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이 아름다운 전북 진안, 인삼 내음 그윽하고 큼직한 수박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동향면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

농번기에 접어들어 하루 종일 논밭에서 땀 흘리고 저녁 무렵 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지역 장애인들의 아름다운 자립을 위해 토론을 진행하며 공부에 열중하는 "좋은세상만들기위원회"위원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

산촌지역의 특성상 마을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고, 장애인 고령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며, 생활환경과 자립에 필요한 기반이 도시에 비해 많이 열악한 실정이다.

장애인복지관의 절대 부족한 인력 구조와 소요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동향면 사람들이 따뜻한 정서와 착한 바이러스를 한 데 모은 것이다. 진안장애인복지관에서 그 밑그림을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장애인들의 생활환경과 꿈을 꼼꼼히 챙겨가며 좋은 세상 속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자고 발 벗고 나선 작은 혁명과도 같은 장애인복지 사업이다.

다수의 이장들, 새마을부녀회 임원들, 귀농하여 새로운 농법을 설계하는 분들, 지역 장애인 단체장, 면사무소 담당 공무원 등이 튼실한 조직을 구성하였다. 경운기를 몰고 온 사람, 자전거를 타고 오신 여성 위원, 멀리서 트럭이나 승용차를 이용하여 온 사람들......

내일 아침 일찍 논밭으로 나가서 일을 해야 할 농부들인데, 밤이 깊도록 공부하려는 눈망울과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놓는 그 열정은 하나의 희망 덩어리였다.

흔히 정치인들의 셈법은 돈을 먼저 거론하며 복지를 말하고 보통의 공무원들은 상황보다는 법과 원칙으로 복지를 이야기 하며, 전문가들은 책에 쓰인 이론으로 복지의 실천을 펼치고자 한다.

또한 당사자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의 문제에 모든 복지가 다 들어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자원이 풍부한 도시에서도 장애인들의 삶의 만족도는 결코 높지 않으며, 농·산·어촌 지역의 장애인복지 현주소는 불편과 부족함 투성이를 아직도 시혜적인 기법으로 해소하는 데에 적지 않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진안장애인복지관이 설계한 "좋은세상만들기위원회"는 우리나라 농·산·어촌 지역 토양에 가장 적합한 장애인복지 모델이라 여겨진다.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는 주민들이 이웃의 장애인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실속 있는 복지 계획을 수립할 수 있고, 행정력을 갖춘 면사무소에서 지역과 자원을 독려해 나가며 장애인복지관이 중심이 되어 장애인들의 꿈과 가능성에 맞는 비전 지도를 그려내는 이 사업은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고급스러운 체계를 갖춘 신개념의 프로젝트이다.

일방적으로 지원하려는 구시대적 관습을 탈피하면서 장애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과 잔존 기능을 기본 바탕으로 본인이 미래를 향해 발돋움 하도록 징검다리를 놓아주는 "좋은세상만들기" 사업은 거액의 정부 예산안보다 더 큰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더 나가서 모든 선택과 결정을 함에 있어서 장애인이 전권을 갖게 된다는 점은 이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강력한 장애인자립 모형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열심히 토론과 공부를 마치고 다함께 일어서서 "흙에 살리라"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유석영

돈 타령, 환경 타령에 급급한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에게 점잖게 한 마디 하고자 한다. 먼저 공급자와 대상자와의 경직된 관계에서 벗어나 주기를 바란다.

2014년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라는 입장에서 장애인의 자립을 논의하며 단발성 지원으로 문제를 덮어가지 말고 장애인들이 남아있는 신체적 기능으로 사회에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주기를 바란다.

지역사회에 숨어있는 착한 마음들을 존중하면서 우선 쉬운 문제부터 차근차근 풀어 간다면 장애인들의 행복지수는 물론, 모든 주민들의 행복지수 또한 날마다 상한가를 치리라 확신한다.

젊은 배인재 관장이 이끄는 최신형 엔진의 진안장애인복지관이 지역 주민들과 함께 그려내는 좋은 세상이 무척 기대된다. 아마도 홍삼보다 더 귀하고 수박보다 더 맛있는 새 시대의 장애인복지를 아름다운 실천으로 크게 외치며 꽃보다 더 향기로운 행복을 선물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장애인들이 행복한 나라가 진정한 복지국가라는 기본 등식에 전북 진안에서 시작한 "좋은세상만들기" 사업이 소중한 시금석으로 자리 하기를 큰 박수로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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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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