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근호씨의 다소 긴 글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보았습니다. 과연 우리가 올바로 가고 있나에 대해서 말이죠. 저는 오늘 아침 성동구치소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그곳엔 이규식 동지가 구금되어 있습니다. 이동권 투쟁, 활보투쟁, 장차법 투쟁 등을 하며 누적된 벌금만 5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지난주 금요일 그 동지의 집으로 형사들이 찾아와 연행했다고 합니다. 그 동지가 살인을 했습니까? 아니면 강간을 했습니까? 단지 이 사회에서 억압받고 차별 당하는 장애인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고 거리로 나와 차도 막고, 전경들과 몸 부대끼며 투쟁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회는 부자들이 하루 밤에 퍼 대는 유흥비밖에 안 되는 500만원 이라는 벌금으로 그를 구속했습니다. 사회가 그를 구속한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자본주의는 사람의 가치를 노동력과 생산성이 높은가 낮은가에 따라 평가됩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복지는 무엇입니까? 국가적으로 생산성이 낮거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노동력을 높이거나 유지, 그것도 안 되면 그런 사람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역할을 합니다.

묻겠습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장애인은 어떤 존재입니까? 답은 다들 아실 테니 더 이상 언급 않겠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자립생활센터가 국가보조금이나 바라는 여타의 복지단체와 차별성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립생활센터의 존립 근거가 무엇입니까? 이 땅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휴식처요, 그들의 문제의식을 불러 일으켜 의식있는 한 사람으로 키워내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동료상담도 하고 권익옹호도 하는 것 아닙니까? 작년, 우리는 얼마나 열심히 활동보조인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했습니까? 그런데 이게 뭡니까?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인서비스를 하나의 복지관 프로그램으로 전락시켜 놨습니다. 이게 어디 중증장애인의 권리로서의 활동보조서비스입니까? 그런데도 그렇게 IL을 잘 안다는 센터들은 중개기관이 안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고 뻔히 잘못된 줄 알면서도 입도 뻥끗 못하고 센터지원에만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500만원 때문에 갇혀야 하는 중증장애인의 삶이 있습니다. 체제에 순응하고 살아가겠습니까? 지금의 자립생활센터 바뀌어야 합니다. IL센터가 이 땅에 들어온 지 7년이 돼 가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과연 올바로 걸어왔다고 자신하십니까?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번 소장은 영원한 소장입니까? 당사자주의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진정 중증장애인 회원 중심의 당사자주의 입니까? 소장중심의 당사자주의입니까?

지난 글에서 사단법인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법인화 추진은 센터의 대형화로 연결되는 것 아닐까요? 물론 장단점은 분명 있을 테지만 국가보조금을 받고 그것으로 1년 예산을 짜고 프로그램 만들어서 대상을 모집해 프로그램 돌리고 정산하고 12월만 되면 평가하느라 바쁘고…. 이런 일들을 과연 누가 합니까? 중증장애인들은 그런 것들을 배울 기회가 없었습니다. 물론 배운 중증장애인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능률은 어떤가요?

예, 맞습니다. 51대 49. 그런데 센터에서 장애인 수가 많으면 뭐합니까? 언변에서 밀리는데…. 제가 일하던 센터도 장애인 수가 비장애인보다 많았습니다. 하지만 비장애인 복지사는 언변과 논리력을 앞세워 장애인들을 주도해 나갔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더군요. 자르면 된다고요? 노동자를 함부로 자를 수 있습니까?

엉뚱한 소리를 한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논점은 바로 이 사회를 지탱하는 구조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비장애인에게 맞추어진 사회시스템. 능률과 생산성을 최고로 여기는 자본주의국가에서 사회복지 또한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런 시스템 자체를 바꿔내지 않는다면 IL센터의 사단법인화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생각합니다. 종국에 가서 능률과 생산성이 IL센터들을 지배하게 될 것입니다.

이규식 동지는 사회 시스템을 바꿔내려다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이 사회의 장애인을 거부하는 시스템을 바꾸기 전까지는 어떠한 경우라도 장애인은 결코 동등해질 수 없습니다. IL센터의 사단법인화는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 밥이 돼 주겠다는 말밖에는 들리지 않습니다.

박정혁 칼럼리스트
현재 하고 있는 인권강사 활동을 위주로 글을 쓰려고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며 느꼈던 점, 소통에 대해서도 말해볼까 한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애인자립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들과 장애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융화되기 위한 환경을 바꾸는데 필요한 고민들을 함께 글을 통해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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