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바라보면서 나의 가족들은 7박 8일 미국 서부 여행을 감행하였다. 맨처음 도착한 것이 샌프랜시스코였다. 불가능한 일을 가능한 일로 만들었다는 역사적 사실의 화신, 금문교(Golden Gate Bridge)가 있는 곳이다.

금문교를 지나 태평양을 바라보이는 곳에 사람들은 내려서 배를 타러 갔다. 나는 그곳에서 2층으로 된 아쿠아리움이 있는 목조 건물 앞에 앉았다. 거리 악사가 색소폰을 불어대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주둥아리 접선(북에서는 이렇게 부른다고 함)으로 떨어질 줄 모르는 항구. "2층 카페에 가면 차를 마시면서 태평양을 볼 수 있어요"라고 말한 가이드의 말을 뒷전으로 하고 나는 거리 악사에게 눈을 고정시켰다.

음악이 끝난 후, 나는 바다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가이드의 말을 생각하면서 목조로 된 2층 건물을 힘들게 올라갔다. 이곳에는 편의시설이 없는가? 힘겹게 올라간 후 나는 숨을 몰아쉬며 의자에 풀썩 주저 앉았다.

순간 나는 나의 어리석음을 확인했다. 힘들게 올라온 계단 바로 옆에 에스컬레이터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그러나 그 에스컬레이터는 올라오기만 하지 내려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 어디? 하고 찾는 동안에 휠체어에 탄 뇌변장애인 자매와 다정하게 이야기 하며 다니는 백인 형제를 보았다. 저들은 어떻게 내려가지?

나는 지팡이를 짚고 휠체어를 탄 한 쌍의 연인들이 지나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곳에 널찍한 엘리베이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직 장애인을 위한. 2층밖에 안된 그리고 목조로 된 그곳에 장애인은 이용이 금지된 존재가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보고 싶은 아쿠아리움 건물에 엘리베이터는 폼나게 자리잡고 있었고, 이곳을 통해서 모든 장애인들이 자유롭게 들락날락 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1층에 내려온 나는 가이드에게 질문을 하였다. "당신은 이곳에 휠체어 장애인이 오면 어떤 방법으로 저 이층의 카페로 데려가겠습니까?" 가이드는 "....." 대답이 없었다. 나는 엘레비이터를 가리켰다. "장애인을 잘 가이드하는 것도 장애인을 고객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 때 가이드는 대답했다. "맞아요. 미국은 어디에서나 장애인들이 다 이용할 수 있는 곳이지요. 명심하겠습니다.'

그렇다. 장애인도 하나의 소비자요, 고객이다. 특히 일부 장애인에게 너무도 많이 남아돌아가는 시간을 어찌할 수 없다. 그 시간을 훌륭한 여가시간으로 활용한다면, 이것이 장애인의 고급스러운 문화일 것이다. 그러나 그 문화공간을 이요할 수 없다면 그곳이 후진국이다. 앞으로 장애인 연금제도가 운용되면 장애인은 돈 없는 수혜자가 아니라 돈 있는 고객이 된다. 돈도, 시간도 있는 장애인. 누가 이들을 우수한 고객으로 만들것인가?

미사리에서 차를 마시며 포크송 가수의 노래를 듣는 여유있는 장애인의 모습을 그려본다. 바닷가에서 모래를 만지면서 회 한사발을 먹으며 바다를 즐기는 장애인을 꿈꾼다. 산 정상에서 야호를 외치면서 온세상을 가숨에 안으려는 산악인 장애인을 상상한다. 놀이동산에서 장애인과 함께 놀이문화를 만끽하는 세상을 생각한다. 이 꿈은 간단히 이루어질 수 있다. 장애인을 고객으로 삼고 장애인을 문화인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의 의지만 있다면. 장애인에게도 문화를...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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