 우동집 주인이 되겠다는 글을 지어 글짓기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섣달 그믐날 밤이 되어도, 세 모자는 그 우동집에 나타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이 지난 어느 섣달 그믐날 밤, 흰머리의 부인과 건장하고 훤칠한 청년 두 사람이 들어왔다. 북해정의 주인은 옛날의 그 세 모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우동 세 그릇을 주문하기 위해 그 먼 옛날의 우동집을 다시 찾은 것을 안 주인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며 힘차게 '우동 세그룻' 이라고 소리친다.

'우동 한 그릇'은 작은 배려라도 어려운 가족에게는 얼마나 큰 용기를 줄 수 있는가를 잔잔하게 보여 주고, 홀어머니의 힘으로 자식 둘을 성공시키기 위해 쏟은 모정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들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데도 항상 그 자리를 비워둔 주인의 모습은 멀리 나간 자식을 위해 따뜻한 밥을 아랫목에 묻어둔 우리네 어머니의 마음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우동 한 그릇'은 잔잔한 감동으로 우리의 가슴을 따듯하게 하였다.

물질만능에 빠져 차갑고, 인정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우동집 주인과 세 모자가 나누는 정은 이 세상을 가치 있게 사는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북해정의 주인은 단 한 그릇을 주문하는 손님도 반가워하면서 세상은 이렇게 사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꺼진 화롯불에 다시 불을 붙이고 우동 한 그릇에 애정을 실어보내는 우동집 주인은 겸손함과 손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마음을 배우게 하였고, 돌아가면서 감사의 인사를 하는 세모자의 마음은 보답할 줄 아는 마음을 배우게 하고 있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주위 사람들에게 우동집 주인이 넣어준 한 덩이 반의 우동사리같은 것이 되도록 항상 내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우리 이웃에게 작은 배려가 되고 용기와 기쁨을 주는 우리들의 모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남겨둔다.

최명숙씨는 한국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1991년부터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홍보담당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시인으로 한국장애인문인협회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1995년에 곰두리문학상 소설 부문 입상, 2000년 솟대문학 본상을 수상했으며 2002년 장애인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집 '버리지 않아도 소유한 것은 절로 떠난다' 등 4권이 있다. 일상 가운데 만나는 뇌성마비친구들, 언론사 기자들, 우연히 스치는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 이들과 엮어 가는 삶은 지나가면 기쁜 것이든 슬픈 것이든 모두가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남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스스로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마음속에 기쁜 희망의 햇살을 담고 사는 게 그녀의 꿈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 홈페이지 http://www.kscp.net/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