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통과된 장차법의 차별 금지 내용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정당한 편의 제공'이다. 특히 '고용' 부분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기 때문에 정당한 편의 제공을 비용의 문제와 연결시키는 재계나 사용자 입장 그리고 장애인의 입장 사이에 첨예한 대립과 많은 논의가 예상된다.

한 저시력 장애인이 A라는 회사에 취업하였는데, 직무 상 고객의 다양한 정보를 보고, 다루게 되었다. 평상 시의 일상활동에서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지만, 정보를 자세하게 보고 다루기 위해서는 컴퓨터 화면의 내용을 확대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다고 한다.

회사에 지원을 건의 하였으나 화면을 확대하는 소프트웨어가 고객의 정보 보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구체적인 근거나 자료가 없기 때문에 설치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으며, 안정성에 대한 조사와 내부 시스템의 정비 후에 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조사와 내부 시스템 정비에는 당연히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이 경우 화면 확대 소프트웨어는 직무 상 필요하기 때문에 정당한 편의 제공에 포함될까? 아니면 사용자의 과도한 부담이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을까?

청각장애인 B씨는 제과 제빵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규모가 상당히 큰 제과점에 취업했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한 1주일 이후부터 일어났다. 빵을 굽는 오븐에는 일정 시간이 되면 빵을 꺼내는 시간을 알려주는 타이머가 장착되어 있는데, 이 타이머는 보통의 타이머처럼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었다.

일반적인 오븐이기 때문에 다른 근로자들은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B씨는 이 타이머 소리를 들을 수 없어 타이밍을 놓치거나 정해진 빵을 제시간에 만들지 못하는 일이 생겼다. B씨는 사용자에게 타이머에 경광등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사용주도 이를 받아들여 경광등을 설치하고자 하였으나 오븐의 구조상 별도의 경광등 설치가 불가능하며, 오븐을 새로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용주는 B 씨에게 고장이 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쓰기에 불편함이 없는 오븐을 많은 비용을 들여 새로 구입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사용자는 정당한 편의 제공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걸까?

어떤 경우에도 명확한 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당한 편의 제공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아직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최근 장애인과 사용자들의 문의가 점차 많아지고 있고, 장차법 시행과 함께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수학공식처럼 명확한 답을 가질 수 없겠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정당한 편의’와 ‘과도한 부담’을 해석하고, 정의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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