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이나 교원 시험 시기 그리고 일반 기업의 채용 시험에 장애인이 응시를 하게 되면 필자가 근무하는 곳(보조공학센터)에 전화 문의가 부쩍 많아진다. 전화 대상의 대부분은 시험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기관이나 기업들이지만 최근에는 응시 장애인들의 문의도 많아지고 있다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국가나 보조공학센터에서 알아서 보조공학기기를 대여해 주거나 시험 편의를 제공해 줄 수 없는가 하는 것이다. 시험 편의가 단순하게 기기만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변형해야 하는 것도 있고, 기관에서 조금만 신경을 쓰면 가능한 것도 있다고 아무리 설명해 주어도 어떤 편의를 어떻게 제공해주어야 하는지, 그렇게 하기 위해서 기관에서는 어떤 작업이나 노력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비용이나 인력이 소요되는지에 대해서는 도통 생각해보려고 하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에 이르기까지 누군가 책임지고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

특히 매년 장애인 채용을 생각하고 있는 회사나 공무원 시험에서도 ‘장애인이 얼마나 지원한다고…’ 혹은 ‘응시자가 있으면 그때 생각하면 되지, 미리 걱정할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상당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무지, 그리고 보조공학에 대한 인식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시험 볼 때 편의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과연 직무 수행이 가능한가? 라고 묻는 질문에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이런 형태의 질문에는 무지가 아니라 편견이 이미 깔려있기 때문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응시 장애인들의 태도와 생각이다. “시험 볼 때 이런 보조공학기기나 편의 지원을 해달라고 하면 혹시 불이익을 받거나 시험에서 떨어지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장애인들이 많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시험에 응시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시험 편의 제공에 대한 요구가 당연히 조심스럽고 걱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물론 시험 편의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많은 고려와 준비가 필요하지만 무조건 큰 비용이나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것만은 아니며, 장애 유형이나 상황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고, 약간의 생각만 달리 해보면 쉽게 제공할 수 있는 내용들도 있다. 또 대부분의 기관들은 시험 편의가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인사위원회에서는 2008년 공채부터 장애인단체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시험 편의 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며, 장차법 시행으로 시험 편의 지원은 점차 강화될 것이다.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장애인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이루어져서 공채 시험과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는 장애인 인재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본다.

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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