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오전 보건복지부에서 인정조사표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이 자리는 보건복지부가 용역한 활동보조서비스 등급을 판정하는 새로운 인정조사표에 대한 보고와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인정조사표에서 아동용은 새로 개발을 하고,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하는 추가점수는 장애유형별로 다양화하고, 일상생활에서 한 항목을 세부적으로 나누는 것이 특징이었다.

예를 들어 옷 갈아입기에서 옷 고르기와 상의 입기, 하의입기로 나누어 점수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각장애의 경우와 같이 옷을 고르기는 어렵지만, 옷입기에는 별 문제가 없는 장애인은 점수가 조금 더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체장애인의 경우는 옷 고르는 것에는 별 문제가 없으나 입기가 어려운 경우라 점수가 오히려 하락할 수도 있다.

연구 용역을 받은 입장에서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총점이나 항목의 변경없이, 무엇인가 새로운 제안을 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주문은 개선안을 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 인정조사표의 경우 중증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이 통과되기 전에 사용하던 인정조사표보다 지금의 인정조사표가 서비스 등급을 상당히 하락시켜 장애인 등급과 마찬가지로 활동보조서비스 등급도 36%나 등급 하락을 가져왔었다.

그런데 다시 만들어진 인정조사표에서도 등급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필자는 이러한 등급 하락을 방지하기 위하여 등급의 점수기준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인정조사를 하여 하락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보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가지고 적용하는 것이므로 평균적으로는 어느 정도 등급하락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기지만, 개인적으로는 분명 손해를 보는 하락자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등급의 차이가 없도록 조정한다면, 굳이 등급에 달라지는 것이 없을 바에야 복잡하고 세분화된 인정조사표를 만들어 적용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새로운 도구는 오로지 등급 상향이나 서비스의 증대, 기본급여의 확대가 전제되어야 유효하다.

등급 구분 점수 기준 조정 당시에는 시뮬레이션을 주관하는 자의 제도에 대한 이해가 있어 오차가 적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때는 지침의 글자적 해석과 엄격한 적용으로 자연스럽게 등급 하락이 오게 되는 부분도 있다.

인정조사 총점수는 만점 445점을 만들기 위한 배점일 뿐, 왜 조사항목의 각 점수가 15점에서 90점을 각각 배정하고 있는지의 타당성이 없다.

새로운 인정조사표는 3점, 4점, 5점 등 항목을 세분화하여 점수가 다양하다. 점수를 합하여 다시 등급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 시간을 점수로 하여 최대 점수가 최대 시간인 720이 되도록 하고 그 점수만큼 서비스 시간을 정하는 개별 서비스제가 필요하다.

자립생활을 위한 서비스라 일상생활과 가사돌보기에 해당하는 문항외에도 사회참여 항목의 개발이 필요한데, 그러한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노인요양 항목과 차이가 별로 없다.

어느 공청회에서 한 장애인이 자유토론에서 장애인들이 사는 환경에 따라 서비스량이 달라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개진한 적이 있다.

이렇게 할 경우 아파트냐, 지하방이냐 등을 일부 수용한 듯하지만, 그렇다면 이사를 갈 때마다 새로이 판정을 받아야 할 것이며, 같은 아파트라도 외출빈도와 이웃의 마음씨 등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객관화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을 제정할 당시, 보건복지부는 활동보조는 자립에 관한 것이고, 자립은 성인을 위한 것이므로 아동에 대한 서비스는 별도의 제도로 서비스되어야 한다고 여겼다.

아직 아동에 대한 서비스가 제도화되지 않았으므로 아동 서비스를 축소해서라도 지원을 하고, 후일에 아동에 대한 지원제도를 만들어 분리한다는 방침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장애아동지원법도 만들어졌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서비스도 이슈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당시 책임자들은 모두 다른 부처로 인사 이동되었고, 현재의 담당자들은 오히려 아동의 도구를 만들어 서비스를 강화하고 활동보조서비스제도 안에 정착시키려 한다.

서비스를 등급화하는 인정조사표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수렴이나 공청회는 없다. 연구자가 임의로 접촉한 사람들의 일부 의견을 의견수렴이라고 해버린다.

인정조사표 회의를 위해 장애인단체 소속 위원들이 회의장에 도착하자, 보건복지부 직원들과 활동보조권리찾기연대와 전장연 소속으로 보이는 10여 명의 사람들이 실강이를 하고 있었다.

한 쪽은 회의에 참석하게 해 달라고 하고, 다른 쪽은 들어갈 수 없다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위원들이 회의를 시작하려 하자, 회의실 밖에서 문과 벽을 두드리며, 구호를 외치는 등 도저히 회의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활동보조 인력도 노동자들이다. 제도와 관련성이 있으니 회의에 참석해야겠다는 것인데, 출입을 제한하고 있었다.

회의 주제인 인정조사표는 장애인에게 얼마의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판정과 관련된 것이고, 판정은 노동자와 무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 넓은 의미에서 관련자라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면, 앞으로 장애인 판정에도 활동보조노동자들이 참석해야 한다는 논리가 될 것이다.

회의를 공식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렵더라도 연구자에게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하여 말은 해야겠다 싶어 의견만 주고받으려고 하자, 그것도 밖에서는 알 수 없으니 안 된다고 했다. 결국 회의는 하지 못했다.

장애인의 활동보조서비스 판정을 위한 인정조사표에 대한 단 한 번의 의견수렴 기회조차 활동보조 노동자들은 가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사과나 미안함을 표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모무들 고개를 들고 장애인을 위한 일을 한다고 말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는 결국 적과의 동침을 하고 있는 것인가.

활동보조 서비스 수가를 올려 현실화하기를 요구한다면 그렇게 요구하는 채널은 다양할 것이다.

회의에 참석하여 요구한다는 것은 서비스 확대보다 먼저 수가부터 해결하라는 요구가 아닐런지. 그렇지 않다면 참석을 요청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혹은 제도 개선의 모든 것을 파악하기 위해 참석하길 원한다면 대표만 참석하여도 충분할 것이고, 모든 내용에 참견을 한다면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정책자가 되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상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공기관도 대표단을 만들어 참석을 요구해야 하고, 이용자도 대표단을 만들어 회의참석을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그 회의에서 떡 한 조각을 놓고 어떻게 나눌 것인지 서로 피흘리며 기싸움을 하는 내부 갈등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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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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