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은 태어날 때 산소결핍이 있었던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는 머리가 그토록 둔할 수가 없어!”

얼마전 친구가 자신의 직원을 불평하기 시작했다. 생필품 매장의 지점장인 친구는 다니엘이라는 젊은 직원을 두고 있는데, 다니엘이 워낙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최근에는 마약중독과 알코올 중독 증상까지 보이고 있다며 다니엘의 지적장애를 의심하면서 내던진 말이다.

그러고 보니 독일인들이 적지 않게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비장애인은 지적장애, 정서행동장애, 자폐성 장애 등이 있는 (또는 그렇게 보이는) 사람에게 “저 사람은 태어날 때 산소결핍이 있었나 봐”라고 쉽게 단정 짓곤 한다. 신체장애나 감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도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다고 추측하는 경향이, 독일에서도 발견된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저명한 카투니스트 필 후베(Phil Hubbe)는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독일 저명한 카투니스트 필 후베(Phil Hubbe)의 카툰. ⓒPHIL HUBBE, www.hubbe-cartoons.de

비장애인으로 보이는 나이든 여성과 남성 앞으로 휠체어를 탄 젊은 여성이 지나간다. 그러자 나이든 여성이 남성에게 “저 여자는 태어날 때부터 휠체어를 타고 있어”라고 속삭인다. 그러자 남성은 말 그대로 휠체어를 타고 태어난 아이를 받으며 “휠체어다!”하고 외치며 놀라는 의료진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작가의 유머와 냉소적 비판이 함께 어울려진 그림이다.

독일에 이토록 유명한 풍자만화가 있을 정도이니 아직도 많은 독일인은 대부분의 장애인이 태어날 때부터 장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아니 착각을 하고 있다.

현재 독일에는 약 970만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참고로 독일 총 인구는 약 8000만명이다).

장애 등급은 20부터 100까지 나뉘는데, 50부터는 ‘중도장애인(Schwerbehinderte Menschen)’으로 공식 지정되어 중도장애인 등록증을 지급받으므로 중도장애인 수는 정확히 측정 가능하다. 참고로 독일에는 장애인 등급제 및 중도장애인 등록증과 관련하여 여러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이 부분은 추후 칼럼에서 집중 조명해 보겠다.

독일 통계청(Statistisches Bundesamt, 2020)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는 약 800만명의 중도장애인이 있다. 이는 독일 전체 인구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중도장애인의 연령을 보면 34퍼센트는 75세 이상, 44퍼센트는 55세~74세, 2퍼센트는 18세 이하이다.

중도장애의 원인을 살펴보면 질병 89퍼센트, 사고 및 산업재해 1퍼센트, 선천적 요인 3퍼센트, 기타 요인 6퍼센트 정도이다.

즉, 중도장애의 3퍼센트만이 출생 전이나 출생 중 또는 출생 후 1년 이내의 요인으로 발생한 선천적인 장애인 것이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 역시도 독일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부를 하기 전에는 나 역시도 대부분의 장애인은 선천적인 장애가 있을 거라 막연히 추측을, 아니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가 다니엘이 태어날 때 산소결핍이 있었다고 확신하며 다니엘의 ‘우둔한’ 표정과 행동까지 재현하며 지적장애인을 비하한다는 느낌이 들자 나는 그의 말을 끊었다.

“잠깐만! 참고로 네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는데, 장애의 95퍼센트 이상은 후천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거야. 그러니 다니엘이 선천적인 요인으로 지적장애가 있다고 쉽게 단정하지는 마.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에서 일시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장애를 갖고 살게 되어 있어. 그러니 너도 예외는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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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리 칼럼니스트 독한 마음으로, 교대 졸업과 동시에 홀로 독일로 향했다. 독한 마음으로,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에서 재활특수교육학 학사, 석사과정을 거쳐 현재 박사과정에 있다. 독일에 사는 한국 여자, 독한(獨韓)여자가 독일에서 유학생으로 외국인으로 엄마로서 체험하고 느끼는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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