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ablenews.co.kr/Blog/knowkwon
프로필 이미지
knowkwon's Blog
모두 다르지만 같아 보이고,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함께 있어 아름답습니다
달력
 << 2022/12 >>
27 28 29 3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방문한 사람들
오늘방문자 : 1
전체방문자 : 100790
RSS 2.0
법원의 장그래 판결, 환영하면서도 착잡한 기분은 뭘까?
카테고리 : 세상을 바라보며  | 조회수 : 51432015-01-20 오후 2:40:00

 

지난 1월 9일 반갑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기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법원, ‘도로공사, 톨게이트 징수원 직접 고용해야’” 제하의 기사(한겨레신문)였다. 지난 해 11월 국회 신기남의원이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징수원을 상대로 도로공사 하청 용역회사에서 장애인 고용장려금 제도를 악용하여 장애인고용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은 후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사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징수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공기업인 도로공사를 상대로 용역회사 소속이 아니라 도로공사 소속의 노동자라는 지위확인소송을 법원에 제출한 뒤였다.

 

지난 6일 서울동부지법 민사15부는 노동자들이 용역업체 소속임에도 ‘도로공사 직원의 지휘 · 명령을 받아 일한 사실’ ‘징수원의 출퇴근이나 휴가를 용역업체보다 도로공사에서 직접 검토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하여 “도로공사와 노동자들이 소속된 외주 운영자들 사이에 체결된 용역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며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낸 노동자 모두의 손을 들어주었다. 원청 사용자가 하청 노동자의 일에 개입하지 않아야 도급계약이 성립되는데 도로공사가 실질적인 노무감독을 해왔으므로 파견근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이유이다.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된다면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요금징수 노동자는 도로공사가 직접고용을 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의 톨게이트는 336곳에 이르고, 이 곳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72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장애인노동자는 1500명이 넘는다. 이 판결은 분명 노동형태가 유사한 다른 사업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경제에 만연해 있는 하청노동, 파견노동에 끼칠 파급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도로공사는 이 판결 직후 영업소의 톨게이트 관리직원을 철수하고, 이들을 직접 고용할 계획이 없다며 1심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할 것이란 전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미 지난해 3월 저가 하이패스를 보급하여 전국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무인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매일경제. 2014. 3. 20). 도로공사는 현재 하이패스의 보급률이 47%이며 이를 2020년까지 80%로 높여 톨게이트 무인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의 판결은 분명 간접고용으로 인한 문제들을 개선하고 노동의 정의를 실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한편 한국도로공사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톨게이트의 무인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법원의 판결은 소위 IMF라 회자되는 1997년의 외환위기 때부터 몰아치기 시작한 ‘아웃소싱’과 ‘다운사이징’으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만들어낸,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자본주의가 양산해온 수백만명의 〔장그래〕에게는 잠시잠깐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나기 힘든 1500명의 장애인근로자들에게는 2020년이면 톨게이트의 무인화가 가져올 무더기 실직의 두려움이 엄습해 올지도 모른다. 장애인고용을 담당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한국도로공사는 공기업이다. 기업은 효율을 그 생명으로 한다. 그러나 공기업은 공공성이 효율성에 결코 뒤지지 않는 또 하나의 생명축이다. 공기업은 효율성과 공공성이라는 상반될 수 있는 가치를 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경영방법을 찾아야 한다. 효율성과 공공성은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아니라 충분히 동반추구가 가능한 보완적 가치로 변환시키는 경영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의 존재이유다.

 

〔장그래〕에게 오늘은 희망, 내일은 실직이라는 효율만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늘도 희망 내일도 희망이라는 공공성을 앞세운 지혜로운 경영방식, 정부의 창조경제에 부응하는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경영방식을 도로공사가 선도하는 것을 기대한다

Copyright by Able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