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표현에서 ‘Ice-breaker’란, 처음 만난 사이의 어색함이나 낯섦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말이나 행동을 의미한다.

아무래도, 아직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이란 낯선 존재이며,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으로서 학생, 직장동료, 학부모 등의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나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어색하고 낯설게 느끼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필연적으로 따라 다니게 마련이다.

얼마 전, 아이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은진슬

얼마 전, 이응이는 3년 동안의 유치원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식을 하였다.

3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아이는 멋진 유치원에서 하느님 사랑 듬뿍 받고, 좋은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따뜻한 사랑 한껏 받으며 의젓하고 멋진 어린이로 성장하였다. 그다지 감성적이지 않은 나임에도, 아이 졸업식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앞으로, 학부모로서 초, 중, 고를 거쳐 대학 졸업식까지 참석하게 되겠지만,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만큼 엄마에게 가슴 벅차고 뭉클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졸업식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3kg 남짓한 아가로 내 뱃속을 떠나 7년 간 함께 울고 웃으며 성장하여, 이제는 의젓하고 씩씩한 어린이로 성장했다는 사실이, 엄마로서의 삶의 한 챕터를 무사히 끝낸 것만 같은 약간의 홀가분함을 느끼게도 했던 것 같다.

뭉클한 감상에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따뜻한 봄이 다가오고, 아이가 초등 입학을 앞두게 되거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입학을 하게 되면, 엄마들도 덩달아 긴장하며 몸도 마음도 바빠지게 마련이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운 교육기관,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내 아이가 잘 지낼 수 있을지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이 엄마 마음이다.

특히,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의 친구관계라는 것이, 아직은 순전히 아이들만의 힘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아이들이 새로운 교육기관에 들어가게 되면, 엄마들 사이에도 관계 맺기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사람과 사귀는 기술이 서툰 부모라도, 대인 지향성이 낮거나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을 힘들어하는 부모라도, 적어도 이 시기만큼은, 학부모들 간의 관계 맺기라는 변수를 아예 배제하고 아이를 키울 수는 없다.

나 역시, 연주, 글쓰기 등 혼자 하는 일을 주로 했으며, 워낙에 대인지향적인 성향도 아닌지라, 처음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했을 당시, 같은 반 학부모들 간의 관계 맺기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에게는 장애라는 묵직한 변수까지 따라다니다 보니 그 고민의 깊이는 훨씬 깊었다.

결국, 결코 대인지향적이지도 않으며 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엄마인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가며 같은 반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를 해 나가야만 했다.

곧 있을 새 학기를 맞아, 나처럼 아이가 입학하는 새로운 기관에서 같은 반 부모님들과의 관계 맺기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내가 장애엄마 입장에서 3년간 고민하며 노력해 왔던 나름의 방법들을 공유해 볼까 한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이 있듯이 먼저 웃으며 인사해보자. ⓒ은진슬

1.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무조건 웃으며 먼저 인사하려고 노력하라.

많은 장애인들이 경험적으로 알겠지만, 비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을 처음 만나면, 대부분 먼저 말을 걸기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비장애인들이 휠체어나 흰지팡이에 압도되기도 하고, 장애로 인해 조금 다른 외모에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 쪽이 먼저 ‘Ice-breaking’을 시도해야, 어떤 관계든 시작될 수 있다.

물론, 나의 일에 국한되는 상황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나는 관계 맺기 자체를 시도하지 않는 편이며, 그럴 필요도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아이의 일이기에 노력하며 진화하게 된 측면이 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이가 처음 유치원에 입학했을 당시, 될 수 있으면 등/하원은 내가 함께 하면서 만나는 엄마들에게 기회가 닿는 한 먼저 인사하려고 노력했다.

사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사람을 먼저 알아보거나 눈맞춤 등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먼저 인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수반되는 일이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의식적으로 귀와 오감을 최대 민감 모드로 작동하면서 예민한 청각과 기억력을 총 동원하여 다시 만나는 사람들을 파악하고는, 좀 과한 건 아닌가 싶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또한, 내가 그냥 인사하는 것이 아니라, ‘웃으며’라는 부분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는데, 아무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인식하는 장애인에 대한 관점이 그다지 밝지 않다 보니, 장애인들은 대부분 우울하다거나 비련의 주인공처럼 느끼는 분위기를 좀 더 가볍고 유쾌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아이 졸업 전, 유치원에서 있었던 마지막 부모교육 시간에 졸업반 엄마들이 모여서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메모지를 들고 다니면서 평소 다른 부모들이 자신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이미지를 느꼈는지 간단한 동사나 형용사 형태로 적어 주는 것을 보고 서로 공유하는 활동을 했었다.

이때, 내가 늘 웃으면서 인사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는 사실 조금 놀랐었다. 내가 그렇게 늘 생글생글 웃는 상은 아닌데, 그저, 최선을 다해 인사라도 열심히 하자고 시작했던 노력이 정말 처절하긴 했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옛말에,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했다.

결론은, 당신이 장애부모든, 아니 그 어떤 사람이라도, 늘 웃으며 인사하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장애부모로서 혹은 대인관계가 서툴러서 학부모들 간의 관계 맺기가 고민 되는 사람이라면, 그저 열심히 웃으며 인사부터 하는 노력을 기울여 보자.

약간의 농담과, 약간의 헛점을 보이면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가 되기도 한다. ⓒ은진슬

2. 너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시덥지 않은 농담도 하며 약간의 헛점을 보여라.

나는 가만히 있으면 매사가 너무 진지하고 심각해 보이는 사람이다. 게다가, ‘시각장애’라는 범상치 않은 아우라까지 뿜어내다 보니, 이 ‘심각하고 진지해 보임’은 한층 더해 보이는 모양이다.

원래도 이렇게 생긴 사람인데다가 장애라는 측면도 타인의 스스럼 없는 접근을 더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보니, 아이를 키우고 문화센터를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의식적으로 말도 많이 하고, 상황과 분위기가 맞아 떨어진다면 못하는 농담이나 우스갯소리도 살짝 살짝 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저 사람은 장애도 있고 좀 심각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우리랑 별 다를 것도 없구나 하며 안도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이렇게 살다 보니 아이 엄마, 혹은 아줌마가 되면 필연적으로 수다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또한, 좀 더 관계가 진전되어 약간의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면, 크게 해가 되거나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나의 어려움이나 약점 같은 걸 살짝 공유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대개 약점 없는 사람, 빈틈없어 보이는 사람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적절한 선에서 내 약점을 보이는 것은 때로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가 되기도 하니까.

아이 친구와 엄마들과 어울릴 때는 나만의 아이스브레이커를 준비하자. ⓒ은진슬

3. 아이 친구와 엄마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때, 나만의 비장의 아이스브레이커를 준비하여 활용하자.

대부분의 엄마들은 유치원이나 학교 하교때 아이들을 데리러 와서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려 근처 놀이터나 공원 등지에서 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새로운 학교나 유치원 생활 초반에는, 아이들이나 엄마들이나 이런 때를 계기로 서로 친해지게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풀타임 워킹맘이 아니라면, 아이의 새로운 기관 생활 초반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가끔이나마 시간을 내어 얼굴을 비치는 것이 엄마에게나 아이에게나 도움이 된다.

이때, 아이들은 물론, 그들의 부모 역시 살면서 장애인과 직접적 관계를 맺어 본 적이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하기에, 장애부모의 등장은 그들에게는 낯설고 어색한 상황이 된다.

경험적으로, 7세 이전의 유아들은 장애인을 보더라도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는 편이나(뭐, 거의 아무 생각도 편견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임), 부모들은 열이면 열 그것을 드러내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어색하고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도 역시 우리 쪽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장애인인 우리가 남들이 하듯 그저 의례적인 인사 정도 하는 것으로는, 밀도 있는 관계 맺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저 마지못해 나누는 단편적인 대화 조각으로 흩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경험적인 사실이니까.

그래서, 우리 장애부모들에게는, 자신만의 비장의 아이스브레이커가 필요하다.

내가 말하는 아이스브레이커란, 뭐 아주 거창하고 대단한 이벤트나 사교술 같은 것이 아니다.

그저, 내 아이와 하원 후 함께 노는 아이들이, 그 아이들의 엄마가, 자신들과 조금은 다른 나를 조금은 덜 낯설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작은 매개체 정도면 된다.

나의 아이스브레이커는 요리였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그 무언가로 준비하면 된다. ⓒ은진슬

시각장애 엄마로서, 나의 비장의 아이스브레이커는 요리였다.

아이가 처음 유치원 생활을 시작했던 때, 나는 가끔씩 하원 후 아이들과 엄마들이 노는 곳에 참여하곤 했는데, 아무래도 학기 초이다 보니, 나는 가끔씩 일을 접고 계획해서 참여하는 것이었지만, 대부분 거의 매일 아이들의 하원 후 놀이모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루틴을 파악한 나는, 3월 말경, 일부러 오전 시간을 다 비우고는 그 날 하원 후 그 놀이그룹에 참여할 계획을 갖고는 그 곳에 가져갈 간식을 두 시간에 걸쳐 직접 만들었다.

(메뉴는 아마도 크렌베리와 견과류를 넣은 중국풍 디져트인 옥수수빠스였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그 모임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긴 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그 맛있는 간식은 우리 가족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되는 일이라 여겼기에 열심히 공들여 만들었다.

다행히 하원 대열에 합류하여 아이를 만나고 나자, 그날도 자연스럽게 유치원 옆 성당 마당에서 놀이모임이 시작되었고, 나는 그저 테이블 하나를 잡고 앉아 노는 아이를 지켜보며 가져온 간식을 펼쳐 놓았다. 그리고는 내가 인사를 하는 사람, 내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랑 먹어볼 것을 권했다.

사실, 음식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고 친근하게 만드는 매개물도 드물다는 게 평소 나의 생각이다.

모두들 신나게 노느라 출출한 오후시간, 이런 간식이 있다면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다. 더구나, 내 아이가 맛있다며 잘 먹는다면 가져온 엄마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음식을 맛보다 보면, 맛있다든지, 레시피가 어떻게 되느냐는 등, 자연스레 대화소재도 늘어난다. 게다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엄마인데, 그 엄마가 이런 맛있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 왔다면?

확실히 긍정적인 장애인식 함양에도 한 몫 톡톡히 하게 된다.

여기까지 읽고, 혹자는 내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요리도 못하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엄마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사실, 요리는 너무 부담스럽고 거창하며, 품이 많이 드는 일이다. 더구나, 장애인 입장에서는 아무리 요리실력이 뛰어나다 해도, 비장애인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만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비장의 아이스브레이커가 반드시 거창하고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그 무언가일 필요는 없다.

평소, 종이접기를 잘 하는 엄마라면 예쁜 색종이를 챙겨와서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평소 아이와 읽는 묵자와 점자가 함께 표기되어 있는 동화책을 가져가서, 몇몇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제법 많은 아이들이 놀다 보면 몇몇 아이들은 엄마 곁을 떠나지 않거나 약간 겉도는 아이들이 있게 마련인데, 점자동화책은, 그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점자도 소개하면서 내 다름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이채롭고도 익숙한 매개물이 되어 줄 수 있다.

실제로, 나의 다양성 수업에서 유아기 아이들에게 점자 동화를 읽어 주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는 똑 같은 그림과 글씨가 있는 동화책에 올록볼록한 무언가가 거기에 덧붙여져 있고, 눈이 아닌 손으로 자신들의 엄마아빠와 다를 바 없이 재미있게 동화책을 읽어 주는 나를 보며, 어떤 마술이나 진기명기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완벽하게 몰입하며 동화를 듣는다.

그러니, 새학기 새로운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로 고민이 되는 장애엄마라면, 작은 것이라도 당신만의 비장의 아이스브레이커를 준비해 볼 것을 권한다.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가지는 순수한 마음을 아이답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은진슬

4. 아이가 잘 어울리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호감과 우정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할 때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이들이 6, 7세 정도만 되어도 서로 성향이 맞는 친구, 호감을 갖는 친구 그룹이 서서히 생겨난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 놀았던 일을 듣다 보면 빈도가 매우 높게 등장하는 아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유치원에서 그 아이들의 생일선물을 준비할 때나, 잘 어울리는 친구와 어딘가를 함께 놀러 갔다 왔다던가 하면, 아이는 그 친구들에게 남다른 친근감이나 호감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응이의 경우, 우리가 국립생태원이나 현대모토스튜디오, 화장실박물관 같이 조금 이채로운 장소에 놀러 갔다가 기념품 판매점에서 구경을 하고 있노라면, 아주 작은 기념품 같은 것을 몇 개 가져와서는 이거 **이랑 **이에게 선물해 주면 안되냐고 묻기도 한다.

또한, 자기가 특별히 호감을 가진 친구들의 생일선물을 준비할 때면, 좀더 멋지게 그림을 그리고 편지도 써 가며 자신의 우정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졸업식 때도, 겨울방학 때부터 몇몇 친구들에게 작은 미니어처 자동차를 선물해 주고 싶다고 부탁하기에, 함께 준비하여 졸업식날 절친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으며 나누어 주었는데, 아이들은 물론, 엄마들도 무척 감동하며 좋아하셨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마시길…

이렇게 쓰면, 혹자는, 그렇게 비굴할 정도로 관계 맺기를 위해 선물 공세까지 하며 노력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친구에게 가지는 순수한 사랑과 우정 표현의 욕구를 예민하게 캐치하여 아이다운 수준에서 아이다운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북돋워 주고 격려해 주자는 것이다.

이응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주고 싶은 것들은, 대개, 자신이 공들여 그린 공룡 한 마리나 아끼는 스티커 한 장, 아주 가끔은 몇 천 원짜리 미니어처 자동차 정도다.

모름지기, 아이가 극단적인 말썽꾸러기가 아닌 한, 엄마가 조심성 없이 함부로 말을 옮기고 다니는 진상맘이 아닌 한, 자기 아이 좋아한다는 아이와 그 엄마 싫다고 할 엄마는 거의 없다.

또한, 아이가 자신의 좋은 감정, 사랑하는 마음 등을 타인에게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우면, 자연스럽게 아이들 사이에서의 관계도 훨씬 부드럽고 편안하게 돌아가게 마련이므로, 이런 팁은 내 아이에게도 보탬이 되면 되었지, 마이너스가 될 일은 없는 것이다.

이제 며칠 후면 대망의 이응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이다.

이렇게 지면에 이응이 유치원 시절, 장애엄마로서의 엄마들과의 관계 맺기를 위해 처절하게 고민하고 실천에 옮겼던 여러 가지 노력들을 풀어 놓고 보니,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이 일들을 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에 조금은 암울해 지기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또다시 3년 전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노력해 보는 수밖에…

모쪼록, 다가오는 3월의 새 학기, 새로운 학교, 새로운 기관에서의 학부모들과의 관계 맺기에 부담감을 느끼는 장애부모님들께 이 글이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기를 바래 본다.

자! 그럼, 나 은진슬은, 그 간 아이 수술과 이사 등으로 너무 바빠 찬밥 신세였던 나의 오븐부터 예열해야겠다.

나만의 비장의 아이스브레이커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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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슬 칼럼리스트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7개월 만에 급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평생의 불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정도 피아노와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첫사랑은 대게 이루어지지 않듯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던 끝에 지금은 장애, 음악, 보조공학 등에 관련된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학교, 기업체 등에 찾아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역할도 하고 있지요. 가끔은 강의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한답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장애와 다름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나쁜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예민하고, 커피와 독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살 아이 엄마가 들려 드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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