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에서 장애체험이 시작된 것은 대구대학교로 1980년대부터 있었다. 특수교육학과가 있어 장애체험을 축제로 구상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종교단체에서 장애체험을 처음 실시한 곳은 한국가톨릭맹인선교회였다.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고 맹농 중복 장애인시설을 운영하고 싶었던 한국가톨릭맹인선교회는 서울맹학교 학생들의 동아리에서 태동했다.

맹학교 학생 동아리에서 종교 서적의 녹음과 점자도서가 필요하여 교단에 후원을 요청하면서 녹음도서관이 설립되었고, 졸업 후 시각장애인 미사를 보는 성당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시설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종교행사에서 장애체험을 선택한 것이다.

동전의 여러 가지 화폐 더미 속에서 정해진 금액을 찾는 것이라든가, 지팡이로 탐색하면서 여러 가지 장애물을 피하는 것(당시에는 점자블록이 없어 쌀자루에 모래를 넣어 장애물을 만들고, 물을 담아 빠지는 곳도 만들었다), 한 지점에서 오징어를 구워 냄새를 피우고 눈을 가리고 멀리서 찾아오도록 하여 정확하게 찾아오면 오징어를 선물하는 방법, 눈을 가리고 바늘에 실을 꿰는 것, 눈을 가리고 여러 사람 손을 잡아보고 자신의 일행을 찾아내거나 각자 내어놓은 소지품에서 자기 물건 찾기 행사와 보드게임 등이 있었다.

본격적인 장애체험으로는 ‘어둠 속의 대화’가 예술의 전당에서 장기 체험관을 운영하면서 시작되었다. 바비 인형 수입업자가 독일에서 시각장애인 체험관과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면서 로열티를 지불 하고 체험관을 운영하였는데, 여러 기업의 후원에도 불구하고 암흑 속에서 길 안내를 하는 시각장애인의 직원 급여를 해결하지 못하여 문을 닫게 되었다.

급여를 연체하자 실망한 시각장애인 직원을 결집해 다시 시작한 것은 당시 시각장애인 직원 한 사람이었다. 사업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 사업을 이어받아 오늘날의 ‘어둠 속의 대화’ 장애인체험관을 재창업하면서 사회적기업으로 장애인체험관이 한 모델이 될 수 있었다.

이 체험관은 신촌에서 현재 북촌으로 이전하여 잘 운영되고 있다. 아마도 이 체험관의 성공 비결은 홍보와 기업체의 봉사단체 등 인프라를 잘 구축하고, 체험에서 느끼는 신비함과 감동을 잘 구현해 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히려 암흑 속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받는다는 것과 안내자들의 전문성에 관객들은 감탄한다.

장애인 관련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아이템을 찾던 청주에 사는 한 분이 청주에 친척이 운영하던 대형마트가 영업이 잘 되지 않아 비어 있는 건축물을 제공하면서 ‘어둠 속의 대화’와 같은 체험관을 시작하였으나, 교육청의 지원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지속적인 수익 모델이 되지 않아 얼마 가지 않고 문을 닫았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법정 의무교육이 되었지만, 시행 초기라 성숙하지 못했다. 체험관에서는 예를 들면 지하철 체험을 눈을 가리고 체험하는 경우, 음향효과로 지하철을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주려 하였으나, 실감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재미가 없었던 점과 너무 조작적인 것이 장난 같아 오히려 감동을 삭감시켰고, 상업적인 것에 치중한 것이 아닌가 한다.

시각장애인이 직접 식당을 차린 경우도 있다. 신촌 현대백화점 주차장 인근에 암흑카페를 마련하였는데, 입장하는 손님들은 스마트폰 등 빛을 내는 물건이나 소지품을 모두 맡기고 입장해야 했고, 지나치게 돌아다니거나 빛을 내는 물건을 소지한 경우에는 강제로 퇴실을 당해야 했다.

보드게임이나 시각장애인 탁구 등을 체험할 수 있었고, 의자에 앉은 자세로 간단한 안마 서비스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파스타와 음료를 암흑 속에서 먹어야 했다.

이색체험으로 방송을 타면서 어느 정도 운영이 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경영 악화를 겪다가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이 암흑카페의 상호는 눈이 보여 감사한다는 의미로 ‘눈탱이감탱이’였다. 장애가 없어 감사하다는 슬로건은 장애인 인식개선 슬로건으로는 좀 부적절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에서 2016년부터 ‘어둠 속의 빛’이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이 결성되었는데, 장애체험관 건립을 위한 부지를 마련하고 후원을 개발하는 데 몇 년을 소비하였다. 그러다가 신축 건립을 포기하고 상가에 입주하여 100여 평의 사무실을 마련하면서 올해 1월 블라인드 체험관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작은 식당에서 암흑 체험을 하면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은 큰 수익을 올릴 수가 없다. 그래서 사회적 협동조합답게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 골몰하였다.

광주장애인종합지원센터를 시립으로 설립한 초대 이사장의 과거 외식사업의 경험을 살려 장아찌와 식자재 납품 사업, 판촉물과 홈페이지 제작 용역 사업을 개발하였고 인식개선 교육 사업과 편의시설 사업도 병행하였다. 그리고 장애인 예술단 ‘풍경이 있는 소리’를 창단하였다.

예술단은 장애인 예술인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과 인식개선 사업을 접목한 것으로, 지역 내 기업들에서 한 사람의 단원의 급여 일부를 지원하면 연계고용을 하여 장애인 의무고용을 하지 않은 부담금을 면제해 주는 제도를 활용하였다.

최근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나 하트하트재단 등 많은 곳에서 이러한 제도를 이용하여 장애예술인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자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풍경이 있는 소리’의 수익 모델을 보면 후원사업과 장애체험관 내의 블라인드 레스토랑에서의 공연, 정기공연 등이 있다. 장애인 예술단의 경우 정기공연의 수익이라 하더라도 연간 몇 번의 행사로 그칠 수 있고, 장기 공연은 특히 어려운 점이 있어 필요한 만큼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축제나 행사에 초대를 받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장애인이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라이브 공연 출연을 한다고 하더라도 초대한 카페의 수익에서 출연료를 부담하기 쉽지 않고, 식사비에 추가하여 별도로 관람료를 받기도 어렵다. 하지만 장애체험관 입장료와 식당에서의 식사비를 별도로 청구할 수 있어 장애체험관 내에서의 식당 공연은 상설 공연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외부 공연 초대나 출연이나 정기공연의 경우에도 장애체험관을 홍보할 수 있어 나눔과 체험, 동행이라는 감동을 선물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다양한 수익 모델과 상설화를 통한 일자리 마련, 장애인 체육인의 기업과의 연계하여 급여를 주는 방식을 예술계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안정적인 예술인의 소득을 마련하는 방안이 된다.

오는 9월 23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 청사 대연회홀에서 ‘풍경이 있는 소리’의 정기공연과 장애체험 행사가 동시에 진행된다. 광주지역은 장애인 예술지원 사업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지역이다. 그것은 장애인들의 열정과 시정의 적극적 지원의 결과다.

광주지역 장애인들은 1984년에 영호남 장애인 교류대회를 개최하였고, 공예와 국악 등의 공연으로 장애인 예술인들의 실력을 영남의 장애인들에게 자랑한 바 있다.

그 당시 영남 지역 장애인 80여명은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고 하더라 정도의 상식으로 그냥 놀러 가듯이 교류대회에 갔다가 호남 장애인들의 예술을 체험하면서 광주는 예술의 도시가 맞구나 깜짝 놀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민주화로 인한 많은 희생을 감수했던 이들과의 지역감정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도 영호남 화합을 하는데 부끄럽다고 하였다.

최근 발달장애인의 예술지원 사업과 고용연계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봇물 터지듯이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잠재력을 잘 개발만 하면 발달장애인의 소득 활동을 만들어낼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하지만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된다. 그 실망과 충격은 비장애인보다 훨씬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라 이끌어주는 단체가 얼마나 섬세하게 설계하고 지속적으로 재원을 마련해 나가는가와 단원들의 화합이 지속화될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그리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상당히 기발하기까지 하다. 인식개선이 진전되고 시민의식이 발전한 것을 느끼게 한다.

가난하고 외로운 예술인이 아니라 최소한의 소득보장을 하게 하려면 다양한 소득 모델을 잘 짜야 하므로, 잘 운영되고 있는 단체와의 운영방식 교류와 각자 잘났다고 별개로 나름으로 활동하기보다는 서로 협력하거나 하나로 뭉쳐서 역할을 잘 분담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잠재적 시장을 현실 시장으로 이끌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장애인 예술단체가 단지 예술인으로 가입해 활동을 지원하는 모임 단체가 아니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서 수익을 나누어야 하는 단체라면 지속 가능성을 구축하기 위해 단발성 후원에 의존하거나 어느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국민 속에서 인기를 높이고, 무대를 넓혀 나가며 다양한 소득 모델을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광주의 사회적 협동조합 ‘어둠 속의 빛’은 고 강영우 박사의 저서 ‘내 가슴에 빛을’이라는 제목처럼 이제 장애인들의 가슴에 서광을 비추어 주고, 목마른 예술 욕구에 단비를 내려 주지 않을까 기대된다. 장애인이 서커스의 구경거리나 장애를 팔아 후원금을 챙기는 사업가들의 농간이 아닌 예술의 주인공이 되는 그날까지 힘차게 달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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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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