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이동형 경사로를 설치한 사례. ⓒ염희영

우리 주변에는 많은 턱이 있다. 집안에서부터 방과 부엌, 욕실과 마루의 경계에는 언제나 턱이 있다. 물론 최근에 지어진 집들에는 이런 턱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집들에는 턱이 존재한다. 집 밖을 나서면 더 많은 턱을 만나게 된다. 어쩌다 누군가의 휠체어를 밀어주게 된다거나 자전거 혹은 유모차를 밀어야 하는 경우 대문, 인도, 각종 건물에서부터 고궁, 공연장이나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작은 턱들이 갑자기 큰 산이 되어서 난감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일이 종종 있다. 편의 시설은 건물이나 많은 시설물들이 만들어질 때부터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오래 전에 만들어진 시설을 포함해서 편의 증진법에 포함되지 않는 대상들이 많아 사실상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큰 공사를 하지 않고 10cm 정도의 작은 턱들을 좀 쉽게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물론 있다. 답은 "Portable ramp(이동형 경사로)"이다. 100% 해결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경우에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 ‘휴대용 경사로’나 ‘개인용 경사'로 라는 용어로 불리기도하는 이동형 경사로는 꼭 장애인만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 일상생활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데, 새로 나온 신차 여러 대를 이송할 때나 이삿짐을 나를 때 사용하는 간단한 널판지 형태의 경사로도 이동형 경사로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제품으로 출시된 다양한 이동형 경사로. ⓒ염희영

이동형 경사로의 가장 큰 장점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원하는 곳에 경사로를 쉽게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래의 시설들에 대해서 특별한 조정이나 수리 없이 있는 그대로 이용할 수 있고, 간단하게 펼치거나 접을 수 있어 설치나 회수가 간편하다. 지하철이나 고궁, 박물관 같은 공공 장소에는 경사로가 필요한 장소 근처에 상시로 두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고, 작은 사이즈의 경우에는 휠체어 뒤쪽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활용할 수도 있다.

사용 용도나 환경에 따라서 20센티미터에서 2미터까지 다양한 길이로 존재하고, 휠체어 종류에 따라서도 형태가 다르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에 사용되던 알루미늄합금 보다 가볍고 견고한 유리 섬유를 재료로 하는 경사로가 개발되어 판매되고 있고, 국내 장애인용품 쇼핑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아직 없고, 그러한 이유로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혹자는 국내 기술개발과 제품생산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수입품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제품의 성능과 기능이 훌륭하다면 굳이 국산화해야할 필요성이 꼭 있는지 의문이다. 그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여기 저기 다양한 곳에서 비슷한 재활보조기구가 지원되는 현재 방식에서 이동형 경사로와 같이 장애 유형과 활용도에 따라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제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리플합시다]복지부 활동보조서비스, 무엇이 가장 불만입니까?

세계 최고를 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첨단 과학 기술은 놀랄만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달은 인간을 이롭고 편리하게 할 수 있으며, 특히 장애인에게는 지금까지 하던 일들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거나, 하지 못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칼럼에서는 장애인, 가족 그리고 관련 전문가들에게 관심과 정보의 부족으로 알려지지 못한 보조공학과 지원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보조공학센터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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