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 자연재해가 났을 때 장애가 없는 이들이나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얻으려면 라디오를 틀면 되지만,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이들은 어떻게 하면 될까.

재해가 잦은 일본이지만 1995년 한신대지진이 났을 때만 해도 청각장애인은 정보를 얻을 방법이 없어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전일본농아연맹과 전일본난청자·중도청력상실자 단체연합회가 힘을 합쳐서 1998년 오사카에 '눈으로 듣는 TV'(www.medekiku.jp)라는 청각장애인 전문 방송국을 만든 배경에는 이런 사정이 있었다.

위성 방송으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데 전용 수신장치를 설치해야 볼 수 있다. 청각장애인은 판매 가격(8만9천엔)의 10% 정도만 내면 된다.

TV를 틀면 이 방송국이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 말고도 수화와 자막을 입힌 NHK 뉴스나 축구 중계, 민영 방송의 다양한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일본 정부가 2002년부터 다른 방송국의 프로그램에 수화와 자막을 입혀서 방송할 수 있도록 허가한 덕분이다.

현재 '눈으로 보는 TV'의 시청자는 1만2천명 정도지만, 이 방송국이 제작한 프로그램을 가나가와와 교토 지역 방송국에도 공급하는 등 점점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메다(梅田) 히로코 이사는 "일본에서 청각장애인으로 등록된 이들은 35만명 정도지만, 난청을 겪는 이들을 합하면 수백만명이나 되고,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인까지 포함하면 수천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며 "고령화가 점점 진행되는 만큼 시청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눈으로 듣는 TV'는 대한항공과도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 방송국이 지난해 한류 붐을 타고 '장애인이 가는 서울 여행'을 주제로 삼아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대한항공이 비행기 표를 협찬한 게 계기가 됐다.

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자신도 언어장애인인 하야세 겐타로(早瀨憲太郞) 영화감독이었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28일 도쿄 롯폰기의 영화관을 빌려서 하야세 감독이 만든 청각장애인에 관한 영화('굴거리나무')의 상영회를 연 것도 이같은 인연 때문이라고 대한항공 일본지역본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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