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들어 주는 아이' 본문 中. <그림-백남원>

"야, 쟤는 왜 가방을 두 개나 들었냐?"

"공부 못하는 앤가 봐."

"아냐, 아냐. 숙제를 많이 했나 봐."

"바보 아냐?"

석우는 일명 '가방 들어주는 아이'다. 2학년의 새학기 첫날, 선생님은 몸이 불편한 영택이와 집이 가까운 석우에게 일년동안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주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엄한 말투에 석우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남의 가방을 들어다줘야 한다니….

매일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주는 석우를 보는 아이들마다 약을 올리며 놀려댄다. 석우는 영택이의 가방 때문에 하고 싶은 축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에 속이 상한다. 하지만 착한 일을 한다며 어른들이 돈도 주고 사탕도 주니까 가방을 들어다 주는 일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

겨울방학 동안 영택이는 수술을 받고 목발대신 짧은 지팡이 하나만 짚고 나타나지만, 석우는 그런 영택이가 낯설기만 하다.

어느덧 3학년이 되고 석우는 계속 가방을 들어줘야 하나 고민한다. 고민 끝에 영택이의 집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지나가던 2학년 아이들이 수군대자 자기도 모르게 도망을 가 버린다.

개학식 날 석우는 지난 일년동안 몸이 불편한 친구를 위해 가방을 들어줬다고 학교에서 모범상을 받게 되지만 그 순간 석우는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리고 만다.

[관련기사]'가방 들어주는 아이' MBC 느낌표 도서 선정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 5월의 도서로 선정된 '가방 들어 주는 아이'(글/고정욱·그림/백남원·사계절출판사·값 6,000원)는 장애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동안의 장애인 문학과는 달리 장애아를 친구로 둔 주변 아이의 희생과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책을 집필한 고정욱 작가는 장애 때문에 아이들에게 따돌림받는 영택이와 그런 영택이의 가방을 들고 다닌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하는 석우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우정을 일깨워주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편 고 작가는 소아마비 1급 장애인으로 이미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괜찮아' 등 다수의 장애인 소재의 동화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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