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부터 다시 검사를 시작하였다. 온갖 검사가 진행되고 지난 병원에서 했던 조직검사도 더욱 확실하게 하기 위해 더 깊숙이 근육을 채취하는 수술을 진행하였다.

지난 검사 때 하반신 마취를 하고 했던 검사인데, 너무 많은 검사로 마취제를 과다하게 사용하여 최소한의 마취로 검사를 진행하기로 하였다. 근육에 부분 마취를 한 채로 아프면 추가적으로 마취하는 식으로 수술이 진행되었다.

찌릿찌릿한 기분과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그렇다. 감각은 분명히 있는 것이다. 그런데 움직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던 중 담당 인턴이 들어와서 추가 채취를 부탁하고 나갔다.

지난 병원에서 제대로 검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상황이 급했기에 치료를 해주었던 것이었고 할 수 있는 치료를 다해보고 더 할 것이 없어, 퇴원시켰던 것이었다. 전 병원에 미안한 마음과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수술을 마치고 한쪽 다리를 한동안 쓸 수 없게 된 채로 다른 자잘한 검사들과 치료들을 이어가면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시간은 10월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물리치료를 하기엔 염증 수치가 너무 높았기에 연하치료만 하였다. 화장실도 갈 수 없었기에 침대에서 대소변을 다 해결하였다.

한번은 침대에서 대변을 보는데, 옆에 환자가 '아이, XX!'라고 하면서 병실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민망하고 서러웠다. 이것이 내 잘못이가? 내 잘못이든 아니든 주위 사람들은 무심히 팔을 휘두르는 것만 같았다.

멀리 간호사실에선 저와 같은 병증을 가진 환자가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고 간호사에게 하소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엉엉 울면서 비는 듯한 소리에 공허한 마음이 울리는 것만 같았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신민섭 칼럼니스트 2010년 희귀난치성 질환 류마티스성 피부근염에 걸려 후천적 장애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을 오직 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살다. 2020년 삶의 귀인을 만나 장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로써의 삶을 시작하였습니다. 장애인 당사자로써, 근육병 환자로써 세상을 바라보며 느끼는 바를 전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