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래픽을 통해 컴퓨터와 정보를 교환하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가 일반화되면서 사실상 마우스가 중요한 입력기기로 떠올랐지만 아직 글자를 입력하는 키보드는 여전히 컴퓨터 사용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컴퓨터’라고 하면 마우스 보다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고, 키보드 없는 컴퓨터는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키보드들이 진화하고 있다. 열심히 찾고 들여다보아도 흰색 자판에 검은 글씨, 106개의 키를 찾아보기 힘들고, 키보드라 설명하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듯한 키보드 또한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키보드들이 모두 장애인을 주요 대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좀 더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들이지만 장애로 인해 일반적인 키보드 사용에 제약이 있거나 특정한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조공학기기로도 손색이 없다.

보통 키보드의 2배 정도 크기인 키보드. ⓒwww.atc.or.kr

빨강, 파랑, 초록의 자판 색상이 독특한 ‘킹 키보드(King keyboard)’는 일반적인 키보드의 약 2배 정도의 크기이다. 하지만 키보드 개수는 적은 편으로 중요한 글자키와 방향키를 중심으로 배열되어 있고 사용빈도가 낮은 키들은 제외되어 있다.

키보드의 글자가 커서 저시력 장애인이나 노인이 사용하는데 편리할 수 있고, 키보드와 키보드 사이의 간격이 있고 각 버튼이 분리되어 있어 손떨림으로 여러 개의 버튼을 누르게 된다거나 손등이나 발 등 손가락이 아닌 보다 넓은 부분으로 버튼을 눌러야 하는 장애인에게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한 마우스 모드를 선택하면 키보드 하나로 마우스의 기능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보통 키보드의 절반의 크기인 키보드. ⓒwww.atc.or.kr

이와 반대로 보통 키보드의 절반 크기를 가진 키보드도 있다. 하프(Half) 키보드는 크기는 작지만 스위칭 키라는 특수한 키를 이용하여 절반으로 된 두 조각의 키보드는 위, 아래 위치를 쉽게 변경하여 모든 키의 입력이 가능하다.

키보드 사용이 많지는 않으나 좁은 공간에서 사용해야 하거나, 다른 휴대용 기기들에 키보드를 부착해서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위해 개발된 키보드이다. 한손으로 키보드의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한손을 사용하는 장애인에게도 편리하게 사용될 수 있다.

오른손 사용 영역과 왼손 사용영역이 나누어진 키보드. ⓒwww.atc.or.kr

두 부분으로 갈라지는 키보드도 있다. 맥심키보드는 최대 40도까지 오른손 사용 영역과 왼손 사용 영역이 갈라져서 키보드 사용 시 손목 관절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인체 공학적으로 만들어진 키보드이다.

주로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팔이나 손목 움직임의 제한이 있어서 일반적인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장애인에게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데이터핸드 키보드(The data hand keyboard)는 버튼을 찾아보기 어려운 키보드다. 버튼이 없어도 각 손가락 끝에 매듭지어진 5 개의 키 스위치를 통해 132개의 키를 입력할 수 있으며 손 전체가 아닌 손가락만 움직이는 것으로 키보드 작업을 하는 획기적인 입력기다.

키 스위치 조작만으로 키 입력이 가능한 키보드. ⓒwww.datahand.com

일반 키보드와는 입력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방법을 새롭게 익혀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익숙해지면 일반 키보드 보다 더 빠르게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손 전체를 움직일 수는 없거나 근력 약화로 손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손가락의 움직임이 가능한 장애인들에게는 고마운 키보드가 될 수도 있다.

기술이 점차 발달할수록 그리고 컴퓨터가 우리 생활과 일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수록 새로운 키보드들도 계속해서 개발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외국 제품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한글 호환의 문제가 남아있다. 사용자의 편의와 다양한 욕구들을 반영하는 특수한 키보드들이 많이 개발 되면서 국내 장애인의 욕구와 접근성을 만족시킬 만한 키보드 또한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