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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장애인 주거편의 지원사업 ‘한계점’

저소득 가구만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

“편의시설은 가난해야 누리는 권리 아니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0-15 14:15:35
서울시 주거편의 지원사업은 서울시와 한국장애인개발원(이하 개발원)이 업무협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소요 비용 연간 7억 4천만원 전액을 서울시가 부담하고 있다. 주거편의 지원사업을 신청하는 장애인 중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개발원은 SH공사와도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주거편의 지원을 원하는 장애인은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서울시와 개발원이 선정한 위원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회의를 통해 지원을 결정한다. 개발원은 위원회에서 선정한 시공업체와 함께 기술조직을 구성하여 편의시설 시공과 관련된 실무를 하고 있다.

사후관리 대상가구 20개를 포함하여 연간 180가구 정도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가구별로 나누어 보면 가구당 350만원 정도다. 신청 대상은 중증장애인으로서 차상위 계층 또는 기초생활수급권자 가구다.

물론 저소득 가구가 더 경제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지원에 우선권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소득 가구가 아니라 하더라도 수백만원이 들어가는 주거편의시설을 저소득 가구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사업과 비교해 보자. 정보통신 보조기가 저소득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선권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저소득 장애인과 그렇지 않은 장애인의 자부담 비율이 서로 다르다.

주거편의시설 지원에 대해서도 저소득 가구가 아니면 일부 자부담을 하는 정도는 필요하지만, 주거편의는 모든 중증장애인 가구에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저소득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런 선정기준으로 인해 선정 대상이 대부분 임대아파트에 몰려 있다. 지원된 가구 중 자가주택은 7가구로 3%에 불과하다. 저소득자로서 자가주택을 소유한 경우라면 매우 열악한 환경의 주택이었을 것이다.

선정위원회에 장애인 당사자는 없다. 건축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하다 보니, 물론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하여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겠지만,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보다 감수성을 가지고 당사자의 실제 생활에서의 불편이나 생활패턴을 읽으려면 당사자의 참여도 필요하다.

신청자의 요구사항을 체크리스트를 가지고 알아볼 수는 있지만, 사용자 입장을 반영한 효과적인 설치에는 편의성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한계점을 가질 수 있다. 편의시설 설치의 이용자가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전문가에 의해 필요한 지원을 선정하는 나름 대로의 섬세함을 갖추고는 있으나, 이는 장애인을 대상화하여 전문가들이 판단하는 주체가 되므로 이용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사업이 된다.

지원의 시설 종류나 범위를 보면, 매우 다양하다. 접근로와 현관, 거실, 주방, 침실, 화장실 등을 범위로 하고 있으며, 도배나 LED등 설치, 방충망 설치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아닌 주거환경 개선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분을 지원 범위로 하고 있다. 미끄럼 방지나 문손잡이 설치, 경사로, 변기, 싱크대, 세면대, 차양설치, 바닥평탄하게 고르기, 문교체, 안전손잡이, 도어락, 화상인터폰, 화장실 방수, 창호교체, 단열강화, 샤워의자 등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런 종합적 지원은 법에서 언급되어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에 한정하지 않았다는 장점이 있다. 대상가구에 예산에 맞추어 다양한 지원을 해 주었다는 명분이 있다. 하지만 예산에 맞추기 위해 시급성이 없는 시설까지 지원되는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500가구가 경사로가 필요한데, 50가구에 도어락을 설치해 주었다면 일부 장애인에게는 도어락이 편하기는 하지만, 현재에도 크게 불편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더 많은 가구에 혜택을 줄 수 있는 것이 사업의 효과성이나 장애인의 편의성에서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중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에는 가족의 행동 패턴을 고려하여 편의시설을 지원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행동이 불가능한 장애인이란 말이 거슬린다. 와상장애인만은 가족이 이용할 것이므로 이를 고려하고 다른 중증장애인은 가족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뜻처럼 해석된다. 주거공간은 가족이 같이 사용하는 곳인데, 왜 장애인이 사용하지 못할 경우에 한정하여 가족을 고려하는지 모를 일이다.

SH공사와 업무협약을 통해 퇴거를 할 경우 원상복구를 하는 문제가 상당히 해결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일부 품목에 한한 것이고 원상복구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협약을 통해 건물주의 개보수 허가가 용이해 진 것은 맞지만, 원상복구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합의가 된 것은 아닌 것이다.

욕조가 있는 경우 욕조용 이동기기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욕조를 제거하고 샤워만 하도록 한다. 그리고 높낮이 조절용 침대나 싱크대, 세면대를 지원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은 이용 방법이 다르므로 아예 장애인에 맞추어 높이를 낮춘 시설물을 제작하여 설치해 준다.

이런 경우 같이 이용해야 하는 가족에게는 불편한 시설물이 된다. 이런 이유로 장애인 혼자 거주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장애인 높이에 맞춘 싱크대를 신청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결과로 개발원은 고가의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빈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보았을 것이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주거편의 지원사업은 20% 정도만이 별도의 사업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건물주 특히 SH공사와 같이 임대아파트 분양시 자체 예산으로 설치해 주어야 했던 것이다. 서울시 예산으로 임대아파트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해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SH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것을 지원해 준 셈이 된다.

청각장애인 가구는 4가구가 선정되었는데, 인터폰벨을 울렸을 때 소리 대신 전등의 켜짐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것, 시각장애인 중 선정된 가구는 9가구인데 사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보다는 일반적인 시설물의 보수로 그친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다.

종합적 지원은 전반적인 편의시설을 모두 지원해 주는 장점이 있지만, 편의시설의 보다 많은 보급에는 불리하다. 그리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높낮이 조절용 싱크대의 설치 등은 전혀 지원한 사례가 없다. 정말 비용이 부담되어 장애인으로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경우를 지원해 주는 것이 사업의 효과가 될 것이고, 장애인의 주거편의 지원의 명분이 될 것이다.

차라리 SH공사가 의무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주도록 지원 품목을 다양화하고, 이에 대한 철거비를 서울시가 지원해 주는 것이 더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자가주택이라 하더라도 비용이 큰 부담이 되어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에게 지원해 준다면 더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었을까?

서울시는 스마트홈 사업이나 비교적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의시설의 지원사업을 별도로 해야 한다. 이미 주거편의 지원사업을 하고 있으니 중복된다고 하면서 다른 사업들을 기피해 버리면 장애인의 주거복지는 해결될 기회가 없다.

예를 들어 화장실 문 통과 폭이 좁아 휠체어가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여 화장실을 갈 때 기어서 가야 한다면, 현재의 지원제도에서는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화장실문을 자동문으로 바꾸어 준다면 가능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전문가들이 만든 축적된 리스트가 아니라 장애인 개인의 문제 해결 방식의 지원범위 선정과 새로운 기술로 개발된 고가의 편의시설의 비용을 지원해 주는 보완적 주거편의 지원사업이 있어야 장애인 주거복지를 서울시가 신경 쓰고 있다고 장애인들은 인정할 것이다.

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빈곤자라서 지원해주는 것으로 인해 장애인 복지정책이 빈민구제 정책으로 변모해 버린 것을 극복하지 않는 한 장애인복지 발전은 기대할 수 없고, 영원히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게 될 것이다. 편의시설은 가난해야 누리는 권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개발원이 유니버설 디자인부를 설치하여 연구와 정책개발을 하여 장애인에게 큰 도움이 되겠구나 기대했는데, 재원을 개발하여 사업에 매몰되어 있으니 너무나 답답하다. 저소득 지원사업이 있을 때마다 허탈해 하는 장애인의 한숨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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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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