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계 예산 투쟁을 보면 그 적정 수준은 항상 ‘OECD 평균 수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의 금과옥조 수준으로 뭐 하나 이야기해도 그 말은 도돌이표 식으로 지적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 말에는 약간 함정이 있는 말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말 속에 숨어있는 함정들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OECD 국가라고 모두가 한국 수준의 경제력과 인구를 갖춘 국가는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굳이 한국과 정면 비교를 할 수 있는 OECD 국가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도만 정면 비교가 가능합니다. 이는 경제력과 인구라는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해서 보니 한국과 정면 비교를 해도 다른 변수의 영향력이 덜한 것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정도밖에 없습니다. 인구와 경제력이 가장 비슷한 OECD 국가는 이 두 나라뿐입니다.

예상외로 OECD 가맹국 중 한국과 체급 경쟁이 안 되는 국가들은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코, 헝가리,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이런 국가들은 한국과 정면 승부를 겨루기 어려운 국가들입니다. 인구수나 경제력에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이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는 국가들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로, OECD의 주력 국가인 유럽권의 예산 지출 정책적 차이가 상당히 한국과 차이가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유럽권은 군사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유럽연합(EU)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체계로 유럽은 결속되었기 때문에 군사비 지출에 신경을 덜 써도 됩니다. 유럽 자체적으로 전쟁이 발생한다면 그 상대는 오직 러시아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그 러시아도 최근 군사력을 유럽에 투입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대유럽 군사적 행보 때문에 유럽 각국은 군사적 긴장이 강화되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국방비 증액을 강력히 요구했고 행정부가 바뀌어도 이 기조는 유지되었습니다.

유럽은 군사비 지출을 너무 줄인 나머지, 전면전을 치를 군사력이 아니라 합니다. 독일조차 투입할 수 있는 전차가 적다고 할 정도입니다. 이들이 과거 냉전이나 세계대전 수준의 군사적 상황에 놓여있다면, 군비는 대폭 강화될지도 모릅니다.

그다음으로, 이러한 국가의 복지 예산 지출을 위해선 세금 부담도 상당히 있다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서, 한국 장애계가 요구하는 것은 세금 부담은 저부담 – 혜택은 고복지이기를 원하는 이상한 구조에 놓여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예산 정책으로 나오면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구조입니다.

북유럽 국가의 세금 부담은 상당히 많다는 점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러한 것처럼 세금 부담이 그만큼 이뤄져야 복지 혜택도 따라옵니다. 게다가 북유럽 국가들은 군사비 지출이라는 단어가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핀란드는 동원할 수 있는 전투기가 겨우 55대뿐이고, 그나마 이번에 교체 계획이 발표되어 입찰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해군력도 거의 고속정 몇 척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복지 지출을 대규모로 단행해도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한국이었다면 군비 수요가 엄청나기에 이러한 지출은 증세가 아닌 이상 불가합니다.

그 외에도 예산 정책의 방향이나 경제 정책, 정치권의 복지 인식 등의 차이는 극과 극인 수준에서 이러한 정면 비교는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제 친구이기도 한, 방송인 따루 살미넨 씨는 유럽과 한국의 정치적 차이에 대해 대놓고 “한국의 진보는 핀란드의 보수 같아요!”라고 평가했을 정도입니다. 그런 평가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정치적 발언도 많이 한 외국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한국과 유럽의 정치적 인식 차이를 아주 간단하게 보여준 사례일 것입니다.

참고로 군사비를 기준으로 이야기한 것은, 경제력을 정면 비교할 수 있는 또 다른 객관적 지표이기에 그러한 군사비를 기준으로 설명했다는 점과 제가 상대적으로 군사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정보가 좀 있어서 설명하기 쉬웠기에 군사비를 대조용으로 이야기한 것을 참조해주시면 됩니다.

일단 두 가지를 지적했지만, 결국 OECD가 완벽히 이상적인 수준이라고 하기에는 한가지 비유를 하면 한국야구의 전설적인 타자들을 모두 홈런타자라고 설명하는 오류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홈런타자라고 보기는 어려운 타자들도 있습니다. 이종범 선수(현 LG 트윈스 코치)나 추신수 선수(현 SSG 랜더스) 같은 홈런보다는 출루나 도루 등에 강한 실력을 보인 타자들도 있기에 그렇습니다. 야구를 좀 아는 사람들은 이종범이나 추신수에게서 홈런이 아닌 출루와 도루 이런 것을 더 기대하는 것이 상식이었으니 말입니다.

현역 KBO 리그 주요 타자들도 나름 비슷한 것이, 야구 타순에서 1번 타자나 2번 타자는 홈런 타자라기보다는 ‘테이블세터’라고 부르는 출루를 목표한 타자들에 가깝고, 대중들이 생각하는 홈런타자는 ‘클린업’이라고 부르는 3번 타자에서 5번 타자까지만 그렇습니다. 나머지 6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는 오히려 수비를 이유로 출전하는 선수들에 가깝다는 점을 짚어주고 싶습니다. 게다가 야구의 타순은 상황에 따라 바뀌기 쉽다는 점에서 모두가 홈런을 칠 수 있다는 것과 비슷한 오류입니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야구를 기준으로 설명했지만, 결국 지적하고 싶은 것은 OECD 평균이라는 것은 약간은 허상에 가까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OECD 소속 국가들이 모두 한국과 비슷한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고, 그 예산을 집행하는 방법론은 차이가 심각하게 있는 ‘편차’를 보지 않고 지적한 것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예산 집행을 위한 세금 부담 차이는 더 심각한 편입니다.

한국이 결국 가야 할 복지 예산 구조는 OECD 평균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한국형 모델’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제 세계에서 한국형 모델이 성과를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이제 ‘룰도 심판도 없다!’라고 설명해도 됩니다. 한국형 조세 부담 모델과 장애인 예산 지출 정책론 등을 우리 스스로 짜야 하지, 그 규모를 반드시 OECD 평균에 맞추는 것은 오류일 수 있습니다.

이제, 한국형 장애인 예산 모델을 만들어야 하지, 그 규모가 무조건 OECD 평균을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예산을 짜는지 그러한 정책 모델 수립이 장애계에 더 필요합니다. 예산 편성 방식부터 지출 방식, 심지어 세금 부담 방식까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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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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