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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6장 넌 왜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거야?
카테고리 : 松竹♡동화 | 조회수 : 552021-12-28 오전 10:48:00

연어사리 왕눈이의 바다 여행기

 

6장 넌 왜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거야?

 

                                                                                        김철이 

 

 

 강준치 아저씨와 실뱀장어와 헤어진 왕눈이는 제각기 역할이 다른 배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 등지느러미, 뒷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 기름지느러미 등의 여섯 가지 역할의 지느러미를 한꺼번에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바쁜 걸음으로 헤엄쳐 갔어요.

 

“함께 태어난 내 형제자매들은 지금 어디쯤 갔을까! 바다에 도착은 했을까 도착했다면 다들 무사히 도착했을 테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헤엄치던 왕눈이의 귀에 조금 전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 울음소리만큼이나 나지막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정체 모를 소리가 점점 커지는 듯싶다가도 순간 끊어지곤 했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왕눈이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싶어 가던 물길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정체 모를 소리가 점점 또렷하게 들리기 시작했어요.

 

“주변에 누구 없어요? 있으면 날 좀 도와주세요.”

“누구지! 누군가 또 위험에 놓인 거야”

 

왕눈이는 두리번거리며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정체 모를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았어요.

 

“어디서 들리는 소리야 누구예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어디에 있는지 좀 알려주세요.”

“여기예요. 여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찾던 왕눈이는 자기의 눈을 의심했어요. 소리가 들리는 곳은 그다지 크지 않은 투명 비닐봉지 속이었어요.

 

“아니 넌 보아하니 아직 많이 어린 어치 같은데 왜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거야?”

“너 누군지 몰라도 말 한번 참 싹수없게 한다. 누군 여기 들어와 갇히고 싶어 갇힌 줄 알아! 그리고 너 역시 모르긴 몰라도 내 또래의 치어 같은데 누굴 꼬맹이 취급이야!”

“투명 비닐봉지에 갇혀 꼼짝달싹 못 하는 처지에 큰소리는”

“뭐? 너 지금 뭐라고 했니?”

“아냐 나 혼자 했던 말이야. 가만 보니 너 아직 덜 답답한 게로구나”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그렇잖아 위험에 처한 네가 바쁘게 헤엄쳐 가는 날 불러놓고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는커녕 큰소리만 치니 말이야.”

“내가 언제 꼭 집어 널 불렀니? 주변에 누군가 있으면 도와달라고 했던 거지”

“아하~ 나 같은 어치의 도움은 받지 않겠다는 이 말씀이지. 치! 마찬가지로 저도 어치인 주제에 그럼 난 가봐도 되지?”

“그렇다고 그냥 가버리면 난 어떻게 하니?”

“내 도움 같은 건 필요 없다며?”

“내가 언제 필요 없다고 했냐. 처음 네 말투가 날 무시하는 것처럼 들렸던 탓에 기분이 조금 언짢아서 그랬지!”

“생각 같으면 모른 채 그냥 내버려 두고 가고 싶지만 나 역시 드넓은 물의 여행을 하다 어떤 위험에 처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돌리는 거지. 네가 좋아서 도와주려는 건 아니니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고마워 그리고 좀 전에 내가 말을 잘못했으니 이해해줘”

“아냐 굳이 따지자면 나도 잘한 건 없어 네가 처한 처지에서 내가 했던 말투가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으니 말이야.”

“비닐봉지 속이라 숨도 막히고 답답하긴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면서 도움을 받을 순 없잖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서로 인사부터 하자. 난 열피리야 피라미 어치”

“난 왕눈이야 연어사리”

“아하! 그래서 좀 전에 네가 드넓은 물의 세상을 여행 중이라고 했구나.”

“그래 열피리 넌 어쩌다 이렇게 비닐봉지 속에 갇히게 됐니?”

“왕눈아! 넌 참 이상도 하네.”

“왜? 뭐가 이상하다는 거니?”

“그렇잖아 누군가 위험에 처했으면 먼저 그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고 나서 위험에 처하게 된 사연을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니?”

“아~참! 내 정신 좀 봐. 그래 내가 어떡해야 해?”

“비닐봉지가 물에 젖어 전체가 찰싹 붙어있어. 내가 들어왔던 구멍을 찾을 수가 없어 그러니 내가 비닐봉지를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부터 좀 찾아줘”

“알았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왕눈이는 열피리가 갇혀있는 투명 비닐봉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열피리가 빠져나올 만한 구멍을 찾았어요. 하지만 아무리 돌아봐도 구멍은 찾을 수 없었고 비닐봉지 속에 갇힌 열피리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점점 힘이 빠져갔어요.

 

“큰일 났네. 아무리 찾아도 구멍은 없고 들고 나는 물살에 비닐봉지는 안면과 겉면이 더욱 달라붙어 열피리가 한층 더 힘들겠는걸.”

 

 열피리가 탈출할 구멍을 찾아 한동안 비닐봉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고 또 돌던 왕눈이는 구멍을 찾을 수 없자 비닐봉지를 이빨로 물어뜯어 구멍을 내서 열피리를 밖으로 나오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비닐봉지를 물어뜯기 시작했어요.

 

“왕눈아! 너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아무리 찾아도 널 탈출시킬 구멍이 없으니 비닐봉지를 이빨로 물어뜯어 구멍을 뚫어보려고 하니 잠시만 기다려줘”

“그게 쉽지 않을 건데”

“그래도 해봐야지 뭐”

 

 그랬어요. 열피리의 말대로 알에서 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어치인 왕눈이의 여린 이빨로 질기디질긴 비닐봉지를 물어뜯기엔 그 힘이 턱없이 부족했어요. 아무리 이빨로 물어뜯고 잡아당겨도 구멍이 뚫리기는커녕 아주 조금씩 늘어날 뿐이었어요.

 

“왕눈아! 빨리 어떻게 좀 해봐 숨이 차서 곧 죽을 건만 같아”

“정말 큰일 났는걸. 구멍은 뚫어지지 않고 열피리는 점점 숨차 하니”

 

 왕눈이는 혼자의 힘으론 질긴 비닐봉지에 구멍을 뚫기가 힘들다는 걸 깨닫고 앞서 실뱀장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강준치 아저씨를 불러 실뱀장어를 무사히 구했던 방법을 다시금 사용해 보기로 했어요.

 

“열피리야! 우리 둘의 말소리를 모아 도와줄 어른 물고기들을 불러보자”

“그런데 어쩌지? 난 비닐봉지 속에 갇혀있어 혼자 숨쉬기도 벅찰 뿐 아니라 내가 비닐봉지 속에서 안간힘을 다해 소리를 지른다 한들 바깥까지 소리가 들리겠어. 내 코앞에 있는 너의 귀에도 간신히 들릴 정돈데 말이야.”

“네 말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겠네! 그럼 어쩐담. 나 혼자 아무리 큰소리를 지른다 해도 들쑥날쑥한 물소리 때문에 내가 외치는 말소리가 묻혀버릴 텐데”

“왕눈아! 그래도 불러봐 줘 혹시라도 주변을 지나가던 어른 물고기들이 도와줄 수도 있지 않겠니?”

“응. 네 말대로 해볼게”

 

왕눈이는 안간힘을 다해 위험에 처한 열피리를 도와줄 성어들을 불렀어요.

 

“주변에 누구 없나요? 저흴 좀 도와주세요.”

 

 하지만 애타게 불러대는 왕눈이의 목만 잠겨갈 뿐 도와줄 물고기는 그림자도 보이질 않았어요. 그러다 왕눈이가 조금씩 지쳐갈 무렵이었어요. 험상궂은 목소리가 들리는 듯싶더니 목소리만큼이나 험상궂은 모습의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나타났어요.

 

“누구야! 듣지 못하던 목소린데 남의 동네 와서 왜 이렇게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거야! 이 가물치 어른 낮잠 주무시는데”

 

 순간 왕눈이는 “꺅!”하고 비명을 지를 뻔했어요. 얼핏 보기만 하여도 주눅이 들 만큼 험상궂고 징그럽게 생긴 성어 한 마리가 왕눈이 눈앞에 버티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혹시 아저씨가 민물의 폭군 가물치 아저씬가요?”

“누가 나더러 폭군이라고 하던? 보아하니 넌 아직 어린 치어니 네가 지어낸 말은 아닌 것 같으니 제대로 가르쳐 주지. 내 이름이 가물치긴 하지만 난 민물의 폭군이 아니라 민물의 성군이야 어질고 선한 성군”

 

 몹시 무서웠던 탓에 주눅이 들어 고개를 숙인 채 가물치의 말을 듣고 있던 순간 왕눈이는 잔꾀가 떠올랐어요. 그리고 가물치의 눈치를 살피며 있는 용기 없는 용기 다 내어 말했어요.

 

“아저씨가 어질고 선한 성군이시라고요?”

“그럼 성군이지. 민물 세상에서 나만큼 어질고 선한 물고기가 또 어디 있어?”

“그럼 힘 약하고 어린 어치들이 위험에 처해있으면 잘 도와주시겠네요?”

 

왕눈이의 물음에 난처한 듯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어요.

 

“당연히 도와줘야지. 힘 약하고 어린 물고기를 누가 도와주지 않겠니.”

왕눈이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가물치 앞으로 바싹 다가가 말했어요.

“아저씨! 그렇담 제 친구도 좀 도와주세요.”

“네 친구가 어디 있는데?”

“여기 있잖아요. 비닐봉지 속에”

“걔가 누군데 비닐봉지 속엔 어떻게 들어갔다니?”

“얘는 피라미 어치 열피리고요. 비닐봉지 속으로 들어가게 된 앞뒤 사연은 저도 아직 듣지 못했지만 먼저 위험에서 구해내야지 않겠어요?”

“당연히 그래야지. 나는 민물의 성군이니까 그래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니?”

“아저씨의 그 튼튼한 이빨로 열피리가 갇혀있는 비닐봉지를 물어뜯어 주시면 돼요.” “그야 쉽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물치는 강철처럼 강하고 튼튼한 이빨로 열피리가 갇힌 비닐봉지를 마구 물어뜯었어요. 그러자 비닐봉지는 날카롭고 강하디강한 가물치의 이빨을 견디지 못한 채 갈기갈기 찢겨 나갔어요. 마침내 비닐봉지 속에 갇혀있던 열피리가 “휴!”하고 숨을 내쉬며 찢긴 비닐봉지 밖으로 헤엄쳐 나왔고요.

 

“얘! 넌 어쩌자고 그곳엘 들어가 이 난리냐?”

“누가 들어가고 싶어 들어갔나요. 다 먹고 살려다 보니 이런 곤경을 치르게 된 거죠.” “열피리 너 그건 또 무슨 말이니?”

“아~ 그건 말이야. 왕눈이 네가 이곳으로 오기 얼마 전 내가 혼자 나들이를 나왔다 배가 몹시 고파서 먹이를 찾던 중 때마침 코앞에서 몇 마리의 모기 유충 장구벌레가 헤엄을 치고 있길래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쫓아 들어가서 장구벌레를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뭔가 철퍼덕하더니 저놈의 비닐봉지가 내 몸을 덮쳐 꼼짝도 하지 못 하게 했던 거지”

“그랬었구나. 아무튼 이렇게 무사히 빠져나왔으면 됐지 뭐”

“이게 다 왕눈이 너랑 가물치 아저씨의 덕분이야 아저씨! 고맙습니다. 왕눈이 너도 정말 고마워”

“아냐 고맙긴 열피리 네가 좀 전에 당했던 위험은 물에서 생활하는 물고기라면 누구든 당할 수 있는 사고인 듯싶어. 그리고 그럴 때마다 누구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말이야.”

“왕눈이 네 말을 듣고 나니 그동안 힘센 능력만 믿고 함부로 설쳐댔던 나 자신이 부끄럽구나.”

“아저씨! 가물치 아저씨도 곤경에 처한 열피리를 구해주셨으니 그걸로 아저씨의 마음을 보여주신 거예요.”

“그래요. 아저씨! 누가 뭐래도 가물치 아저씬 저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로운 분인걸요.”

“은혜는 무슨 쑥스러워 이곳을 속히 벗어나야겠네. 얘들아! 안녕~ 어딜 가든 다들 조심해야 해”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어딜 가시든 건강하시고요. 열피리야! 나도 이젠 가봐야겠어.”

“그래 왕눈이 너도 바다 구경 많이 하고 조심해서 다녀와”

“응! 고마워.”

 

 물의 세계가 얼마나 무섭고 험난한 곳인지 새삼 깨달은 왕눈이는 얼마나 걸릴지 모를 드넓은 물의 세상 여행 중에 한층 더 조심하고 지혜로워야겠다고 마음을 다지며 열피리와 가물치 아저씨와 작별 인사를 나누었어요.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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