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광훈씨가 2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해 대입수학능력시험에서의 장애인 차별문제에 대한 진정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11월 5일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보던 도중 고사장 편의시설 미비 등의 차별에 항의하며 수능시험을 포기했던 허광훈(37·뇌병변1급)씨를 대신해 대구장애인연맹은 2일 오전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허씨는 진정서에서 “고사장 건물에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어 중증장애인 수험생의 신속한 용변 해결이 불가능했다”며 “학교내 장애인용 화장실은 고사장에서 130~140m 정도 떨어진 다른 건물에 있어, 규정상 고사장 건물 밖으로 나갈 수 없어 그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당국은 그곳이 장애인 화장실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허씨는 “장애인용 책걸상이 없어 휠체어를 옆으로 돌린 채 옆구리를 책상에 붙이고 불편한 자세에서 시험을 봤다”며 “1교시 시험 후부터 허리에 심한 통증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특히 허씨는 “교육당국은 지체장애인의 경우 필요할 경우 본인이 자신에게 맞는 책걸상을 갖고 올 수 있지만 시험주최측에서 장애인에게 맞는 책걸상을 준비해 줄 수는 없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허씨는 “뇌성마비 장애인 수험생들은 수족 경직 때문에 OMR 카드를 작성할 수 없어 별도의 이기 요원이 대신 OMR 카드에 정답을 옮겨 적는다”며 “이기 작업은 수험생 본인이 보는 앞에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이 끝나면 감독관이 체크 표시한 시험지를 이기실로 가져가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기요원이 이기작업을 해 정답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허씨는 “장애인 수험생들은 일반 수험생에 비해 시험시간이 긴 대신 휴식시간을 10분 단축하고 있는데 신체적 핸디캡을 가진 장애수험생들이 긴 시험시간과 짧은 휴식시간으로 시험에 대한 피로도가 일반 수험생보다 심해 집중도가 떨어진다”며 “특히 화장실 이용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애인들의 사정을 고려할 때, 휴식시간이 짧은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허씨는 “손떨림이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 글자를 작게 쓸 수 없어서 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계산식이 있는 문제를 풀 때, 시험지 여백을 활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연습장이 있어야 하지만 교육당국에서는 별도의 연습장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수능시험에서의 장애인차별 문제를 지적한 허광훈씨. <에이블뉴스>
이와 관련 허씨의 진정을 도운 대구장애인연맹 윤삼호 간사는 “편의시설 부족문제부터 시험답안 이기문제 등 시험장에서의 장애인 차별을 없애기 위해 교육부가 장애인들을 위해 마련해 놓고 있는 ‘시험특별관리대상자를 위한 시험 시행 지침’을 조속히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허씨는 진정서에서 “교육당국이 시각장애인들의 시험문제에 그림과 도표, 사진이 나오는 시험문제는 모두 문자로 된 문제로 대체해야하나 현재 일부 대체만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뇌성마비 장애인뿐만 아니라 기타 장애인들의 수험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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