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올림픽이라고 불리우는 이매진컵의 결과가 얼마 전 발표되었다. 해마다 세계 모든 나라의 공익을 위한 주제를 정하고,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열리는 이매진컵의 올해 주제는 ‘모두가 한 차원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라’였다. 세계 120개국 11만 명의 지원자들 중에 한국팀은 ‘핑거코드(Finger Code)’로 2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단순히 성적 보다 더 큰 관심이 가는 이유는 한국팀의 과제가 보고 듣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받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춘 개발이며, 학생들이 찾아다니고 발로 뛰어다니면서 얻은 경험과 정보를 통해 창안했다는 점, 그리고 뛰어난 아이디어에 비해 제작 비용은 저렴하다는 점이다. 특히 무엇보다 세계가 함께 공감했으며, 그만큼 장애인과 보조공학이 비 장애인들에게도 점차 실제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과 수입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현실에서 국내 개발 기술들이 충분히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 눈여겨 보아야할 점이다.

그러나 가능성과 희망뿐만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걱정스러운 점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0년 이후에 국내에서도 새로운 보조공학기기 개발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개발 지원 사업도 점차 늘어나고는 있으나 그 수요가 적어 시장성의 문제로 인해서 실제적으로 제품화된 개발들이 많지 않다. 개발된 결과물들이 수요자에게 전달되지 않아서 수요자들이 직접적으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지 않고, 이는 지속적인 개발을 어렵게 하여 전체적인 선순환 구조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지금까지 이루어진 개발들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 수요자 요구에 맞지 않아서, 장애인의 참여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물론 개발 단계에서 수요자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하지만 수요자인 장애인들이 모든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개발 참여에 대한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제적인 기술로 구현하는 것은 기술을 가진 사람의 몫일 것이다.

2006년 미국 국립장애 및 재활연구원(NIDRR)에서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미국의 한해 보조공학 관련 연구 개발 예산은 천억이 넘고, 수 천개의 새로운 기술과 기기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개발 사업들이 장애인의 꼭 맞는 필요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고, 모두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198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투자 덕분에 2000년 이후미국의 보조공학기기들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였고, 새로운 보조공학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현재까지 투자한 비용을 바탕으로 기기들이 전 세계로 수출되어 투자 비용 이상을 거둬들이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접착제를 만들려다 실패하여 만들어졌지만, 책상위의 필수품이 된 포스트잇처럼 세상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많은 물품들이 실패와 수정, 지속적인 보완과 관심에 의해서 탄생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 개발도 이처럼 많은 아이디어들이 생겨나고, 또 구체적으로 실현이 되어서 수요자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시험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도록 체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핑거코드가 이매진컵의 수상으로만 남을 것이 아니라 많은 시·청각 장애인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보조공학기기로 태어나길 바란다.

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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