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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통도사로 떠나 보세요
카테고리 : 여행정보,맛집 | 조회수 : 32072009-05-18 오전 7:23:00
통도사 사천왕문을 들면 펼쳐지는 통도사 풍경. 마치 파노라마 사진과 같다.

‘무풍한송(舞風寒松)’. 경남 양산의 통도사 일주문으로 드는 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춤추는 바람을 따라 노송이 물결치는 그런 길이지요. 마침 촉촉한 봄비가 속살거리는 날, 그 길에 올랐습니다. 가는 빗줄기를 타고 봄바람이 실어온 솔향이 향긋합니다. 꽃이 피고 새싹이 막 움트는 봄날이어서 솔향이 그리도 짙었겠지요.

통도사에는 일찌감치 푸근한 봄이 당도해 있습니다. 보슬보슬 봄비 속에서 영각 앞의 늙은 매화나무에 피어난 홍매화는 이제 막 절정을 넘어서 촉촉이 젖고 있었습니다. 그 곁에 있는 산수유의 샛노란 꽃에도 빗방울이 맺혔습니다. 약사전 곁의 매화나무 두 그루에도 붉은색과 연분홍빛의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빗소리로 조용한 절집은 매화 향기로 가득합니다.

통도사로 드는 ‘무풍한송(舞風寒松)’ 길에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고 있다. 장쾌한 소나무들이 도열한 이 길을 걸어 통도사 일주문 앞에 당도하는 20분 남짓의 시간은 황홀하다.

통도사는 거찰 중의 거찰이지만, 멋대가리없이 규모만 큰 것은 아닙니다. 오래 묵은 절집 건물들은 서로 바짝 붙어 처마와 처마를 잇대고 오밀조밀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통도사에서는 유독 ‘작은 것’들에 시선이 먼저 갑니다. 대웅전의 꽃문살이며 극락전 곁의 돌확에 돋을 새김한 작은 거북이 두 마리, 그리고 관음전 앞의 불 켜진 석등까지….

통도사에서는 힘찬 것과 부드러운 것, 그리고 단정한 것과 조형미 넘치는 것까지, 다양한 모양의 글씨들로 가득한 현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모자랄 지경입니다.

그뿐일까요. 통도사가 거느리고 있는 암자에도 지금 봄 향기로 가득합니다. 수천개의 장독이 늘어선 서운암이며 울창한 금강송 숲의 안쪽에 자리잡은 극락암에도 꽃눈이 맺힌 매화와 산수유가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극락전 옆의 돌확 수조에 새겨진 거북이.

양산에는 통도사 말고도 이름난 절집이 즐비합니다. 수도도량인 내원사의 고즈넉함도 좋고, 폭포의 경관이 빼어난 홍롱사의 그림 같은 정취도 좋습니다. 내원사를 끼고 있는 한듬계곡 깊이 자리한 노전암에서는 점심 공양시간에 20가지가 넘는 반찬이 차려진 밥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쑥을 넣고 끓인 된장국에다 향긋한 미나리, 더덕구이, 해초무침까지…. 노스님이 절집을 찾는 이들을 위해 30여년째 정성껏 차려내고 있다는 밥상이 그저 황송할 따름입니다. 여기다가 바위 앞에 아슬아슬 들어선 관음전 앞으로 폭포가 떨어지는 홍롱사의 정취를 둘러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렇듯 봄날에 절집과 암자를 찾아간 것은, 절집의 고요한 분위기가 봄이 오는 소리를 듣기에 제격이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또 계절의 시작인 봄을 맞으면서 마음을 정갈하게 하기에는 절집만 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쉬워 통도사에 다시 들렀을 때는 푸른 어둠이 내린 저녁나절이었습니다. 저녁예불이 시작됐는지 은은한 동종소리가 퍼져 나갑니다. 어둠에 묻혀가는 대웅전 위로 눈썹같은 초승달이 뜨자 매화 향은 더 짙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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