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장애인10년 홈페이지 캡처. ⓒ배융호

김예지 의원이 대통령 소속의 국가장애인정책위원회 설치를 주 내용으로 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지난 7월 12일에 발의하였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는 제11조(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국무총리 소속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제3조(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구성)에 따르면 장애인정책위원회는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국무총리, 부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는 기획재정부장관, 교육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산업통산자원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국무조정실장, 국가보훈처장, 법제처장 등이며, 장애인 관련 단체의 장과 전문가 등이 위촉위원이 된다. 역할은 장애인복지정책의 기본방향, 장애인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개선과 예산지원, 특수교육정책, 장애인고용정책, 장애인 이동보장정책, 장애인복지정책, 재원조달, 장애인복지에 관한 관련 부처의 협조 등에 대한 심의와 조정이다.

그러나 상설기구가 아닌 회의기구여서 1년에 1~2회의 정기 회의만 하고 있어 장애인정책 현안에 대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없다는 점, 보건복지부가 주도하다 보니 타 부처와의 의견을 조정보다는 의견 취합에 그치고 있다는 점, 이로 인한 장애인복지 정책 및 서비스 제공의 통일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설치된 것은 지난 2000년 1월이다. 장애인복지법의 개정에 따라 보건복지부(당시 보건사회부) 소속의 중앙장애인복지위원회가 국무총리 소속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로 변경된 것이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설치는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UN ESCAP)의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10년(1992~2001)의 행동계획에서 정한 국가조정위원회(National Coordination Committee)를 반영한 것이다.

아·태 장애인10년 행동계획에서는 장애인 권리와 복지증진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다루고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관련 업무를 협의하고 조정하는 기능을 위해 국가조정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조정위원회는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모든 기관 및 비정부 조직의 활동을 검토·조정하며, 장애인이 직면한 문제를 다루는 국가 정책을 개발하고 국가나 정부 부처의 장, 정책입안자 등에게 정책개발, 입법, 프로젝트에 관해 조언 및 지침 제공, 필요한 기금의 설립 등 해당 국가의 장애 관련 정책에 대한 개발 등 검토, 비판의 기능을 하도록 되어 있다.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아·태 장애인 10년 행동계획에서 요구하는 국가조정위원회의 기능을 하기 위해 설치되었지만, 실제로 국가조정위원회로서의 기능을 다 하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김예지 의원의 대통령 소속의 국가장애인정책위원회 설치에 대한 장애인복지법 개정안 발의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무총리 소속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의 국가장애인정책위원회가 된다고 해서 과연 아·태 장애인10년에서 제시한 국가조정위원회의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아니면 미국의 국가장애인위원회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미국 국가장애인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배융호

따라서 국가장애인정책위원회의 위상과 기능을 명확히 정할 필요가 있다. 아·태 장애인10년 행동계획의 국가조정위원회 기능으로 갈 것인지, 또는 미국식의 국가장애인위원회로 갈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태 장애인10년 행동계획의 국가조정위원회의 기능으로 간다면 단순히 장애인 정책에 대한 자문이나 의견이 아닌 인권, 정책, 복지서비스 등 우리나라 장애인 정책 전반에 걸친 검토와 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특히 여기에는 정부 기구와 비정부 기구(NGO)와의 조정과 협의도 포함이 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 모든 장애 관련 정책에 대한 콘트롤 타워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미국식 국가장애인위원회의 기능으로 간다면, 대통령, 국회, 각 정부 부처의 모든 장애 관련 정책의 자문 기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위원회의 성격상 위원장 및 위원의 구성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장애 관련 모든 정책에 대해 반드시 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해 볼 때, 미국식 국가 장애인위원회의 기능을 하기는 쉽지 않다. 장애인위원회가 독립성을 가지면서도 정부 기구로서의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 자문의 기조가 달라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향후 국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는 아·태 장애인10년의 국가조정위원회의 성격과 기능을 하면서 전체 행정부처에 흩어져 있는 장애 관련 모든 정책과 서비스에 대해 검토하고, 정부, 국회, 비정부기구와 협력하여 조정하는 기능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한계로 지적되었던 형식적인 회의가 아닌 상설기구로 설치되어야 하고, 상근 위원장과 상근 위원 및 사무총장을 둔 사무소와 업무 체계를 갖추며, 이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지원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통령, 정부, 국회의 모든 장애 관련 정책에 대한 검토와 조정 기능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 소속이든 국무총리 소속이든, 명칭만 바뀐 명목상의 위원회가 될 것이다. 앞으로 시행령이 개정되어야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겠지만, 이번 신설되는 국가 장애인정책위원회가 이름만 바뀐 위원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실질적인 권한을 갖고 우리나라 장애 정책을 이끌어가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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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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