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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장애의 무서움, 희귀난치성질환 경험-⑬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현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0-22 09:32:26
처음 의식이 차려지자, 가장 처음 느껴지는 것은 대변이 엄청나게 급하다는 사실이었다. 다짜고짜 참을 수 없이 밀려오는 대변감에 당황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말로만 들어보던 '피똥(혈변)'이란 것을 싸게 된 것이다.

신기한 것이 절대 참을 수 없었다. 배가 아픈 것도 아니고 그저 강렬한 배변감에 아무리 항문을 조여도 터져나오는 것이 관장을 했을 때보다 더 심했다. 출혈의 원인은 십이지장에 구멍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부끄럽고 민망한 상황에서 다시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차려보니, 많은 침대들 사이에 침대 위에 내가 누워있었다. 간호사분들은 동분서주 바쁘게 뛰어다니셨다. 태어나서 처음 중환자실을 보게 된 것이다. 눈 뜨자마자 또 급한 것은 역시 대변이었다. 혈변이라 그런지 출혈이 그대로 변으로 나오는 모양이었다. 혈변을 지려버리고 정말 있는 용기, 없는 용긱 다 끌어내어 간호사를 불렀다. 그리곤 뒷처리를 부탁했다.

그렇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미 다시 침대에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할 만큼 몸이 또 악화되어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간호사분들을 붙잡는 것은 정말 난감한 일이었다. 게다가 단순히 치우기만 해서 될 일이 아니고 뒷처리까지 부탁해야 되는데 잦은 배변으로 그런지 항문이 따까웠다. 휴지를 쓰기 어려울 만큼 따가웠다.

어쩔 수 없는 부끄러움과 민망함을 무릅쓰고 다시 부탁드렸다. '물로 씻겨주실 수 없을까요?' 중환자실에서 물이 어딨냐고들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호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바쁜 와중에도 간호사분은 친절하게 뒷처리를 다 해주셨다.

그러다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중환자실에 의사였다.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다. 간호사들이 저렇게 바쁘면 조금 도와줄만도한데 전혀 미동조차 하지 않고 도넛만 먹고 있었다. 정말 도넛 먹으러 중환자실 들어온 사람 같았다. 아니 애초에 중환자실에 도넛 같은 식품이 반입이 가능한 건가?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그 후로 쭉 움직이지 않는 그 의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침 입안이 다시 헐기 시작하면서 심한 구내염과 함께 통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 평소 사용하던 리도카인(국소마취제)를 부탁했지만 아예 대답조차 없었다. 그 의사는 그렇게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그 의사에게 말하는 것이 아무 의미 없음을 깨닫고 결국 다시 간호사분들께 부탁해서 병실에서 쓰던 리도카인(국소마취제)를 보호자를 통해 반입해달라고 요청했다.

국소마취제를 바르고 나서야, 통증이 겨우 잦아들었고, 링거로 맞고 있던 신경안정제가 섞인 주사제를 맞으면서 비몽사몽 상태로 빠져들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아침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간호사들이 환자들에게 물수건을 나눠주거나 얼굴을 닦아주었다. 어떤 할머니는 중환자실인데도 혼자 몸을 일으켜, 스스로 얼굴을 닦으셔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비몽사몽 간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한 사람의 죽음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게 안움직던 의사가 드디어 한번 움직였다. 돌아가신 분 앞에서 뭔가를 하는 것 같았다. 의사에 집중하다가 문뜩 자리를 보고 깨달은 것은 돌아가신 분이 바로 그 아침에 할머니라는 사실이었다. 갑작스럽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반은 놀라움, 반은 부러움이었다. 아침까지 정정하시던 분이 어떻게 저렇게 갑자기 돌아가셨을까 하는 의문과 나도 어서 죽어서 이 고통이 끝났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다시 비몽사몽한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번에 눈을 떠보니 그 할머니 자리는 비어있었고 중환자실 의사는 하루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간호사들이 일하는 와중에 도넛만 먹다가 고생 꽤나 한 것처럼 다른 의사와 교대를 서두르고 있었다. 느낌이 딱 군대 말년 병장이 근무서고 난 것 같았다.

마음속으로 참 욕을 많이 했다. 저런 인간이 의사인가? 저런 인산이 생명을 책임지는 것인가? 심지어 저런 인간이 가장 위험한 중환자실을 맡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하지만 그저, 흔하디 흔한 좀 더 배운 사람의 갑질일 뿐이었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그 중환자실에서 나뿐인 것 같았다. 새삼 썩었다는 푸념만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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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신민섭 칼럼니스트 신민섭블로그 (raiduu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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