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지하철 사인. ⓒ pixabay

12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나는 친절한 공항 직원의 안내로 지하철 역까지 편히 도착하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인데, 내 숙소가 위치한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직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다른 직원이 택시를 타고 갈 수 있다는 말을 하였다.

딱정벌레 같은 런던 택시. ⓒ pixabay

런던 택시는 우리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딱정벌레처럼 생긴 검은 택시인데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택시들이 있었다.

나는 택시를 타고 숙소가 있는 켄싱턴에 도착하였다. 물론 택시비는 제법 나온다. 40분 정도 거리에 약 10만원.

런던 날씨는 9월 초이고 화창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꽤 쌀쌀했다. 서울은 아직 더워서 에어컨을 찾는 날씨인데 이곳은 낮 최고 기온이 17도 정도밖에 오르지 않고 해가 떨어지면 금방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추운 날씨였다.

걷는 사람들한테는 얇은 겉옷만 걸치면 땀도 나지 않게 관광할 수 있는 기온이지만 앉아서만 있는 우리 휠체어 장애인들한테는 제법 쌀쌀한 날씨이니 얇은 패딩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겠다.

런던 지하철. ⓒ pixabay

도착한 날은 저녁을 먹고 취침에 들어갔고, 다음 날 아침부터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되는데 내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대영박물관을 찾았다.

다행히 대영박물관 근처의 역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 지하철로 이동을 했다. 여기서 팁! 런던 지하철에는 모든 역에 엘리베이터가 있는 것이 아니다.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하철이라 또 시 전체가 역사적인 건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없는 곳이 꽤 많다. 다행히 런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휠체어가 가능한 곳에는 장애인 마크가 표시되어 있어 가고자 하는 곳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를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여행 중에 내가 느낀 건데 주요 관광지 근처의 역에는 대부분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다행히 런던의 상징 2층 버스를 타면 휠체어 장애인도 런던 구석구석을 구경할 수 있다.

대영박물관 이집트관의 스핑크스. ⓒ 안성빈

대영박물관은 모두에게 무료 입장이다. 줄이 엄청 길게 서 있는데 휠체어 장애인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여기서 팁! 대영박물관에 입장하려면 공항에서처럼 자신의 모든 짐을 검색대에 위에 올려 놓아야 한다. 그러니 최대한 간단하게 짐을 꾸려서 대영박물관을 방문할 것을 권한다.

대영박물관은 역사적으로 아주 훌륭한 유물들로 가득한데 그 중의 으뜸은 이집트관이다. 이집트의 스핑크스와 미라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영국이 식민지 정책을 강력히 펼쳐나갈 때 소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성이 있을 때 세계 곳곳을 식민통치하면서 현지의 역사적 유물을 챙겨서 이곳에 전시하고 있는 것이다.

대영박물관 앗시리아관. ⓒ 안성빈

아무도 역사적인 시야를 갖고 있지 않던 시대에 그 역사적인 가치를 알아보고 유물들을 이곳으로 가지고 온 것은 당시에는 찾아볼 수 없던 안목이었다고 설명할 수 있으나 이 유물들은 빠른 시일 안에 자신의 본국으로 돌아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박물관에 있는 내내 강하게 들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최초의 법전 함무라비 법전이 있고, 정말 지금이라도 벌떡 일어날 것 같은 미라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다.

또한 앗시리아와 바빌론 제국의 성벽과 신상들이 그대로 전시되어 있어 그것들 앞에 서 있으면 몇천 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그때 당시 그곳의 영광과 위엄이 내게 전해지는 듯하다.

한 3일 정도는 시간을 잡고 매일 출퇴근하면서 구경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내가 또 영국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해보리라.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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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빈 칼럼니스트 사지마비 장애인(경수손상 5, 6번)으로 현재 (사)로이사랑나눔회 대표이며 미국, 호주, 유럽 등을 자유여행한 경험을 본지를 통해 연재할 것이다. 혼자서 대소변도 처리할 수 없는 최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로 현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다닌 경험이기 때문에 동료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쪼록 부족한 칼럼이지만 이 글을 통하여 우리 중증장애인들이 스스로 항공권, 숙소, 여행코스 등을 계획하여 보다 넓은 세계로 나아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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