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빠지게 기다리던 날이 다가왔습니다. 바로 영국의 국가 의료시스템인 NHS에서 정해준 물리치료사와 처음으로 만나 평가(assessment)를 받는 날이었지요. 오전 약속인데다 생각보다 먼 곳이어서 마음은 바쁜데, 하필 요즘 들어 운동 안 하겠다고 완강히 버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고 협박해서 겨우 데리고 나갔습니다. 센터에 가서 치료사와 기분 좋은 첫만남을 갖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울지 않게 했어야 했는데, 어찌나 완강히 버티는지 결국 울리고 말았네요. 아! 나쁜 엄마…….

우리가 평가를 위해 방문했던 곳은 다양한 형태의 장애를 가진 어린이를 위한 ‘Health & Development Center’였습니다. 굳이 번역하자면 ‘건강발달센터’ 정도가 되겠네요. 평가는 한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고, 첫 번 째 파트에는 그간의 병력과 치료상황 등에 대해 부모와 대화식으로 얘기 나누며 진행이 되었고, 두 번 째 파트에서 본격적으로 현재 주언 군의 몸 상태를 면밀히 살펴보았습니다.

대기했던 웨이팅홀 전경. 그리고 그 곳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이은희

두 명의 물리치료사가 같이 진행하였는데, 한 명은 주언 군의 몸을 실제로 만지면서 필요한 경우 각도도 재고 길이도 재는 실측을 맡고, 나머지 한 명은 주로 기록하는 것을 맡더군요.

그러면서 도중에 주언이에게 필요한 자세를 요구하기도 하였는데, 기분이 몹시 나빴던 아이가 그다지 좋은 태도를 보여주지 않아서 진행이 영 쉽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맞춘 발목보조기를 갖고 갔었는데, 그사이 아이의 발이 자랐는지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며 다시 제작해주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아이가 보조기 착용을 할 때마다 발이 아프다는 얘기를 하곤 했었지요.

그리고 한국에서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기립보조기(standing frame)를 재고여부 확인 후 집으로 보내준다고도 하더군요. 더욱 좋았던 것은 이 모든 것이 무상으로 제공된다는 것.

그러나 평가 후에 규칙적인 치료가 잡히려나 기대했었는데 주언이가 학교를 가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에 치료사들이 집으로 오거나 학교를 방문해서 집과 학교에서 필요한 조치나 치료법 등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가 센터를 방문하는 치료가 이후에 잡힐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결정된 것은 없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치료실을 방문하는데 문제가 없는지를 물어봤으니까 아마도 방문치료가 잡힐 것 같기도 합니다.

또 한국에서 어떻게 치료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물으면서 그들의 관점에서 어떤 치료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지 구체적인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한국에서 치료를 받을 때도 복부의 근력을 강화하기 위한 치료를 중심적으로 받았는데 이 곳에서도 역시 그것을 위해 치료가 들어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정말 신기했던 인형. 유모차 탄 인형 뒤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인형이다. ⓒ이은희

전체적으로 받은 느낌은 ‘물리치료’라는 것을 치료사 개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주로 생활하는 집과 학교에서 끊임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도해주고 학습시켜주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치료사가 한 번이라도 더 만져주기를 원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학교와 치료사, NHS가 유기적으로 소통한다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치료를 체육선생님이나 학교에 방문하는 물리치료사(심지어는 언어치료사의 경우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 내에 상주하는 경우도 있다더군요.)에게 알려주고, 우리가 만나 얘기 나누고 평가한 결과도 상위 기관 쪽으로 보고한다고 하였습니다.

전문용어나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용어가 많아서 의사소통에 적지 않은 한계를 느끼긴 했지만, 이후에 어떻게 진행될지 사뭇 흥미진진했던 물리치료사와의 첫 번째 만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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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칼럼리스트
주언이가 보통 아이처럼 건강했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사회의 여러 구석들과 만나면서 아이 덕분에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얻은 엄마 이은희. 가족들과 함께 낯선 땅 영국에서 제3의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데... 이방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좌충우돌 일상사를, 영국에서 보내온 그녀의 편지를 통해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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