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이응이는 생애 첫 수술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심각한 건 아니고, 편도 아데노이드 수술이었는데, 함께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독자들에게 긴요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왜 수술을 하게 되었는지 공유해 본다.

지난해, 이응이는 만성비염과 목 감기 증세 때문에, 문자 그대로, 3주 약 먹고, 3일 쉬고를 1 년간 반복해야만 했다. 아빠와 엄마 모두 알러지성 비염 증세가 있었기에, 혹시나 하여 알러지 검사도 시행했지만, 우유와 미국 진득이에 약한 알러지가 있을 뿐, 알러지성 비염 소견도 나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큰 문제 없겠다 싶어, 1년을 동네 소아청소년과를 다니며 치료를 했는데, 늘 콧물이 코에 가득한 증상이 지속되는 데다가 맑고 하이톤이었던 아이 목소리가 만성적으로 허스키해져 아예 발성이 제대로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주치의 선생님께 대학병원에 소견서를 써 달라고 부탁드리어 정밀검사를 진행했다. 박사님은 한 번 아이를 진찰하고는, 대번에 편도가 매우 커서 그로 인해 만성적으로 생기는 증상들이라며 축농증 증세까지 보이니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여러 가지 정밀검사를 진행하고는, 심한 만성비염증세와 잦은 목감기 증상이 편도 아데노이드가 너무 커서라는 것을 확진하시고는, 수술날짜를 잡아 주셨다.

편도문제로 인해, 2018년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생애 첫 수술을 하게 된 아이. ⓒ은진슬

아이가 시달리던 주요 질환은 비염이었는데, 비염이 편도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좀 예상 밖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역시 큰 병원에서 체크해 보기를 잘 했다 싶었다. 독자 여러분도, 아이가 너무 잦은 비염과 목 감기 증세를 보인다면, 편도 아데노이드도 반드시 의심하고 체크하시기를 권해 본다.

수술 일주일이 지난 현재, 아이는 다행히 예전의 청아하고 사근사근한 목소리를 거의 회복했고, 강물처럼 흐르고 늘 가득 차 있던 콧물도 더 이상 나지 않아, 비록, 아이는 고생했지만, 수술하기를 너무너무 잘 했다고 생각하며 110% 만족하고 있다.

이번 칼럼은, 아이를 간병 할 때마다 꼭 한 번 써 보고 싶다고 그 간 벼르던 주제인, 장애부모의 유아기 아이 간병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

병실에서 잠들어 있는 아이. ⓒ은진슬

영유아기 아이들의 경우,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의 호흡기질환에서부터 장염, 뇌수막염 등의 바이러스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유로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이응이 역시, 5세 때까지만 해도, 툭하면 수족구나 장염 등으로 인해 링거를 맞거나, 뇌수막염으로 입원까지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여섯 살부터는 아이가 성장해 감에 따라 그 빈도는 현저하게 줄어들기는 한다. 어쨌든, 아이가 아프면, 아이의 심신 안정을 위해 주로 주양육자가 아이를 간병하며 돌보게 된다. 이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로 아이 간병은 주로 엄마가 맞게 되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차라리, 아이가 조금 더 자라 학령기 정도에 이르렀다면, 상황에 따라, 짬짬이 친정이나 시댁 찬스, 혹은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하는 엄마들은 잘 알겠지만, 영유아기 아이가 심하게 아프면 엄마 껌딱지가 되며, 거기에 무서운 수술이나 처치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엄마가 안정감을 줄 수 있도록 옆에 있어 주어야만 한다.

장애엄마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많이 아파 응급실에서 밤을 지새거나, 입원을 하게 되는 경우, 나 역시 아이 간병을 도맡아 했는데, 솔직히, 시각장애엄마 입장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바쁜 대학병원 간호사들은, (내가 입원수속을 하면서 내 장애에 대해 알리고 약간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음을 알려도), 열의 아홉은 약 같은 걸 줄 때 상세하게 알려주거나 큰 글씨로 따로 먹어야 하는 점심약 표기 같은 걸 해 주지는 않는다.

물론,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들도 많이 힘든 상황에서 일하는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보호자들에게도 민폐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들도 모두 아이가 아파서 간병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대한 독립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아이 간병에 임해야 한다.

물론, 나의 경우, 전방 2, 3미터 내에 존재하는 큰 물체들을 어느 정도 분간할 수 있는 시각장애 1급이기에, 그나마 아이를 전적으로 간병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같은 시각장애 1급이라도, 전맹의 경우에는 엄마가 전적으로 주도하는 간병이 어려울 수 있음은 전제해 둔다.

그럼, 지금부터 시각장애 엄마가 경험하게 되는 아이 간병의 애로사항 및 약간의 팁 등에 대해 본격적으로 기술해 보기로 한다.

첫째, 내가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도움이 되느냐와 상관없이, 아이가 아픈 그 시간, 그 자리에 엄마로서 존재하자.

솔직히, 딱 깨 놓고 말해서, 내 장애 정도로는 아픈 아이와 같이 있는 게 엄마로서, 물리적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내가 엄마랍시고 곁에 있으면, 아이 간병에 있어서의 내 어려움을 도와야 하는 활동보조인이나 다른 가족에게 더 큰 짐을 지우는 듯한(좀 비참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당신이 아이 곁에 엄마로서의 주도권을 가지고 굳건히 함께 있어 주기를 바란다.

물론, 이를 위해, 활동보조인이나 다른 가족이 물리적 부담을 좀 더 나누어 가져야 할지도 모르지만, 진심으로 엄마로서의 당신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당신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설사, 당신이 링거줄을 케어하며 아이를 데리고 검사실에 가 줄 수 없어도, 수술 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를 제대로 케어해 줄 수 없더라도, 엄마로서 아이 곁에 앉아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고, 안아주며 사랑한다 말해 주자. 아이가 많이 아프면, 엄마가 뭐라고, 그렇게도 엄마를 찾으며 심적으로 의지한다. 엄마가 그저 그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큰 위안이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엄마니까.

둘째, 장애를 가진 엄마가 활동하고 간병하기 익숙한 환경의 병원을 선택하자.

사실, 아이가 많이 아프거나, 위중한 경우, 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수술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시설과 의료진이 좋은 병원에서 아이를 치료받게 하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들의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장애부모들이 아이를 간병하게 될 경우에는, 병원의 휠체어 접근성, 시각장애인으로서 찾아다니기 쉬운 구조, 편리한 서비스 등등, 부모의 장애 상황에 따른 병원의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좀 슬픈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난 26주 조산아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정말 많이도 아파서, 입원과 수술을 밥 먹듯이 했던 사람이었다. 20대까지는, 병원에서 자는 게 집보다 편하다고 느낀 적도 많았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보니, 눈 감고도 병원의 구조나 검사실 위치 등을 머리 속으로 그려내고 혼자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병원들이 몇 군데 있다.

각종 진료과에 검사실은 물론, 병동의 탕비실은 어디인지, 의료폐기물 처리실은 어디인지, 가운이나 침대시트 보관장소는 어디인지 등도 다 알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인지, 좀 어리버리 해도, 안 보여서 우왕좌왕해도, 엄마가 되고도 아이를 독립적으로 간병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다.

게다가, 워낙 수술을 많이 해본 엄마인지라, 생애 첫 수술 과정을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자세하게 듣고 불안해하며 두려워하는 아이에게, 아이 눈높이에 맞는 생생한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답을 줄 수 있었던 것도 나름 도움이 되었다.

‘마취는 어떻게 되는 거야? 근데 수술하다가 꺠어나면 어떻게 해?’

‘걱정하지 마, 선생님께서 수술방에 들어가자마자 마스크나 혈관주사로 마취제를 넣고 하나, 둘 셋을 세어 보라고 하시는데, 엄마도 셋까지 센 기억이 하나도 없어. 마취과 선생님은 이응이를 한 시간 재울 만큼의 정확한 약물을 잘 만들어 넣어주시는 전문가이시기 때문에 절대 깨지 않아. 그러니 수술할 동안 이응이는 잠이 들어서 아플 일은 하나도 없는 거지.’ …

내가 겪었던 수술 과정을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편안하게 설명해 주니, 아이도 처음 겪는 두려움과 불안을 훨씬 수월하게 다룰 수 있었다. 이러니 세상에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일지라도 쓸 데 없는 건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내가 입원도 많이 해 보고, 간병도 많이 받아 봤기에, 어떻게 해야 편안한지도 더 잘 알고, 뭐가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인지도 더 잘 안다. 그렇다고, 나라고 그게 쉽진 않다. 내가 성능 좋은 약시도 아니고, 뵈는 거라곤 전방 2, 3미터 내의 큰 물체들뿐이니까…

이럴 때, 눈 감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병원을 선택하면, 각종 검사실과 진료과, 수납창구 등등을 어리버리 헤매고 다녀야 하는 에너지라도 줄일 수 있어서, 훨씬 더 맘 편하게 아이의 간병에 집중할 수 있다.

셋째, 입원 시, 병동 간호사들에게 내 장애유형과 필요한 도움 등을 미리 알려 두자

이 일은, 솔직히, 안 하고 싶을 때도 있다. 나의 경우, 언뜻 보면 티가 안나서 잘 모르다가, 갑자기 병동 스테이션이나 입원실에서 간단한 입원 절차 안내를 받을 때에 내 장애를 밝히면, 열의 아홉은, (꼭 필요한 게 아닌 것 같은데도) 아이 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유전은 아닌지를 당장 묻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먼저 우리 쪽이 쿨하게 오픈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언제나 옳다. 왜냐하면, 그 많은 간호사들 중, 예민하고 기민한 그 누군가는, 그토록 바쁘고 힘겨운 업무 속에서도, 장애엄마인 내가 간병하면서 겪는 소소한 불편들에 작은 배려의 손길을 내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링거 줄의 주도권은 엄마가 갖고, 아이와 이동 시에는 어린이용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은진슬

넷째, 링거 줄의 주도권은 엄마가 갖고, 아이와 이동 시에는 어린이용 휠체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시각장애엄마가 아이 간병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의 하나는, 늘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하는, 투명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링거 줄이다. 아이 역시 링거 줄이 익숙하지 않고 불편하기 때문에, 자신이 링거주사로 행동에 제약이 있다는 걸 가끔 잊고 행동하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링거 줄은 아이에게 많이 길기 때문에 밟히지 않도록 항상 살짝 한 두 바퀴 정도 느슨하게 돌려 반창고 등으로 링 형태로 만들어 링거 캐리어에 건다. 이응이는 링거를 많이 맞아 봐서 자기가 캐리어도 끌고 잘 다니긴 하지만, 그래도, 안전을 위해, 이동 시에는 링거 캐리어를 끌고 걷는 것 보다는, 어린이용 휠체어를 태우고 링거를 휠체어에 꽂고 이동하는 것이, 시각장애 엄마 입장에서 케어 하기 훨씬 편리하다.

물론, 회복을 위해 임의로 많이 걸어야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좀 불편해도 캐리어를 사용해야 한다.

다섯째, 아이 신발이나 소변기 등, 간병에 필요한 물품들을 침대 주변에서 떨어진 고립된 공간에 수납바구니 등을 활용하여 잘 정리해 두자.

알다시피, 병원 침대는 아래에 보조침대가 있고, 침대 자체도 높기 때문에, 하부에 많은 공간이 존재한다. 그런데, 병원 생활을 하다 보면, 신발이나 소변기 등, 꼭 침대 주변에 놓고 기민하게 사용해야 하는 물건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이것들이 자꾸 대열을 이탈하여 침대 아랫 공간으로 숨어 버리거나, 오가는 면회객이나 간호사들로 인해 자리가 옮겨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러다 보면, 갑자기 필요한데 찾으려고 헤매다가 고생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나 역시, 이응이 다섯 살 때, 열이 많이 나는 아이가 수액도 맞다 보니 한밤중 병실에서 갑자기 소변이 급하다는데, 챙겨 둔 소변기가 침대 아래 나니아의 세계로 사라져 버려서 멘붕에 빠지다가, 얼른 급하게 수납장 위에 놓아 둔 그란데사이즈 커피컵을 가져다 겨우 임기응변으로 급한 불을 껐던 경험이 있다.

이런 난감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긴요하고 급하게 필요한 물건들을 수납바구니 등을 활용하여 잘 챙겨서 마구 돌아다니지 않도록 침대와 개인수납장 사이 틈새 공간에 두면, 시각장애 엄마도 빠르고 쉽게 필요한 물건을 찾을 수 있다. 또한, 유사시를 대비하여, 다 마신 큰 사이즈 커피컵 등을 가지고 있으면, 급하게 아이가 토하거나 (남자아이의 경우) 소변 문제가 발생할 때 긴요하게 쓰이기도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여섯째, 병실에서 다른 보호자들과의 관계에 있어 편견 어린 시선에 위축되지 말고, 아이의 엄마로서 위엄 있게 처신하자.

사실, 전술했던 아이 간병의 어려움보다 더 힘든 건, 같은 입원실에 있게 되는 보호자들의 그 오묘한 시선이다. 차마, 대놓고 말은 못하고, 저런 상태로 어찌 아이를 낳아 키우며 간병까지 하냐는 듯한, 그 불편하기 이를데 없는 시선…

주로, 나이가 좀 드신 분들이 이런 안타까움(?) 내지는 편견(?)을 드러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래도 시간이 흐를수록, 장애인식도 좀 나아지고, 젊은 세대 엄마들은 개인주의적 사고가 일반화되다 보니, 이런 불편함도 훨씬 덜해지기는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떤 땐, 이런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아, 돈이 더 들더라도 1인실에 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요즘 대학병원에서 입원실을 골라가는 것은 여간 쉽지가 않다. 알아본 결과, 보호자 없는 통합간병시스템 도입과 통합 의료수가제 등의 영향으로, 돈이 있다고 해도, 예전처럼 호텔 골라 가듯 병실을 골라 갈 수 없는 추세다.

사실, 1인실은 고사하고, 6인실도 없어서 입원도 못할 뻔한 적이 다반사이니 더 말해 무엇할까만...아무튼, 아이가 아픈 것도 너무 속상하고, 걱정하며 마음 쓸 일 많은 것이 엄마인데, 우리 장애 엄마들은 이런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하니, 더 힘들고 서글프기도 하다.

때때로, 나도 사람이기에, 이런 불편함과 편견으로부터 숨고 싶고, 피하고 싶을 때도 있다. 활동보조인이나 친정찬스라도 써서 낯선 사람들 앞에서 아이 데리고 더듬거리고 어리버리하는 거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다는 말이다.

‘아버지여! 이 잔을 내게서 옮기옵소서.’ 모드라고나 할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도저히 그럴 수는 없다. 사랑하는 내 아이를 돌보는 것에 있어, 내 장애 때문에 불편하다고 피하는 건,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너무 비겁한 거니까. 그 정도 마음가짐도 없이 장애부모가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건, 어찌 보면, 직무태만 내지는 직무유기니까.

누가 뭐라 해도, 남들이 보기엔 내가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엄마로 여겨진다 해도, 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사람은 바로 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그러니까 내 지분은 내가 당당히 주장하고 지켜내야 한다.

아이가 수술을 하던 날, 아이가 걱정되어 이모님께서 오셨는데, 전날부터 내가 모든 걸 다 도맡아 아이를 돌보며 상황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이 멀쩡한 사람이 오니까, 간호사가 자연스럽게 내가 아닌 이모님에게 아이 케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서 또 한번 씁쓸했지만…

그래도 계속 내가 이 아이 엄마라고, 내가 최대주주라고 알리고 또 알려야 한다. 그래서 늘 그랬듯이, 내가 한다. 더 성능 좋은 도우미나 프로 간병인에게 맡기지 않고, 어리버리하고 성능도 훨씬 떨어지지만, 내가 엄마니까, 좀 부족해도 내가 한다.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마음을 가진 엄마, 아빠였으면 좋겠다. 그게, 우리 장애부모가 장애인의 부모됨이 자연스럽게 여겨지지 않는 한국 땅에서, 내 아이들로부터, 이 세상으로부터 부모로서 인정받고 존중받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구태여 별 것 아닌 아이 간병기를 나름의 팁이랍시고 이 칼럼에 끄적거린 것도, 우리 역시, 여느 부모와 마찬가지로, 아이가 아프면 돌보고, 직장에 다니며 돈도 벌어 필요한 것도 사주는, 지극히 평범한 부모라는 걸 말하고 싶어서였다.

아이가 아프면 부모는 당황하며 멘붕에 빠지기도 한다. 모쪼록, 혹시, 당신의 아이가 아파 입원을 하게 되더라도, 이 칼럼을 떠올리며 의연하고 시크하게 아이 곁을 굳건히 지켜주는 엄마, 아빠가 되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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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슬 칼럼리스트 세상이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7개월 만에 급하게 세상 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평생의 불편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언어로 연주하고,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20년 정도 피아노와 뜨거운 사랑을 했지만 첫사랑은 대게 이루어지지 않듯 그 사랑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헤매던 끝에 지금은 장애, 음악, 보조공학 등에 관련된 글을 쓰고 번역도 하고 있습니다. 유치원, 학교, 기업체 등에 찾아가 장애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러(storyteller) 역할도 하고 있지요. 가끔은 강의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피아노 앞에 앉기도 한답니다. 다섯 살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저는 우리 아이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장애와 다름이 좀 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하며, 연주도 하고 있습니다. 눈이 나쁜 대신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은 더 예민하고, 커피와 독서,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다섯살 아이 엄마가 들려 드리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아이 키우는 이야기 한 번 들어 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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