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하라’ 피켓을 들고 있는 발달장애인 가족들. ⓒ에이블뉴스 DB

최근 들어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를 중심으로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논의에 불을 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뭔가가 빠진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발달장애인을 위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정작 발달장애인 당사자는 빠져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지적장애를 중심으로 한 피플퍼스트나 제가 있는 자폐성장애인 자조단체 estas에서도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에 대한 생각이 나름 있고, 이들은 발달장애인 당사자 단체이자 당사자 의견 집단입니다.

제가 estas의 공동조정자인데도, 관련해서 저와 estas 관계자에게 부모연대에서 동참해달라고 요구하거나, 뭔가 문의해오는 일 같은 것 전혀 없었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점입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 집단도 존재하는데, 그리고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집단인데도 쏙 빼놓고 중대한 문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발달장애인 생존과 직결된 문제에서 말입니다.

얼마 있으면 진행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벌써 후보 지명을 마쳐놨으니 이제 지명된 이재명 후보와의 관련 협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고, 국민의힘은 이제 4명(홍준표, 윤석열, 원희룡, 유승민)으로 압축된 경선 최종 라운드에서 최종 지명 결과는 어차피 나올 것입니다.

정의당도 심상정 의원을 후보로 지명해놨다고 하더군요. 그런 대통령선거 후보 지명자들과 협상을 하기에 앞서, 제일 중요한 협력자를 부모연대는 놓치고 있습니다. 당사자 집단에 협조를 구해서 당사자와 공동 전선을 펴야 하는 이슈임에도 그렇습니다.

아무리 나중에 완벽하게 틀어졌다고는 하지만 중국 국민당과 중국 공산당은 공동의 적인 군벌과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두 번이나 공동 전선을 꾸리며 위기를 해결했습니다. 역사는 이것을 국공합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부모연대와 estas는 상대적으로 부분적인 반목 관계에 있었긴 합니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 전반적인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이런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이슈에 대해서는 estas도 부모연대와 공동 전선을 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stas는 이미 estas를 비롯한 발달장애인 당사자 집단이 부모연대의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즉, 적어도 estas는 부모연대에서 손을 내밀어 협조와 공동 전선 참여를 제안해온다면 응하고 발달장애인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의사가 있다는 것을 거꾸로 보여준 것입니다.

논의 내용이 부모 중심적인 부분을 당사자도 인정할 수 있는 내용으로 고치는 것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그것을 부모연대 일방적인 결정이 아닌 당사자 집단과의 협상을 통해서 당사자 의견 수렴이라는 가장 중요한 코스를 넘어 완성하면 좋을 것입니다.

만약 부모연대가 지금처럼 행동하게 되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는 거대한 문제점을 안게 됩니다. 바로 ‘앙꼬 없는 찐빵’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는 그렇게 돼서는 안 됩니다.

발달장애 운동에서 최근 드러난 문제점은 당사자 참여가 빠져있는 특성을 드러냅니다. 당사자가 주도하는 운동이 아닌 이상 그렇습니다. 물론 아직 당사자 조직이 확실하게 꾸려지지 않은 내부 요인도 있습니다만, 발달장애 당사자 진영도 어느 정도 키워주고 발전할 수 있게 하면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estas는 이러한 당사자 조직화가 처음부터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문제는 당사자 관점에서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국가가 발달장애인 문제에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이에 걸맞은 지원까지 책임져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장 필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탈시설 정책에 시설 거주 장애인 상당수가 발달장애인이라는 점은 이를 톱니바퀴 맞추듯이 연결하면 거대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에 당사자가 빠져있다는 점은 슬픈 문제입니다. 우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부모연대도 눈치챘을 것 같지만, 정책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면 당사자 의견집단도 협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estas는 이미 대응 카드까지 꺼내고 있다는 점에서 ‘협상 테이블’만 차려주면 얼마든지 협상하고 합의되면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밝힙니다.

우리는, 당사자 관점에서도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원합니다. 우리에게도 국가의 지원이 확실히 필요하다고 느끼는 지점에서 ‘이참에 나온 말’을 허투루 듣지는 않습니다. 그러한 ‘디테일’이 필요하면 당사자의 수요도 맞춰주면 됩니다. 당사자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의 ‘디테일’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estas가 부모연대와 이런 일로 반목할 마음은 없습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는 estas도 지지하고 있지만, 논의 과정에서 estas/피플퍼스트 등 당사자 집단의 참여가 빠져있어서 졸지에 반목하는 형국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부모연대에서 estas와 피플퍼스트에 협력 요청을 정식으로 해오면, 특히 estas는 총의를 만들어내는 실력과 이를 위한 토론은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외부에서 estas를 관찰한 어느 학자는 “estas는 계속 토론하던 사람들이었어요!”라고 평가했습니다. 그 의미는 우리에게 생각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토론을 계속하다 보면 답은 나올 것이고, 결국 그 의미는 생각을 만들어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estas 공동조정자로서 밝힙니다.

부모연대가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문제로 협조를 구하면, 우리도 생각해보고 결론이 좋다고 하면 얼마든지 공동 전선을 펴고, 협력할 수 있습니다. 일단 손을 내밀어주시면, 아마 공동 전선을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만 조금 토론하면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위한 부모와 당사자의 공동 전선으로 2022년 대통령선거 등을 비롯한 문제에서 같이 갈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라는, 당사자 삶까지 거대하게 바뀔 문제에서 당사자라는 ‘앙꼬’가 없는, 당사자 논의 없이 흘러가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논의는 결국 ‘앙꼬 없는 찐빵’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일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 적어도 estas는 이야기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부모연대가 손만 내민다면 말이죠. estas 페이스북에 인터넷 연락처가 적혀있으니 그리로 메시지 또는 메일만 주시면 됩니다. 그럼, 토론을 거쳐 답해드리겠습니다. 우리도 함께 고민할 문제이긴 합니다.

estas가 밝힌 estas의 정신은 이 문제에서는 이렇게 나옵니다.

“estas가 말하는 독립이란, 자폐당사자단체로서 장애인단체임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estas는 다른 이들에게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말한다는 것이다.”

“estas가 말하는 협력이란, 국내외 자폐당사자, '신경다양인' 및 '장애계', 시민사회와 협력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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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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